[한국관광공사 추천] 온가족이 함께하는 핫 이슈 여행지 ②포천 국립수목원

화려한 꽃·향긋한 허브…포천의 봄이 피었다

5월은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는 시기다. 가정의 달인 만큼 가족과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포천읍 소흘리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봄기운이 아름답게 무르익어가는 곳 중 하나로, 가족 나들이는 물론 다양한 체험과 함께 숲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5개 전문 식물원이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
달콤한 허브 향이 일품인 허브아일랜드

국립수목원이 조성된 광릉 숲은 54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오랜 세월 온전히 보전됐다. 1468년 세조가 승하하자 왕릉을 조성한 뒤 주변 숲을 왕릉의 부속림으로 지정하면서 사람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벌채가 금해졌다. 광릉 숲이 오랜 세월 유지된 이유다.

540년 된 숲
가족과 함께 걷다

국립수목원은 15개 전문 식물원으로 구성됐다. 백합원, 무궁화원, 화목원, 관목원 등 테마가 있는 식물원뿐만 아니라 자생지에서 사라져가는 희귀·특산 식물 보존원, 열대·아열대 식물로 구성된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 특별한 공간도 마련되었다.

수목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수목원 해설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수목원 해설은 캐나다 국기에 새겨지고 메이플 시럽의 원료가 되는 사탕단풍, 활명수의 원료로 사용되던 현호색 등 수목원 곳곳에 식재된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방문자센터에서 ‘수목원 자동 해설기’를 대여하는 것도 좋다.


수목원 해설을 들었다면 산림 문화 체험도 즐겨보자. 자연과 산림자원을 이용해 만들기를 해보는 체험으로,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게 제격이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지 공예, 솟대 만들기, 클레이아트 등 여덟 가지 체험이 요일별로 진행된다(요일별 프로그램과 체험비는 홈페이지 참조).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임신부와 배우자가 참여할 수 있는 숲 태교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제법 인기가 많다.

산림 동물원을 끼고 전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산책로 1.7km는 국립수목원의 보석 같은 공간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다양한 야생동물도 보고 전나무 숲길도 산책할 수 있다.

산림 동물원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1927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의 종자로 조림한 숲으로, 수령 80년이 넘는다. 200m 남짓한 길이지만, 걷는 동안 호흡이 제법 깊어진다.

국립수목원은 정보를 제대로 모르면 헛걸음하기 십상이다.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며, 매주 일·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연휴는 쉰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5월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는 곳이 있다. 형형색색의 꽃과 달콤한 허브 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가 그곳. 허브를 즐기는 공간뿐만 아니라 식당, 펜션까지 갖추어 ‘원스톱 가족 여행’이 가능하다.

허브아일랜드는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독일의 마을을 테마로 조성했다. 허브박물관, 허브식물박물관, 허브꽃가게, 허브공장, 허브아일랜드공방(엉쁘띠빌라쥬) 등 허브를 보고 체험하는 공간과 함께 허브카페, 허브베이커리, 허브갈비, 허브레스토랑 등 허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오감 만족을 누리기에 제격이다.
허브식물박물관과 허브꽃가게는 허브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명소로, 허브 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스치기만 해도 물씬 풍기는 허브 향이 돌아다니는 내내 온몸을 은은하게 적신다.

프랑스어로 ‘작은 마을’을 뜻하는 엉쁘띠빌라쥬에서는 화장품, 비누, 초뿐만 아니라 허브 와인, 허브 식초, 허브 베개 등 허브 제품을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허브힐링센터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다. 먼저 허브 향 가득한 실내 정원에서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며 일대일 체질 상담을 한다.

체질에 맞는 ‘허브 추출물&아로마’ 입욕 체험과 ‘허브&건초 세라믹’ 해독 체험을 기본으로 허브오일 체험, 허브식물 체험 등이 프로그램에 추가된다. 프로그램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차분하게 쉬고 싶다면 꼭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허브아일랜드가 눈과 몸이 즐거운 곳이라면, 평강식물원은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다. 다른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비해 눈에 띄는 화려함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곳이다. 백두산, 한라산, 로키산맥, 알프스,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생하는 고산식물이 식재된 암석원, 푸른 이끼로 가득한 이끼원, 고층습지, 고산습원 등 특별한 생태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장난스런 키스> <각시탈>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속 사랑 고백 장소로도 유명하다.

한가원은 가족 체험 장소로 잘 알려졌다. 한과 체험은 한과의 역사와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한과의 유래와 역사, 한과 제작 도구 등을 전시한 한과문화박물관을 관람한 뒤 본격적으로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유과 만들기 체험은 기름에 튀긴 유과 피에 조청을 묻혀 튀밥 옷을 입히는 체험이며, 다식 만들기 체험은 다식 틀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모양 다식을 만드는 체험이다. 가족 체험은 토·일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하며,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오감 자극하는
풍성한 체험 가득

포천은 포천석이라 불리는 화강암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포천아트밸리는 2003년부터 버려진 채석장 산자락을 친환경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환경을 복원하여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폐채석장과 천주호를 중심으로 전망데크와 산책로, 조각공원이 조성됐다. 포천아트밸리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모노레일도 설치되어 정상부까지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천주호전망대에서 조각공원을 산책한 뒤 아찔한 나선형 계단이 설치된 돋음계단과 전망데크를 거쳐 전망대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국립수목원 → 점심식사 → 포천아트밸리 → 허브아일랜드 → 비둘기낭 폭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광릉 → 국립수목원 → 점심식사 → 포천아트밸리 → 허브아일랜드 → 저녁식사, 숙박
둘째 날 : 아침식사 → 비둘기낭 폭포 → 한가원 → 점심식사 → 산정호수 호반 산책로 → 평강식물원 → 산사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포천시청 문화관광 http://tour.pcs21.net/culture/main/index.jsp
국립수목원 www.kna.go.kr, 031)540-2000
허브아일랜드 www.herbisland.co.kr, 031)535-6494
평강식물원 www.peacelandkorea.com, 031)531-7751
한가원 www.hangaone.com, 031)533-8121
포천아트밸리 www.artvalley.or.kr, 031)538-3484
아프리카예술박물관 www.amoa.or.kr, 031)543-3600

문의 전화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067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하차, 대한생명 입구에서 21번 버스(20분 간격) 이용, 국립수목원 입구에서 하차.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서울-의정부, 하루 33회(06:00~21:00) 운행, 약 50분 소요.
대전-의정부, 하루 12회(06:50~19:5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대구-의정부, 하루 5~6회(07:00~18:4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부산-의정부, 하루 6회(07:30∼18:40) 운행, 약 5시간 소요.
의정부버스터미널 입구에서 21번 버스(20분 간격) 이용, 국립수목원 입구 하차.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대전복합터미널 1577-2259,
www.djbusterminal.co.kr 서대구버스터미널 1666-2600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의정부버스터미널 1688-0314, http://의정부터미널.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 IC→퇴계원·구리 방면 47번 국도→광릉 방면 98번 지방도→국립수목원

숙박 정보

허브아일랜드펜션 : 신북면 청신로947번길(허브아일랜드 내), 1644-1997,
www.herbisland.co.kr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5500, www.hanwharesort.co.kr
국립운악산자연휴양림 : 화현면 화동로, 031)534-6330, www.huyang.go.kr

식당 정보

허브갈비 : 허브죽염갈비·허브돼지갈비, 신북면 청신로947번길(허브아일랜드 내),
031)535-6489, www.herbisland.co.kr
만버칼 : 버섯전골, 신북면 아트밸리로(포천아트밸리 내), 031)535-0587,
http://cafe.daum.net/pcartvally
엘름 : 산채정식, 영북면 우물목길(평강식물원 내), 031)531-7751(3~4일 전 예약),
www.peacelandkorea.com
청산별미 : 버섯샤부샤부정식,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www.청산별미.kr

주변 볼거리

아프리카예술박물관, 광릉, 포천뷰식물원, 산사원, 비둘기낭 폭포, 산정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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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