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스캔들' 역풍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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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경·검 "게임은 지금부터"

[일요시사=사회팀] 경찰이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결과물은 초라하다. 핵심 피의자 소환은커녕 증거 확보조차 미흡한 상황. 이 가운데 경찰은 지휘부 및 총경급 인사를 단행하며, 성접대 수사 지휘부를 모조리 교체했다. 처음부터 의혹만으로 덤볐던 수사. 예고됐던 '성접대 수사' 역풍이 불고 있다.

검찰을 겨눴던 경찰의 칼끝이 무뎌진 사이 경찰이 들고 있던 칼을 청와대가 뺏었다. '성접대 스캔들' 역풍이 그 서막을 알린 것이다.

인사 쓰나미

경찰은 지난 15일 있었던 경무관 인사에서 이세민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총괄하는 경찰 내 요직으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11년 신설한 자리다. 무엇보다 수사기획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사권 독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리기도 하다.

첫 수사기획관은 '수사권 독립'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황운하 경무관이 맡았다. 황 경무관은 부임과 동시에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스캔들을 터트리며 이른바 '검경 갈등'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황 경무관은 지난해 11월 수사기획관에서 경찰수사연수원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수사기획관의 역할과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좌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찰과 마찰을 빚었던 황 경무관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했다는 전언도 들렸다. 실제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4월 퇴임 직후 인터뷰에서 "2011년 초 황운하를 경무관으로 승진시키려 했지만 청와대의 반대로 승진시키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혹 한달째' 증거 미흡 등 수사 지지부진
수사 라인 경질…지휘부 대폭 물갈이 예고

황 경무관에 이어 지난해 수사국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 바로 이 전 기획관이다. 이 전 기획관은 경찰대 1기로 황 경무관과 동기다.

경찰대 1기는 경찰 내에서 소위 '강경파'로 분류된다. 수사권 독립을 처음 부르짖은 것도 경찰대 1기이며, 검찰의 수사 지휘에 반기를 든 것도 모두가 경찰대 1기였다. 경찰대 1기인 이 전 기획관 역시 검경 힘겨루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임을 전후로 검찰을 겨냥한 '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

지난 2월 이른바 '별장 성접대'로 불리는 동영상의 존재가 외부로 노출됐다. 타깃은 검찰이었다. 사회 고위층 다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접대 의혹'의 키맨은 바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경찰의 전략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언론을 창구로 활용해 검찰을 압박했고, 출금금지 요청을 통해 김 전 차관의 실명을 간접적으로 오픈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차관은 내정 6일 만에 성추문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염두에 뒀던 박근혜 대통령은 경찰 수사에 대노했다고 전해진다. 최초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스캔들'은 엉뚱하게도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정부의 심기를 건드는 역효과를 불렀다.


성접대 수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했던 경찰은 조직의 수장인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문책성 경질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비(非) 경대 라인인 이성한 경찰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며 신임 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경찰청장 인사 전 안팎에서는 경찰대 1기 출신인 강경량 전 경기청장의 인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치안총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정복을 벗었다. 그래서 이 청장의 취임은 경찰대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푸념이 들렸다. 성접대 수사를 계기로 청와대가 경찰대에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이 청장은 경찰대를 압박했다. 지난 2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찰대 정원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검란 사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경찰대 축소론과 폐지론이 경찰 내부 인사에 의해 탄력을 받게 된 형국이었다.

성접대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수사 한 달이 되도록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Y씨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Y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이고, 그 실체가 부풀려진 '동영상'의 진위 여부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는 진퇴양난에 빠졌고 이 청장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있었던 경무관급 인사에서 이 전 기획관은 황 경무관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됐다. 경찰 수사라인의 중추에서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좌천된 것이다. 또 이번 성접대 수사 책임자인 김학배 본청 수사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지난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검란' 직후 전주지검으로 좌천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사였다.

출구 전략없어 진퇴양난
검찰 대반격 슬슬 시동

안전행정부 관할인 경찰 인사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경무관급 인사는 반드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 청와대는 이번 경무관급 인사에서 경찰청 교육정책관을 비롯해 충북·대전·광주·강원·울산·대구지방청 차장 등 경무관급 7개 자리를 공석으로 남겼다. 경찰대 출신이 대거 포함된 승진을 청와대가 가로 막은 것. 성접대 수사가 빚어낸 참극이었다.

지난 18일 경찰은 총경급 300명에 대한 정기 인사를 추가로 단행했다. 안팎의 시선은 성접대 수사를 맡고 있는 범죄정보과에 쏠렸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반기수 범죄정보과장은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이동했다.

범죄정보과는 이번 성접대 수사를 기획한 부서로 경찰 수사권 독립의 총아다. 이런 까닭에 반 과장의 인사이동은 범죄정보과의 존립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범죄정보과는 경찰청 정식 직제가 아닌 까닭에 청장 임의로 언제든 해체가 가능한 조직이다.

친 법조계 성향의 박근혜정부도 범죄정보과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사 출신인 곽상도 민정수석은 성접대 수사 착수 후 경찰과 드러나지 않은 마찰을 빚어왔다. 이번 수사 여하에 따라 범죄정보과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칼 뺏은 청와대

현재 성접대 수사를 주도하는 특수수사팀 간부 대부분은 경찰대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휘할 후임은 모두 비 경대 출신이다. 최현락 수사국장은 사법시험 특채,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간부 후보 출신이다. 자의든 타의든 경찰은 이번 인사에서 경찰대를 배제함으로써 검경 다툼에서 한 발 물러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던 핵심 인물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건너 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사권을 얻기 위해 갈았던 '칼'을 청와대가 휘두르면서 거꾸로 '경찰 개혁'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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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