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정부 '금융사단' 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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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4대 천왕 시대… MB맨 가고 GH맨 온다

[일요시사=경제1팀] 금융 '4대 천왕'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의 금융권 '새판짜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떠날 사람'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올 사람'이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학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MB맨'이 가니 'GH맨'이 오는 꼴이다.


정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4일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장 취임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사퇴압박 이팔성
씁쓸한 퇴장

이에 앞서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물러났으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2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금융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도 7월12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이에 따라 'MB맨'으로 불리던 '김승유·강만수·어윤대·이팔성' 등 금융 4대 천왕 시대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됐다.

4대 천왕 가운데 강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다.

가장 먼저 일선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이 전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에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마저 내려놓으면서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만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이사장직에서 내려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은 아니지만 MB정부 최고 실세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화제와 비판, 그리고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 참모로서 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MB노믹스'를 입안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배경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맡았으며 2011년 초에는 산은금융 회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서울시 인맥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는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까지 지낸 이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줄곧 호실적을 달성해 왔지만 지주의 굵직한 사안이었던 우리금융 민영화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고려대 총장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어 회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고 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금융당국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 금융실세들의 퇴진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누가 내려오느냐'에서 이제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로 옮겨지고 있다.

먼저 청와대는 강 전 회장의 자리에 중앙대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을 임명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새정부 줄사퇴 금융권 새판짜기 본격화
서강학파·인수위 출신 인사들 하마평

금융위는 홍 회장 임명에 대해 "(홍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이며 금융회사 사외이사 및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했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 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행법규상 산업은행장 및 산은금융 회장은 금융위원회장의 임명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법 부칙 5조에 따르면 산은금융 대표이사(회장)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그 밖의 임원은 대표이사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다른 금융그룹 및 공기업은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방식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취임 2∼3개월 전 회추위가 열리고 복수의 후보군을 검증하게 된다.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제공 받고 회장 후보들을 공개모집한다. 사외이사 및 이사회 멤버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는 최소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인력에 대해 일일이 자질을 검증하고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절차 없이 금융위원회가 단독으로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따른다. 회장 후보에 대한 자질을 검증할 만한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홍 회장은 강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5일 만에 회장에 임명됐다. 특히 그는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국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의장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금융업무나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간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와 정부 인선에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비서실장은 성균관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지만 서강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죽 쒀서 남한테 준 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주요직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서강대 출신이 다수다. 우리금융 회장직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후임자가 결정되는 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의장인 이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조만간 회추위를 열고 회장 후보자 추천 및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추위 운영은 이사회의 독립적인 권한으로 향후 세부적인 선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써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그 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윤대 임기 보장
연임여부 불투명

우리금융은 정부가 지분 57%를 가지고 있어 회장 선출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이번에도 역시 정부는 후보군 별로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우리금융 내부 출신으로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순우 현 행장 등의 이름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위원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은행장을 지내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잘 안다. 또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민행복기금 등 박 대통령의 금융 관련 국정철학도 가장 잘 추진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현 행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내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이다. 특히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화경을 만들어주는 리더십의 소유자이자 만년 꼴찌였던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을 우승팀으로 바꿔놓을 정도로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들은 따로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그들이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분야 공약 설계를 진두지휘하며 박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대표적인 '서강학파'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바른금융인포럼 회원인 민 회장은 우리금융 부회장과 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 역시 서강대 수학과를 나왔으며 한빛은행장을 거쳐 2004년에는 우리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서강바른포럼 주축 멤버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지지 금융인(1365명) 선언'을 이끌어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운영위원회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과 주주대표 1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7명으로 회추위를 구성해 후보접수 및 심사를 거쳐 내달 중 최종후보를 추천, 오는 6월10일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후임 인선 착수
정부 입김 작용?

지난달 ISS 보고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KB금융은 어 회장이 물러난 후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KB금융은 26일께 이사회를 열고 회추위 가동에 들어간다. 사외이사 9명 전원이 회추위에 포함되지만 경영진은 제외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입김은 다른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사외 이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이미 KB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인사 검증 자료를 수집해 놨다. 한 인사는 "정부에서 최근 신상 명세와 경력 등을 포함한 기초 자료를 요구해서 넘겨 줬다"고 말했다.


차기 금융지주 회장 누가 오르내리나
이팔성 후임에 김광두·민유성·이덕훈
KB금융지주·미소금융재단 인사도 관심

어 회장 후임 후보로는 산은금융 회장 하마평에 올랐던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임종룔 전 국무총리실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오른 민 회장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서강대 67학번으로 금융계 서강대 인맥의 중심으로 알려진 이덕훈 키스톤 대표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특히 이 대표는 산은금융 회장 인선 때도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검증까지 통과한 상태에서 최종 낙점만 기다리고 있었으나 막판에 '친박계' 금융권 실세인 홍 회장에게 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 달 넘게 공석 상태인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자리에서는 금융원로 3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어 회장 후임 후보로 거론되는 이 대표와 류시열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행, 윤병철 한국 파이낸셜 플래너 협회장이 그들이다.

산은·우리·KB
이덕훈 '주목'

류 전 회장 대행은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부총재까지 지내다 이후 제일은행 은행장과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10년 11월부터 4개월 간 신한금융 회장 대행직을 수행했다.

윤 협회장은 1960년 농협은행에 입행해 한국개발금융 부사장과 한국투자금융 대표이사 사장 및 회장, 하나은행장과 회장을 지냈다. 이 세 후보는 모두 금융계에서는 덕망 있는 원로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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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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