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유출 관련 청와대에 호소문 보내
이명박 대통령 전화조차 받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바로 ‘원망’이다. 이는 지난해 7월 노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기록물 유출 문제가 불거지자 이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서신에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주요 서신 내용이다.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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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란 전갈만 받았습니다.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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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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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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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