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⑨김의철의 뉴코아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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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힘없이 무너진 '유통공룡 원조'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이마트, 홈플러스 그리고 롯데마트. 국내 할인점 시장 '3강'들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라는 브랜드로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시점은 1993년. 롯데그룹이 롯데마트라는 브랜드로 할인점에 뛰어든 시점은 95년. 삼성물산과 영국 유통기업인 테스코가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로 할인점에 뛰어든 시점은 97년이다.

할인점 원조
킴스클럽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킴스클럽'이라는 브랜드로 '박리다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한 뉴코아그룹이다. 뉴코아그룹은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중도 시장을 겨냥해서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선두그룹. 그 중심에는 김의철 전 뉴코아그룹 회장이 있었다.

42년생인 김 전 회장은 고려대 역도부 출신으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신보일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고 김형종 한신공영 창업주의 눈에 띄어 69년 한신공영에 평사원으로 입사하면서 그의 인생은 첫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한신공영은 김 창업주가 50년 설립, 건설업체로서 70년대 중반 대규모 아파트 분양과 중동건설 붐으로 크게 성장했던 기업이다. 건설부가 발표하는 도급 한도액 순위를 보면 한신공영은 72년 44위에서 73년 19위, 74년 10위까지 성장하지만 97년 법정관리 대상이 된다.

김 전 회장은 입사 2년 만인 71년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동시에 맏사위 자리에 앉게 됐다. 과장 직함을 단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큰딸을 내어줄 정도라면 김 창업주가 얼마나 김 전 회장을 신임했는지 상상이 된다.

김 전 회장은 79년대 초반 사람들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강남 반포 일대의 땅을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거 사들였다. 70년대 초반은 강남 개발 붐이 불기 이전이기 때문에 반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76년부터 김 전 회장이 매입한 토지에 1∼11차로 이어지는 한신공영 신반포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김 전 회장의 통찰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박리다매·24시 연중무휴 국내 최초 도입
무서운 사업 확장…빚 늘더니 IMF때 발목

78년부터 한신공영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아파트 내 상가 분양 이외에 직접적인 유통업 참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신공영은 같은 해 ㈜뉴코아유통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반포에서 30평짜리 뉴코아슈퍼마켓으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80년 한신공영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연건평 9000평 규모의 뉴코아쇼핑센터를 개점하고 1층 슈퍼마켓을 김 전 회장이 직접 운영하게 했다. 영업 개시 후 5개월이 지나면서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81년 한신공영 내 상가사업부가 인력 보강과 동시에 별도의 법인인 ㈜뉴코아로 분리되면서 김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게 김 전 회장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김 창업주의 장남 태영씨가 한신공영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었기에 사위인 김 전 회장의 분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회장직에 오른 태영씨는 뉴코아가 분가된 후 한신공영 내 유통사업부를 두고 83년부터 한신코아백화점 전주점을 시작으로 노원점, 광명점, 성남점, 대전점으로 이어지는 5개의 백화점을 별도로 경영했다. 백화점 명칭은 '한신코아'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한신코아는 추후 한신공영의 해체로 타 유통업체에 인수되어 현재는 '세이브존'이라는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두 번의 터닝포인트
한신공영과 분가

한신공영과 뉴코아의 분리가 마무리된 시점은 93년. 이후 김 전 회장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94년 인첨점과 평촌점에 백화점을 늘렸고 95년 킴스클럽을 설립하면서 창고형 할인점 사업에 진출했다. 94년부터 96까지 3년간 신규 개설한 백화점과 할인점은 17개에 이른다. 김 전 회장에게는 '일벌레' '미스터 불도저' 등과 같은 닉네임이 따라 붙었다. 일에만 매달리는 김 전 회장을 보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2학번 동기들이 왕복항공권을 구입해 거의 강제로 말레이시아로 휴가를 보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김 전 회장은 기존 유통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외삼촌 떡도 싸야 산다'는 뉴코아의 사훈처럼 철저한 '박리다매' 방식을 고수했다. 킴스클럽은 국내 최초로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도입했고 뉴코아에서는 고졸 출신도 능력만 있으면 점포장에 오를 수 있었다. 매년 설에는 김 전 회장이 전국 사업장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계장급 이상 직원에게 '떡값'을 직접 나눠주었으며 월급을 현금으로 줘 월급날에는 총무부서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는 직원들에게 단합과 애사심을 가져왔지만 분명 조직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월급을 현금으로 줬다는 것은 유통업체에는 필수적인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며 회장이 직접 사업장을 일일이 돌며 직원들을 챙겼다는 것은 오너가 아니면 직원들은 뭐 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재계 27위이자 계열사만 18개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 회장 1명의 '원맨쇼'로 운영됐다는 얘기다.

무리한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어줄 직원이 없었으니 점포망 확장에 따른 차입금은 무섭게 늘어났다. 무엇보다 입지가 중요한 유통업의 특성상 당시 기준으로 1개 점포를 확장하는데 최소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됐다. 96년까지 확장한 17개 점포만 따져도 최소 1조7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으로 묶여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저기서 쓴
막대한 차입금

96년 말 기준 뉴코아그룹의 재무상황을 보면 자본금 2117억원, 매출액 2조2788억원, 부채총계 2조5912억원, 자기자본비율 8%, 부채비율 1223%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미금백화점, 미금킴스클럽, 화정백화점, 창원백화점, 창원킴스클럽, 일산백화점, 의정부백화점 등이 97년 말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 역시 막대한 차입금에 의존한 공사였다.

결국 뉴코아그룹은 97년 11월 ㈜뉴코아, 뉴코아종합기획, 뉴타운건설, 뉴타운기획, 시대종합건설, 시대물산, 시대유통, 시대축산 등에 대한 화의신청에 들어가면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주력 기업인 뉴코아는 99년 법정관리를 거쳐 2003년 이랜드가 인수하고 2004년 6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정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98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뉴코아 계열사 가운데 살아남은 뉴타운산업(씨마유통)과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비투올네트를 발판으로 재기를 시도했다. 씨마유통을 통해 98년 부천에 패션쇼핑몰 '씨마1020'을 열었으며 비투올네트를 통해 국내 최초 인터넷 할인쇼핑몰 문을 여는 등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94년 8월부터 95년까지 허위 리스계약서를 작성, 10개 리스사로부터 24차례에 걸쳐 357억여원을 대출받아 빼돌렸으며 1억5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02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2003년 말에는 계열사였던 하이웨이유통과 시대종합건설을 통해 허위재무제표를 작성, 94년 7월부터 96년 11월까지 금융회사로부터 1490억원을 대출받았고 1374억원 상당의 공모 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0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에게는 무리한 점포확장과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독선적인 기업경영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씨마유통·비투올네트로 재기시도하다 무산
오너일가는 커머스재팬·마이토이월드 운영

이후 김 전 회장은 철저한 은둔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전직 임원들이나 측근들도 그의 근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언론 등 각종 매체에서 들리는 소식을 종합하면 자택에서 경제·경영관련 서적을 읽거나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시절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골프도 가끔 즐긴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현재는 당뇨와 심장병으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씨마유통은 외국계 투자회사로 이미 넘어간 상태이며 비투올네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07년 해산간주, 2010년 12월 청산종결됐다. 해산 전까지 김 전 회장의 사위인 박종채씨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딸 재연씨가 이사를, 외동아들인 태훤씨가 감사를 맡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먼저 종채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유식·베이비푸드 유통업체인 커머스파크는 일본 이유식 1위 업체인 와코도의 국내 독입 수입·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2001년 커머스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11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으며 신세계몰, 롯데마트, GS슈퍼마켓, 이마트, 코오롱 W스토어, 홈플러스, CJ올리브영, 농협중앙회 등 국내 대부분의 유통업체와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종채씨의 부인이자 김 전 회장의 딸인 재연씨는 이 회사의 감사 자리에 올라있다.

먹고 살만한
회장님 일가

재연씨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 육아·완구용춤 쇼핑몰인 마이토이월드 사장자리에 올라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본사가 있는 마이토이월드는 한때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2002년 모 신문사로부터 업계 최우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들 태훤씨는 이사를 맡고 있었다. 태휜씨는 2006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토이월드에 대해 "김 전 회장이 가끔 경영자문을 해주시지만 직접적 관련이 없는 독립회사"라며 "아직은 작은 업체들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는 재연씨 대신 김모씨가 사장자리에, 태훤씨 대신 정모씨가 이사자리에 올라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뉴코아그룹은?>

▲1950년 한신공영 설립
▲1978년 ㈜뉴코아유통(별도 법인) 설립
▲1980년 뉴코아쇼핑센터 개점, 뉴코아슈퍼마켓 영업 개시
▲1981년 ㈜뉴코아, 한신공영에서 불리, 김의철 전 회장 대표이사 취임
▲1995년 킴스클럽 설립, 백화점·할인점 등 본격 확장
▲1997년 화의신청 및 그룹 해체
▲2003년 뉴코아, 이랜드에 인수
▲2003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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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