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정부 '금융사단' 로드맵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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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4대 천왕 시대… MB맨 가고 GH맨 온다

[일요시사=경제1팀] 금융 '4대 천왕'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의 금융권 '새판짜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떠날 사람'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올 사람'이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학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MB맨'이 가니 'GH맨'이 오는 꼴이다.


정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4일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장 취임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사퇴압박 이팔성
씁쓸한 퇴장

이에 앞서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물러났으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2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금융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도 7월12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이에 따라 'MB맨'으로 불리던 '김승유·강만수·어윤대·이팔성' 등 금융 4대 천왕 시대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됐다.

4대 천왕 가운데 강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다.

가장 먼저 일선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이 전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에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마저 내려놓으면서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만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이사장직에서 내려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은 아니지만 MB정부 최고 실세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화제와 비판, 그리고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 참모로서 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MB노믹스'를 입안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배경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맡았으며 2011년 초에는 산은금융 회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서울시 인맥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는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까지 지낸 이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줄곧 호실적을 달성해 왔지만 지주의 굵직한 사안이었던 우리금융 민영화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고려대 총장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어 회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고 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금융당국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 금융실세들의 퇴진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누가 내려오느냐'에서 이제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로 옮겨지고 있다.

먼저 청와대는 강 전 회장의 자리에 중앙대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을 임명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새정부 줄사퇴 금융권 새판짜기 본격화
서강학파·인수위 출신 인사들 하마평

금융위는 홍 회장 임명에 대해 "(홍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이며 금융회사 사외이사 및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했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 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행법규상 산업은행장 및 산은금융 회장은 금융위원회장의 임명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법 부칙 5조에 따르면 산은금융 대표이사(회장)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그 밖의 임원은 대표이사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다른 금융그룹 및 공기업은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방식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취임 2∼3개월 전 회추위가 열리고 복수의 후보군을 검증하게 된다.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제공 받고 회장 후보들을 공개모집한다. 사외이사 및 이사회 멤버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는 최소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인력에 대해 일일이 자질을 검증하고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절차 없이 금융위원회가 단독으로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따른다. 회장 후보에 대한 자질을 검증할 만한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홍 회장은 강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5일 만에 회장에 임명됐다. 특히 그는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국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의장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금융업무나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간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와 정부 인선에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비서실장은 성균관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지만 서강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죽 쒀서 남한테 준 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주요직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서강대 출신이 다수다. 우리금융 회장직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후임자가 결정되는 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의장인 이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조만간 회추위를 열고 회장 후보자 추천 및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추위 운영은 이사회의 독립적인 권한으로 향후 세부적인 선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써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그 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윤대 임기 보장
연임여부 불투명

우리금융은 정부가 지분 57%를 가지고 있어 회장 선출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이번에도 역시 정부는 후보군 별로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우리금융 내부 출신으로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순우 현 행장 등의 이름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위원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은행장을 지내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잘 안다. 또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민행복기금 등 박 대통령의 금융 관련 국정철학도 가장 잘 추진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현 행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내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이다. 특히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화경을 만들어주는 리더십의 소유자이자 만년 꼴찌였던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을 우승팀으로 바꿔놓을 정도로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들은 따로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그들이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분야 공약 설계를 진두지휘하며 박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대표적인 '서강학파'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서강대 동문이자 서강바른금융인포럼 회원인 민 회장은 우리금융 부회장과 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 역시 서강대 수학과를 나왔으며 한빛은행장을 거쳐 2004년에는 우리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서강바른포럼 주축 멤버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지지 금융인(1365명) 선언'을 이끌어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운영위원회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과 주주대표 1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7명으로 회추위를 구성해 후보접수 및 심사를 거쳐 내달 중 최종후보를 추천, 오는 6월10일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후임 인선 착수
정부 입김 작용?

지난달 ISS 보고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KB금융은 어 회장이 물러난 후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KB금융은 26일께 이사회를 열고 회추위 가동에 들어간다. 사외이사 9명 전원이 회추위에 포함되지만 경영진은 제외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입김은 다른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사외 이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이미 KB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인사 검증 자료를 수집해 놨다. 한 인사는 "정부에서 최근 신상 명세와 경력 등을 포함한 기초 자료를 요구해서 넘겨 줬다"고 말했다.

차기 금융지주 회장 누가 오르내리나
이팔성 후임에 김광두·민유성·이덕훈
KB금융지주·미소금융재단 인사도 관심

어 회장 후임 후보로는 산은금융 회장 하마평에 올랐던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임종룔 전 국무총리실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오른 민 회장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서강대 67학번으로 금융계 서강대 인맥의 중심으로 알려진 이덕훈 키스톤 대표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특히 이 대표는 산은금융 회장 인선 때도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검증까지 통과한 상태에서 최종 낙점만 기다리고 있었으나 막판에 '친박계' 금융권 실세인 홍 회장에게 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 달 넘게 공석 상태인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자리에서는 금융원로 3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어 회장 후임 후보로 거론되는 이 대표와 류시열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행, 윤병철 한국 파이낸셜 플래너 협회장이 그들이다.

산은·우리·KB
이덕훈 '주목'

류 전 회장 대행은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부총재까지 지내다 이후 제일은행 은행장과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10년 11월부터 4개월 간 신한금융 회장 대행직을 수행했다.

윤 협회장은 1960년 농협은행에 입행해 한국개발금융 부사장과 한국투자금융 대표이사 사장 및 회장, 하나은행장과 회장을 지냈다. 이 세 후보는 모두 금융계에서는 덕망 있는 원로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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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