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③노(盧) 가슴 후벼 판 사람들

‘노심’에 비수 꽂아도… 타협하지 않았다! 굴복하지 않았다! 구걸하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보낸 국민들의 마음속에 ‘인간 노무현’에 대한 향수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있을 땐 몰랐다’는 그리움과 ‘있을 때 잘할 걸’이란 아쉬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자책감에 ‘그냥 그렇게 보낸’ 울분과 탄식이 섞인 전 국민적 애도 물결이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국민들의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 원망과 분노로 격앙되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상처’를 입힌 인사들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노심’에 비수를 꽂은 옛 동지들과 정적들을 추려봤다.

‘영원한 적, 동지 없는’구린 정치판서 수많은 배신 맛봐
친노세력 속속 변절…옛동지 등 돌린 뒷모습에 한숨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탈권위과 수평적 리더십으로 국민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개혁’을 선창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칙’과 ‘소신’이 그의 무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기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뚜렷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행동 하나 하나…
말 한마디에 시비

그러나 정치판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 ‘구린 전통’은 노 전 대통령도 그냥 두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줄곧 ‘가시밭길’이었던 정치인생에서 수많은 배신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난 20여 년 내내 그랬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같은 자리에서 한 시선으로 ‘노(盧)비어천가’를 외친 옛 동지들의 등 돌린 뒷모습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고 행동 하나 하나 또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비를 거는 정적들의 꼬투리 공세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타협하지 않았고 굴복하지 않았으며, 구걸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배신’을 맛보게 해준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13대 총선 때 김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해 13대 총선에서 5공 신군부의 핵심인물인 허삼수(당시 민정당 후보)씨를 누르고 정계에 입문해(부산 동구) 곧바로 이어진 5공 청문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김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쳤다. 김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민정당-통일민주당-공화당)에 나서자 민주화운동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 ‘변절자’라고 맹비난하며 제 발로 뛰쳐나왔다.
결별 대가는 컸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지만 허삼수씨와 다시 맞붙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여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대신 허씨를 “충직한 군인”이라고 거든 결과였다.

이어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996년 15대 총선,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연거푸 물을 마셔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놓고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각종 공식석상에서 “노무현을 괜히 키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의 가슴을 후벼 파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군’들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인제 의원(무소속)과는 경선을 거치면서 완전히 ‘앙숙’으로 돌아섰다. 당초 두 사람 간 관계가 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경선 이후 더욱 벽을 쌓았다.

‘이인제 대세론’이 ‘노풍’에 의해 서서히 함몰되자 다급해진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장인이 6·25 빨치산 활동으로 옥사한 좌익인사란 점을 부각시켜 공격했고,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받아쳐 엄청난 호응을 받았지만 대선 내내 ‘색깔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 의원은 16대 대선을 코앞에 둔 2002년 12월 초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뒤 “노무현 지지율은 광기다. 노풍은 광풍”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4월엔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자 “노무현 정권이 비전도 신념도 없이 낡은 이념과 포퓰리즘에 의존해 생긴 결과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막판에 또 한 번 등에 칼이 꽂히는 아픔을 겪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당시 국민통합21 대표)으로부터다.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의 연이은 참패로 같은 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등 ‘반노’진영의 사퇴 압력을 받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일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던 정 최고위원과 ‘단일화’란 승부수를 던진 것.
이 결과 같은 해 11월, 노 전 대통령이 단일후보로 선출됐으나 정 최고위원은 대선 하루 전날 밤 노 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란 피켓을 보고 “속도위반 하지 말라. 우리에겐 정동영, 추미애도 있다”고 말한 명동 유세 등을 문제 삼아 일방적인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57만표 차로 이기고 극적으로 대권을 거머줬지만 정 최고위원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뒤 포장마차에서 기울인 소주잔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정 최고위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노무현은 배신과 기만의 정치로 표를 얻은 정치꾼”이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정치적 시련 겪자
가신들까지 짐싸

‘대통령 노무현’의 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2004년 3월 헌정사상 최초로 한나라당이 꺼내든 탄핵소추안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
노 전 대통령에게 ‘탄핵 폭탄’을 떨어뜨린 실질적인 주역은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당시 민주당 대표),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이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선대위원장을 맡은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여기서 맞고, 저기서 터지고’
정적은 소리 내 울지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2004년 17대 총선 때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으로 비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처음 거론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정 최고위원과 결별을 감수하고도 치켜세웠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이를 거들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쪽에서 이들 의원과 손발을 맞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이후 불어 닥친 메가톤급 ‘역풍’으로 여의도를 떠났다가 가까스로 다시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탄핵 역풍을 불러온 촛불집회 속에서 국민들의 기대감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것도 잠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보수세력과 잦은 충돌을 빚었고, 사사건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희망의 메신저’에서 ‘원망의 표적’으로 추락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측근들까지 하나둘 떠났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친노세력’들이 속속 변절한 것. 이들은 한때 노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정치적 동지였으나 참여정부 중반 이후 점점 거리를 두더니 ‘뒤뚱뒤뚱’한 정권 말에 이르자 다른 편에 붙거나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천정배 민주당 의원, 강봉균 민주당 의원, 김한길 전 의원….

이들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와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1월)의 일등공신들로 노 전 대통령의 보은 차원으로 참여정부에서 모두 한 자리씩(장관직) 차지했다. 그만큼 비수가 꽂힌 ‘노심’의 아픔이 더했다.
‘배반의 장미’는 열린우리당이 2004년 하반기부터 치러진 각종 재·보선과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수모를 당하면서 싹을 틔웠다. 그 화살이 노 전 대통령에게 날아간 것.

열린우리당 존폐를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과 친정그룹간 신경전은 단순히 의견충돌을 넘어서 감정싸움으로 확전돼 집단탈당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2007년 8월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노 전 대통령이 “지도급 인사들이 열린우리당의 해체나 탈당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하자 두 전직 의장은 “대통령은 더 이상 당의 현안에 상관하지 말라”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가 정동영-김근태의 노 전 대통령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했고 이에 친노그룹이 ‘의리 없는 대통령’이라고 응수하면서 양측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올 들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일부 친노인사 출신들이 ‘노무현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씁쓸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盧)비어천가’서
‘명(明)비어천가’로

노 전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참여정부 핵심 수뇌부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노무현 옷’을 벗은 뒤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2005년 말 시위대 강경진압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것에 불만을 품고 한나라당에 입당, 2006년 7·26 재보선(서울 성북 을)과 지난해 4·9 총선(서울 중구)에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각종 부동산 대책과 행정수도 이전 작업에 충주적인 역할을 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안양 동안갑)로 나섰지만 배지를 달지 못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 장수’란 별명과 인기를 얻은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4·9 총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7년 10월 자신이 직접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의 수사팀으로부터 ‘표적’이 되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전 금융감독위원장), 한덕수 주미대사(전 경제부총리),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도 이명박 정부로 자리를 옮겨 친노계에선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막말을 쏟아낸 각계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난히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앞두고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변질시켜 소요사태가 일어날지 정말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안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법연수원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을 꺼내 들며 감회에 젖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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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