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의 키워드는 이효리도 비도 아니다. 화려한 나비가 되기 위해 날개짓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차세대 ‘섹시 퀸’으로 떠오른 가수 손담비다. 169cm의 훤칠한 키와 시원한 이목구비는 물론 유난히 긴 팔과 다리 덕분에 데뷔 초부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손담비. 일요시사는 창간 13주년 특집 인터뷰로 정규 1집 앨범 타이틀곡 ‘토요일 밤에’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손담비를 만나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처음 시작할 땐 ‘몸치’…지금은 가요계의 ‘섹시 아이콘’
드라마 여주인공 캐스팅…여러 가지 모습 보여줄 계획
손담비는 ‘여자 비’로 불리며 2007년 6월 ‘크라이 아이’로 데뷔했다.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크럼핑을 추는 손담비는 그 당시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 때문인지 ‘크라이 아이’는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가요 프로 1위 눈물 ‘펑펑’
그러다 2008년 4월 ‘배드 보이’를 계기로 그녀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미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해 9월 발표된 ‘미쳤어’는 패러디 신드롬을 이끌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크라이 아이’나 ‘배드 보이’를 부르면서 음악에 대해, 감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처음부터 ‘미쳤어’로 나왔다면 지금의 손담비 느낌을 찾을 수 없었겠죠. 또 ‘여자 비’와 같은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저는 한 가지 색으로만 대중에게 인식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저를 더 많이 깨뜨리고 싶어요.”
손담비는 여섯 장의 싱글 및 미니음반을 발표하고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그녀는 타이틀 곡 ‘토요일 밤에’로 그토록 바라던 가요 프로그램 정상에 섰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쳤어’는 열풍은 강했지만 단 한 차례의 1위도 차지하지 못했다. 난생 처음 1위를 하던 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이 그냥 쏟아지던데요. 1위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80년대 복고의 현대화, 이른바 복고 퓨처리즘에 기반을 둔 댄스곡 ‘토요일 밤에’가 ‘미쳤어’ 때보다 훨씬 반응이 빨리 와, 더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찌르기 춤과 의상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도 고맙고요.”
말이 나와서 손담비에게 “실제 토요일 밤에 뭐하나”라고 물었다.
“집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을 한꺼번에 보는 것을 좋아해요. 또 클럽에 못 가니까 혼자 집에서 즐겨요. 특히 집에 미러볼을 직접 구입해 설치했기 때문에 클럽 못지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미러볼을 상당히 좋아해요.”
손담비가 지금 누리는 주목과 관심은 저절로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그녀는 무대에 서기 위해 5년 전인 2004년부터 준비해 왔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고 특히 2005년 말 혼자 미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마음이 약해질 때가 많았다.
“‘앨범이 나오긴 할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불안해졌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꽤 많았죠. 가장 힘든 건 언어였어요. 말이 안 통하니까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배우는 것도 꽤 힘들었죠.”
“제 섹시는 표정에서 나와요”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랄까, 손담비는 엄정화, 이효리, 서인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섹시 여가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제 무대는 섹시는 아니에요. 하지만 여자 가수라면 섹시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섹시는 꼭 몸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손담비의 원래 꿈은 연기자다. 그동안 연기자 데뷔 의지를 밝혀왔던 그녀는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연기에 처음 도전한다.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드림>에 여주인공 박소연 역에 캐스팅 됐다.
“한 가지 색이 아닌 여러 가지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는 섹시한 느낌이 나지만 가수로 활동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손담비는 상반된 매력의 소유자
무대에선 카리스마…일상에선 털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한 기운을 내뿜는 무대 위의 모습과 다르게 일상에서의 손담비는 털털하다 못해 약간은 순진해 보이는 보이시한 매력의 소유자다. 예전에는 오히려 남자 같은 면이 많았는데 데뷔를 준비하며 조금씩 섬세하고 완벽해지려는 성격이 생겼다. 처음에는 성격 때문에 소속사 대표에게 연습생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연습보다는 친구들 만나느라 허비하는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 어느 날 ‘데뷔하지 말고 그냥 그만 두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서 곰곰이 ‘내가 이걸 안 하면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 거예요. 그 이후로 연습벌레가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