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③노(盧) 가슴 후벼 판 사람들

‘노심’에 비수 꽂아도… 타협하지 않았다! 굴복하지 않았다! 구걸하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보낸 국민들의 마음속에 ‘인간 노무현’에 대한 향수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있을 땐 몰랐다’는 그리움과 ‘있을 때 잘할 걸’이란 아쉬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자책감에 ‘그냥 그렇게 보낸’ 울분과 탄식이 섞인 전 국민적 애도 물결이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국민들의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 원망과 분노로 격앙되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상처’를 입힌 인사들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노심’에 비수를 꽂은 옛 동지들과 정적들을 추려봤다.

‘영원한 적, 동지 없는’구린 정치판서 수많은 배신 맛봐
친노세력 속속 변절…옛동지 등 돌린 뒷모습에 한숨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탈권위과 수평적 리더십으로 국민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개혁’을 선창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칙’과 ‘소신’이 그의 무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기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뚜렷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행동 하나 하나…
말 한마디에 시비

그러나 정치판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 ‘구린 전통’은 노 전 대통령도 그냥 두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줄곧 ‘가시밭길’이었던 정치인생에서 수많은 배신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난 20여 년 내내 그랬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같은 자리에서 한 시선으로 ‘노(盧)비어천가’를 외친 옛 동지들의 등 돌린 뒷모습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고 행동 하나 하나 또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비를 거는 정적들의 꼬투리 공세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타협하지 않았고 굴복하지 않았으며, 구걸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배신’을 맛보게 해준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13대 총선 때 김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해 13대 총선에서 5공 신군부의 핵심인물인 허삼수(당시 민정당 후보)씨를 누르고 정계에 입문해(부산 동구) 곧바로 이어진 5공 청문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김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쳤다. 김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민정당-통일민주당-공화당)에 나서자 민주화운동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 ‘변절자’라고 맹비난하며 제 발로 뛰쳐나왔다.
결별 대가는 컸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지만 허삼수씨와 다시 맞붙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여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대신 허씨를 “충직한 군인”이라고 거든 결과였다.

이어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996년 15대 총선,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연거푸 물을 마셔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놓고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각종 공식석상에서 “노무현을 괜히 키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의 가슴을 후벼 파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군’들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인제 의원(무소속)과는 경선을 거치면서 완전히 ‘앙숙’으로 돌아섰다. 당초 두 사람 간 관계가 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경선 이후 더욱 벽을 쌓았다.

‘이인제 대세론’이 ‘노풍’에 의해 서서히 함몰되자 다급해진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장인이 6·25 빨치산 활동으로 옥사한 좌익인사란 점을 부각시켜 공격했고,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받아쳐 엄청난 호응을 받았지만 대선 내내 ‘색깔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 의원은 16대 대선을 코앞에 둔 2002년 12월 초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뒤 “노무현 지지율은 광기다. 노풍은 광풍”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4월엔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자 “노무현 정권이 비전도 신념도 없이 낡은 이념과 포퓰리즘에 의존해 생긴 결과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막판에 또 한 번 등에 칼이 꽂히는 아픔을 겪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당시 국민통합21 대표)으로부터다.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의 연이은 참패로 같은 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등 ‘반노’진영의 사퇴 압력을 받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일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던 정 최고위원과 ‘단일화’란 승부수를 던진 것.
이 결과 같은 해 11월, 노 전 대통령이 단일후보로 선출됐으나 정 최고위원은 대선 하루 전날 밤 노 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란 피켓을 보고 “속도위반 하지 말라. 우리에겐 정동영, 추미애도 있다”고 말한 명동 유세 등을 문제 삼아 일방적인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57만표 차로 이기고 극적으로 대권을 거머줬지만 정 최고위원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뒤 포장마차에서 기울인 소주잔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정 최고위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노무현은 배신과 기만의 정치로 표를 얻은 정치꾼”이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정치적 시련 겪자
가신들까지 짐싸

‘대통령 노무현’의 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2004년 3월 헌정사상 최초로 한나라당이 꺼내든 탄핵소추안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
노 전 대통령에게 ‘탄핵 폭탄’을 떨어뜨린 실질적인 주역은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당시 민주당 대표),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이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선대위원장을 맡은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여기서 맞고, 저기서 터지고’
정적은 소리 내 울지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2004년 17대 총선 때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으로 비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처음 거론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정 최고위원과 결별을 감수하고도 치켜세웠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이를 거들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쪽에서 이들 의원과 손발을 맞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이후 불어 닥친 메가톤급 ‘역풍’으로 여의도를 떠났다가 가까스로 다시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탄핵 역풍을 불러온 촛불집회 속에서 국민들의 기대감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것도 잠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보수세력과 잦은 충돌을 빚었고, 사사건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희망의 메신저’에서 ‘원망의 표적’으로 추락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측근들까지 하나둘 떠났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친노세력’들이 속속 변절한 것. 이들은 한때 노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정치적 동지였으나 참여정부 중반 이후 점점 거리를 두더니 ‘뒤뚱뒤뚱’한 정권 말에 이르자 다른 편에 붙거나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천정배 민주당 의원, 강봉균 민주당 의원, 김한길 전 의원….

이들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와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1월)의 일등공신들로 노 전 대통령의 보은 차원으로 참여정부에서 모두 한 자리씩(장관직) 차지했다. 그만큼 비수가 꽂힌 ‘노심’의 아픔이 더했다.
‘배반의 장미’는 열린우리당이 2004년 하반기부터 치러진 각종 재·보선과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수모를 당하면서 싹을 틔웠다. 그 화살이 노 전 대통령에게 날아간 것.

열린우리당 존폐를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과 친정그룹간 신경전은 단순히 의견충돌을 넘어서 감정싸움으로 확전돼 집단탈당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2007년 8월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노 전 대통령이 “지도급 인사들이 열린우리당의 해체나 탈당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하자 두 전직 의장은 “대통령은 더 이상 당의 현안에 상관하지 말라”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가 정동영-김근태의 노 전 대통령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했고 이에 친노그룹이 ‘의리 없는 대통령’이라고 응수하면서 양측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올 들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일부 친노인사 출신들이 ‘노무현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씁쓸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盧)비어천가’서
‘명(明)비어천가’로

노 전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참여정부 핵심 수뇌부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노무현 옷’을 벗은 뒤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2005년 말 시위대 강경진압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것에 불만을 품고 한나라당에 입당, 2006년 7·26 재보선(서울 성북 을)과 지난해 4·9 총선(서울 중구)에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각종 부동산 대책과 행정수도 이전 작업에 충주적인 역할을 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안양 동안갑)로 나섰지만 배지를 달지 못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 장수’란 별명과 인기를 얻은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4·9 총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7년 10월 자신이 직접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의 수사팀으로부터 ‘표적’이 되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전 금융감독위원장), 한덕수 주미대사(전 경제부총리),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도 이명박 정부로 자리를 옮겨 친노계에선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막말을 쏟아낸 각계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난히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앞두고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변질시켜 소요사태가 일어날지 정말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안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법연수원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을 꺼내 들며 감회에 젖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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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