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횡령극> '성균관 스캔들' 풀스토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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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 오른 선비님 "끝까지 오리발"

[일요시사=사회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자두(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유명한 격언이다. 그러나 갓을 고쳐 쓴 건 물론이고 자두 열매까지 따먹다가 걸린 선비가 있다. 바로 최근덕 성균관장. 국내 유림의 대표이자 국내 7대 종교 지도자 중 1명인 최 관장의 공금 횡령 사건을 놓고 성균관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배우 송중기는 지난 2010년 방영된 KBS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이른바 출셋길에 올랐다. 그리고 2013년, 또 다른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최근덕(80) 성균관장은 지난 9일 호송길에 올랐다.

'유림의 수치'
구속수사 망신살

최 관장은 국고보조금 유용과 공금 횡령으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구속 수감됐다. 이른바 '성균관 스캔들'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태다.

앞서 최 관장은 <성균관 스캔들> 방영 당시 "성균관은 우리 전통에서 유일무이한 국립대학이자 국가 경영 인재를 양성한 요람으로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명예훼손"이라며 KBS 측에 드라마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최 관장을 진짜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한국 유림의 수장인 최 관장은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중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관장은 국내 유교 본가인 성균관과 전국 134개 향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 관장은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도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과 함께 나란히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최 관장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됐다. 이 자리에서 최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못돼 최 관장은 영어의 몸으로 재소자들과 함께 밥을 먹는 신세가 됐다.

성균관은 국내 최고의 정통 유학 기관으로 그 역사만 600여년에 달하는 한국 유교의 총아다. 해방 이후부터는 전통 유교의 현대화에 힘쓰며 유학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 관장은 유교 개혁의 선봉장으로 각인돼있다. 성균관 역사 상 '최장수' 수장인 최 관장은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성균관장을 맡았다. 또 2003년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7대 지도자가 '헉'…공금 수십억 꿀꺽
장기집권 중 반대파 표적 "진흙탕 권력 암투"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최 관장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유학과 교수로 임용돼 정년을 마쳤다. 전통 서당에서 교육 받은 마지막 세대인 최 관장은 지난 1955년부터 성균관 사무에 관여해 '성균관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최 관장은 취임 일성으로 "유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개혁이며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유교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실제로 유교 내부의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었는데 종묘 제례에 여성의 참례를 허용하고, 향교의 실무 임원인 장의(掌議)에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등 개혁·개방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림 내부에서는 반대파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방을 앞세운 최 관장은 외부 활동도 활발히 벌였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건 물론 국제유교연합회를 창립,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등을 지냈다.

장기집권 후폭풍
비리고발 이어져

하지만 최 관장은 관장직을 10년 넘게 유지하면서 결국 화를 불렀다. 권력을 장기 독점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림 세력과의 갈등이 표출된 것. 최 관장은 지난 2006년 관장추대위를 만들어 추대위원들이 관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균관 장정(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장정 개정 이후 최 관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최 관장의 이 같은 처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유신 체제를 만든 것에 비견됐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2007년에는 관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재단법인 성균관 이사장에 취임한 조홍규 전 민주당 의원이 최 관장의 임기 연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최 관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

그러나 성균관 측은 "종단의 수장인 성균관장에 대해 이사회장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 연장은 대의원인 전국 유림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최 관장의 임기 연장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월 성균관 부관장인 J씨는 성균관의 치부를 드러냈다. 최 관장이 성균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했다는 폭로였다.

당시 J씨는 최 관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며 "최 관장이 매년 운영자금으로 받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해 아파트를 사는 등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J씨의 내부 고발을 둘러싸고 권력 암투라는 소문이 돌았다. 성균관 부관장 선임을 둘러싼 내분이 고발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성균관 부관장 임명은 유림 원로에게 임명권을 위임받은 성균관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사실상 성균관장이 전권을 쥐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부관장 선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있던 일부 세력이 최 관장을 공격한 것이라는 내부 증언이 이어진 것. 이 때문에 J씨의 고발은 성균관 내부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발의 저의야 어떻든 경찰이 파악한 사건의 진위는 J씨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지난해 6월,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최 관장이 부관장 11명으로부터 매해 운영자금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건네받았고, 이중 일부인 25억2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

또 검찰은 성균관 회계 담당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성균관 운영자금 집행내역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 관장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최 관장은 "운영자금으로 받은 25억2000만원 중 18억여원을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또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는 건 성균관의 오랜 관행"이라는 진술을 덧붙였다.


최 관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의 관건은 J씨 등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헌성금을 낸 J씨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며, 최 관장은 공금을 유용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최 관장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 아닌 관장의 품위유지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최 관장의 입김이 닿았던 성균관 측은 "음해세력이 최 관장에게 씌운 억울한 누명"이라는 탄원과 함께 "성균관의 어려운 재정 때문에 관장이 직접 헌성금을 직접 관리해왔다"고 해명했다. 최 관장과 J씨 측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상황.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 관장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2010년 이후 성균관의 한 해 평균 수입은 15억여원 규모로 전해졌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는 국가보조금과 성균관 유림들로부터 걷어지는 회비를 더한 금액이다.

최 관장은 이 돈을 개인 또는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해왔다. 계좌 사이에 돈도 수억원씩 오갔다. 충분히 개인 유용이 의심받을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관장은 "본인 이전에도 부관장들의 기부금으로 성균관을 운영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밝힌 J씨 측의 주장은 달랐다. J씨는 "최 관장이 펀드에 공금을 투자하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운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늘 관장이 돈을 더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최 관장을 고발한 J씨 등 5명은 "매해 2천만원이 넘는 돈을 성균관에 기부했으나 자금과 관련한 어떠한 말도 관장으로부터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돈을 납입한 사람의 대부분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몰랐다는 설명. 결과적으로 성균관의 자금 운영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내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지난 3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성균관 안팎에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건이 이대로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서울중앙지검이 최 관장의 횡령 사건을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이송하면서 '축소 수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당시 검찰은 비교적 성격이 명확했던 9억7000여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헌성금에 대해 최 관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 관장의 추가적인 피의 사실이 안동지청에서 포착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성균관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사업을 명목으로 매해 8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최 관장의 측근인 성균관 직원 K씨는 한문·예절교재의 제작비용을 과다 책정하는 수법으로 5억4700만여원을 횡령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안동지청은 K씨의 입을 통해 놀라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최 관장이 K씨에게 국고보조금 중 5000여만원을 빼돌릴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K씨에 따르면 성균관은 교재 제작을 주문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대금을 인쇄 업체에 지급하고, 나중에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착복했는데 이중 5000여만원이 최 관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증언이었다.

붙잡힌 K씨는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결재서류와 통장 사본, 인쇄업체와의 거래내용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검찰은 최 관장이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1억7000만원을 마치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은 것으로 속여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

기부금에 국고보조금까지 손대
'1년 수사' 측근들 줄줄이 구속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 관장과 연루된 추가적인 비리 혐의가 계속 쏟아지면서 검찰은 구속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혐의 사실을 모아 한꺼번에 기소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먼저 성균관 교무부장인 Y씨는 국고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성균관이 운영하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원장 L씨도 정부보조금 9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Y씨 등이 최 관장의 제자이자 측근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그들이 빼돌린 돈의 일부가 최 관장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좁혀지는 수사망에 최 관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최 관장과 관련한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성균관 내부의 목소리도 달라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균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올 것이라는 기류가 형성된 것.

K씨가 구속 수감되는 것을 지켜본 한 성균관 관계자는 "최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지연될수록 성균관의 대내외 이미지나 위상은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팎의 따가운 눈총 속에 최 관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유림회관 3층 대강당에서 성균관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최 관장은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유림회관건립에 매진하자"며 "성균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유림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그 연설이 유림들 앞에서 한 마지막 연설이 됐다.

지난 9일 검찰은 부하 직원에게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최 관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을 심사한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혜란 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이 떨어지자 최 관장은 흰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법원에 출두했다. 성균관 관계자 4명이 최 관장의 곁을 지켰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관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원으로 들어간 최 관장은 선비의 상징인 두루마기 대신 범죄자가 입는 수의를 입게 됐다.

혐의 눈덩이
엄정수사 촉구

최 관장 구속 후 몇몇 유림들은 "선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전체 유림의 수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 경북도청년유도회와 안동청년유도회, 유교문화선양회 등 유림단체들은 성명을 냈다. "전국 유림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 관장과 성균관 운영진의 즉각적인 퇴진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최 관장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던 유림 왕조는 그의 구속과 함께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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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