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 '주식환매'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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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일은 깜깜…개인일은 꼼꼼

[일요시사=사회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일까.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이헌수 실장이 주식 환매 의혹에 연루돼 곤욕을 치루고 있다.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만 해도 시끌시끌한데 신임 간부까지 추문에 휩싸이며 국정원은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에 또 하나의 돌발 악재가 터졌다. 이헌수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주식 환매 의혹이다. 이 실장은 국정원 해외정보 파트에 근무하던 1999년 수십 명의 부하 직원들에게 지인의 화장품회사인 G사를 홍보했다. G사는 이 실장과 절친한 관계였던 Y씨가 운영하던 회사로 Y씨는 이 실장과 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 사이다.

수십명 줄줄이 베팅

이 실장은 Y씨가 지인들로부터 사기를 당해 사정이 어려워지자 Y씨를 돕기 위해 주변에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에게 G사를 소개받은 직원들은 다시 일반인들을 섭외했고, 모두 90여명이 주당 2만원에 비상장 회사인 G사의 주식을 구매했다.

G사의 화장품은 2001년 11월 홈쇼핑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 이 실장의 소개를 받은 투자자들은 지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주당 3만2000원을 받고 Y씨에게 주식을 환매했다. 투자자 모두가 초기 투자 대비 60%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G사는 2003년 7월 생산된 화장품에서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의혹은 이 시점에서 시작됐다.


당시 G사의 주식을 샀던 투자자 일부는 이 실장이 미리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그 전에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또 이 실장 및 국정원 직원들의 환매로 G사가 큰 타격을 입었고, 이 때문에 다른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증언한다.

이런 사실은 Y씨가 G사의 투자자 중 한 명이었던 국정원 전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재판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Y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이헌수가 본인에게 투자 소개를 한 인원은 90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대부분 국정원 직원들이었고, 50∼60%는 아직도 현직에 있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6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같은 사건의 민사재판 증인신문조서를 통해 국정원 직원 20명 이상을 G사에 소개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1인당 투자금액은 1000만에서 2000만원 사이였다고 밝혔다. 이 실장이 Y씨에게 투자를 몰아 준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다음 문제는 이 실장이 G사의 악재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 실장은 서울서부지법 증인신문조서에서 "소비자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 Y씨가 수습 방법을 문의하여 내가 소비자단체와 연락을 취했는데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됐다"며 "Y씨에게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 환매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

실제로 Y씨는 방부제 보도가 터진 7월 이전인 2003년 1∼4월 국정원 직원 등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환매해줬다. 환매 당시 투자수익을 돌려받은 사람은 모두 90여명이었고 이중 이 실장은 모두 9억여원의 투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된 돈은 15억5000여만원이었다.

2003년 7월2일, G사의 방부제 검출 의혹 보도가 전파를 탔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있던 일반 투자자 상당수는 투자금을 모조리 잃고 '깡통' 신세가 됐다. G사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이 실장이 이 같은 악재를 미리 파악했던 건 분명했다. 남은 건 환매의 강제성 여부.

Y씨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환매해 준 15억여원으로 인해 회사가 큰 타격을 입게 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투자자가 국정원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환매해 준 것"이라고 Y씨는 진술했다.


이헌수 실장 부하들에 지인 회사 투자 권유
문제 생기자 투자금 일체반환…압력 있었나

10년이 지난 이 '국정원 환매' 사건은 최근 '댓글 정국'과 맞물려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국정원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국정원 측은 "Y씨가 회사의 자금 흐름이 나아진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환매해 준 것"이라며 "이 실장이 이미 청와대 인사검증 때 자진 신고까지 했는데 아무 문제없다고 청와대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Y씨의 주식을 산적도 없고, 오히려 Y씨가 자금난에 허덕이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내줘 Y씨가 2억여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이 실장이) 집까지 날렸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 역시 "Y씨의 사업이 힘든 상황에서 선의로 직원들을 소개해 준 게 전부"라며 "투자금도 없었고, 돌려받은 돈도 하나 없다"고 해명했다.

Y씨의 민사재판 기록을 살펴보면 1999년 최초 주식 거래 때 국정원 직원들과 G사 간에는 환매 옵션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3월 환매 당시의 주식 가치에 대해 Y씨는 "주당 2만원에 팔았던 주식을 3만2000원에 환매해준 건 투자자들에게 적당한 이익을 안겨주면서 향후 코스닥에 상장됐을 때를 대비한 조치였다"며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회사가 정하는 게 가격"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Y씨는 "환매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실장에게 유리한 상황. 하지만 이 실장의 무리한 투자 몰아주기가 형사 소송을 불렀다는 도의적 책임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투자자는 깡통

G사의 투자자이자 국정원 전 직원인 A씨는 Y씨를 협박하다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이 실장으로부터 G사를 소개받고, 이 회사 주식 3500주를 7000만원에 샀다. 그러나 이 실장의 중개가 화근이었다.

지난 2002년 A씨는 "(이 실장의 투자 유치 사실을) 국정원에 투서하면 당신 친구인 이헌수가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10억원에 되사라고 Y씨에게 요구했다. 더불어 A씨는 이 실장에게도 "당신이 Y씨를 주선했으니 책임지지 않으면 탄원서를 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실장은 서울 인근에서 Y씨를 만나 A씨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설득했다. Y씨 역시 이 실장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해 8억원에 A씨의 주식을 되사줬다. 그리고 2009년, 이 실장이 퇴직하자 A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본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와 범행에 가담한 A씨의 아내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고법에서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A씨의 공갈 혐의를 인정하고, 고법에서 판결된 형을 확정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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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