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아중이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꼬리표를 벗어 던질 것인지, 브라운관에 첫 데뷔하는 황정민과는 어떤 앙상블을 빚어낼 것인지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를 통해 그야말로 화려한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아중은 <그바보>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착하기만 한 구동백(황정민)과 함께 도도하지만 사랑에 목말라 하는 톱스타 한지수로 출연하고 있다. 톱스타가 톱스타를 연기한다는 설정은 연기파 배우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극중 캐릭터에 실제 상황을 오버랩하는 이들이 있기에 여배우에겐 특히나 예민한 작업이다. 톱스타 한지수로 분한 김아중을 한창 <그바보> 촬영중인 경기도 평택에서 만났다.
3년 만의 복귀 부담…“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많이 떨었어요”
<미녀는 괴로워>는 기둥과 같은 작품…<그바보>는 과정의 연장
지난 2006년에 출연한 드라마 <별난여자 별난남자>와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이후 휴식기를 갖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김아중은 <그바보>로 3년 만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많이 떨었어요. 특히 괌 촬영에서는 더 긴장했었죠. 감독님의 큐사인이 낯설고 어색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현장 분위기가 좋아 금방 적응할 수 있었어요.”
김아중은 <그바보>에 출연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거의 한 달이나 걸렸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일약 스타가 된 뒤 복귀작을 선별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를 떨쳐버리기 위해 <그바보>를 택했을까.
“<미녀는 괴로워>에서 제가 맡은 ‘제니’라는 캐릭터는 외모는 미녀지만 속은 엉뚱하고 어리바리했죠. 하지만 <그바보> 속 ‘한지수’는 지난 2~3년의 공백기 동안 김아중이라는 배우가 한층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연기하고 싶어요.”
김아중에게 출세작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영향력에 대해 물었다.
“분명 <미녀는 괴로워>는 저의 대표작이고 나무로 치자면 기둥과도 같아요. 배역을 털어내기 위해 작품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완벽한 나무를 위해 가지를 불려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바보>도 그 과정의 연장에 있는 작품이죠.”
‘얼음 공주’라는 닉네임 얻어
김아중은 극중에서 스타라는 이유로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 사랑을 숨기기 위해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6개월 동안 계약결혼을 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약혼을 한 것은 나쁘죠. 저 역시 그로 인해 계약결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라면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실제 연애를 한다면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대방이 밝혀지는 것을 원한다면 당당히 공개할 거예요.”
극중 과정은 무모했지만 결과는 달라진다. 잊었던 미소도 찾게 되고, 진정한 사랑도 알게 된다. 얼마 전에는 황정민을 위해 노래도 부르고 ‘알까기’도 하며 코믹한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게 되면서 점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져요. 이번 촬영에서는 우체국 직원들을 초대해 집들이도 했죠. 긴 막대과자를 입에 물고 게임을 하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질 거 같아요. 구동백을 만나면서 한지수도 밝아지고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김아중은 <그바보>에 출연하며 ‘얼음 공주’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사랑의 아픔으로 극 초반 다소 어두운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억지로 웃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어색하거나 낯설거나 할 때 웃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웃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써요. 그러다 보니 항상 긴장을 하고 조금 힘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바보>는 같은 날 첫 방송된 SBS <시티홀>과의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다. 스타작가와 연출가, 영화배우 출신 주연들의 맞대결, 비슷한 코믹코드 등으로 방영 전부터 호적수로 손꼽히던 두 작품의 명암은 미묘하게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공백은 없어요”
<시티홀>이 15%를 넘는 시청률로 기선을 잡은 것과 달리 <그바보>는 10%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싸움에서는 약간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데다, 첫 미니시리즈라 뭘 이루겠다는 생각을 갖기엔 무리인 것 같아요. 훌륭한 배우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시청률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그게 처음부터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아요.”
특히 <시티홀> 여주인공 김선아와는 같은 소속사 소속으로 “신경전 같은 건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촬영하면서 몇 번 마주쳐서 인사도 하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고마운 분이에요. 서로 잘하자는 분위기죠. 사실 저에게는 너무나 까마득한 선배님이고, 제가 너무 나이 어린 후배라 경쟁하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어요.”
여느 톱스타들의 행보가 그렇듯 이번 작품이 끝나면 한동안 또 꼭꼭 숨어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요. 이제 더 이상의 공백은 없어요. 정말 끊임없이 쉬지 않고 활동할 거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