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횡령극> '성균관 스캔들' 풀스토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43:44
  • 댓글 0개

돈독 오른 선비님 "끝까지 오리발"

[일요시사=사회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자두(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유명한 격언이다. 그러나 갓을 고쳐 쓴 건 물론이고 자두 열매까지 따먹다가 걸린 선비가 있다. 바로 최근덕 성균관장. 국내 유림의 대표이자 국내 7대 종교 지도자 중 1명인 최 관장의 공금 횡령 사건을 놓고 성균관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배우 송중기는 지난 2010년 방영된 KBS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이른바 출셋길에 올랐다. 그리고 2013년, 또 다른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최근덕(80) 성균관장은 지난 9일 호송길에 올랐다.

'유림의 수치'
구속수사 망신살

최 관장은 국고보조금 유용과 공금 횡령으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구속 수감됐다. 이른바 '성균관 스캔들'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태다.

앞서 최 관장은 <성균관 스캔들> 방영 당시 "성균관은 우리 전통에서 유일무이한 국립대학이자 국가 경영 인재를 양성한 요람으로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명예훼손"이라며 KBS 측에 드라마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최 관장을 진짜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한국 유림의 수장인 최 관장은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중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관장은 국내 유교 본가인 성균관과 전국 134개 향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 관장은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도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과 함께 나란히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최 관장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됐다. 이 자리에서 최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못돼 최 관장은 영어의 몸으로 재소자들과 함께 밥을 먹는 신세가 됐다.

성균관은 국내 최고의 정통 유학 기관으로 그 역사만 600여년에 달하는 한국 유교의 총아다. 해방 이후부터는 전통 유교의 현대화에 힘쓰며 유학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 관장은 유교 개혁의 선봉장으로 각인돼있다. 성균관 역사 상 '최장수' 수장인 최 관장은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성균관장을 맡았다. 또 2003년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7대 지도자가 '헉'…공금 수십억 꿀꺽
장기집권 중 반대파 표적 "진흙탕 권력 암투"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최 관장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유학과 교수로 임용돼 정년을 마쳤다. 전통 서당에서 교육 받은 마지막 세대인 최 관장은 지난 1955년부터 성균관 사무에 관여해 '성균관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최 관장은 취임 일성으로 "유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개혁이며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유교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실제로 유교 내부의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었는데 종묘 제례에 여성의 참례를 허용하고, 향교의 실무 임원인 장의(掌議)에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등 개혁·개방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림 내부에서는 반대파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방을 앞세운 최 관장은 외부 활동도 활발히 벌였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건 물론 국제유교연합회를 창립,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등을 지냈다.

장기집권 후폭풍
비리고발 이어져

하지만 최 관장은 관장직을 10년 넘게 유지하면서 결국 화를 불렀다. 권력을 장기 독점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림 세력과의 갈등이 표출된 것. 최 관장은 지난 2006년 관장추대위를 만들어 추대위원들이 관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균관 장정(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장정 개정 이후 최 관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최 관장의 이 같은 처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유신 체제를 만든 것에 비견됐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2007년에는 관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재단법인 성균관 이사장에 취임한 조홍규 전 민주당 의원이 최 관장의 임기 연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최 관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

그러나 성균관 측은 "종단의 수장인 성균관장에 대해 이사회장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 연장은 대의원인 전국 유림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최 관장의 임기 연장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월 성균관 부관장인 J씨는 성균관의 치부를 드러냈다. 최 관장이 성균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했다는 폭로였다.

당시 J씨는 최 관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며 "최 관장이 매년 운영자금으로 받은 공금 25억여원을 횡령해 아파트를 사는 등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J씨의 내부 고발을 둘러싸고 권력 암투라는 소문이 돌았다. 성균관 부관장 선임을 둘러싼 내분이 고발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성균관 부관장 임명은 유림 원로에게 임명권을 위임받은 성균관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사실상 성균관장이 전권을 쥐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부관장 선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있던 일부 세력이 최 관장을 공격한 것이라는 내부 증언이 이어진 것. 이 때문에 J씨의 고발은 성균관 내부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발의 저의야 어떻든 경찰이 파악한 사건의 진위는 J씨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지난해 6월,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최 관장이 부관장 11명으로부터 매해 운영자금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건네받았고, 이중 일부인 25억2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

또 검찰은 성균관 회계 담당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성균관 운영자금 집행내역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 관장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최 관장은 "운영자금으로 받은 25억2000만원 중 18억여원을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또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는 건 성균관의 오랜 관행"이라는 진술을 덧붙였다.


최 관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의 관건은 J씨 등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헌성금을 낸 J씨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며, 최 관장은 공금을 유용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최 관장 측은 "헌성금은 공금이 아닌 관장의 품위유지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최 관장의 입김이 닿았던 성균관 측은 "음해세력이 최 관장에게 씌운 억울한 누명"이라는 탄원과 함께 "성균관의 어려운 재정 때문에 관장이 직접 헌성금을 직접 관리해왔다"고 해명했다. 최 관장과 J씨 측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상황.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 관장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2010년 이후 성균관의 한 해 평균 수입은 15억여원 규모로 전해졌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는 국가보조금과 성균관 유림들로부터 걷어지는 회비를 더한 금액이다.

최 관장은 이 돈을 개인 또는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해왔다. 계좌 사이에 돈도 수억원씩 오갔다. 충분히 개인 유용이 의심받을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관장은 "본인 이전에도 부관장들의 기부금으로 성균관을 운영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밝힌 J씨 측의 주장은 달랐다. J씨는 "최 관장이 펀드에 공금을 투자하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운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늘 관장이 돈을 더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최 관장을 고발한 J씨 등 5명은 "매해 2천만원이 넘는 돈을 성균관에 기부했으나 자금과 관련한 어떠한 말도 관장으로부터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돈을 납입한 사람의 대부분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몰랐다는 설명. 결과적으로 성균관의 자금 운영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내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지난 3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성균관 안팎에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건이 이대로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서울중앙지검이 최 관장의 횡령 사건을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이송하면서 '축소 수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당시 검찰은 비교적 성격이 명확했던 9억7000여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헌성금에 대해 최 관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 관장의 추가적인 피의 사실이 안동지청에서 포착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성균관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사업을 명목으로 매해 8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최 관장의 측근인 성균관 직원 K씨는 한문·예절교재의 제작비용을 과다 책정하는 수법으로 5억4700만여원을 횡령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안동지청은 K씨의 입을 통해 놀라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최 관장이 K씨에게 국고보조금 중 5000여만원을 빼돌릴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K씨에 따르면 성균관은 교재 제작을 주문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대금을 인쇄 업체에 지급하고, 나중에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착복했는데 이중 5000여만원이 최 관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증언이었다.

붙잡힌 K씨는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결재서류와 통장 사본, 인쇄업체와의 거래내용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검찰은 최 관장이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1억7000만원을 마치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은 것으로 속여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

기부금에 국고보조금까지 손대
'1년 수사' 측근들 줄줄이 구속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 관장과 연루된 추가적인 비리 혐의가 계속 쏟아지면서 검찰은 구속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혐의 사실을 모아 한꺼번에 기소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먼저 성균관 교무부장인 Y씨는 국고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성균관이 운영하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원장 L씨도 정부보조금 9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Y씨 등이 최 관장의 제자이자 측근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그들이 빼돌린 돈의 일부가 최 관장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좁혀지는 수사망에 최 관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최 관장과 관련한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성균관 내부의 목소리도 달라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균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올 것이라는 기류가 형성된 것.

K씨가 구속 수감되는 것을 지켜본 한 성균관 관계자는 "최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지연될수록 성균관의 대내외 이미지나 위상은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팎의 따가운 눈총 속에 최 관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유림회관 3층 대강당에서 성균관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최 관장은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유림회관건립에 매진하자"며 "성균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유림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그 연설이 유림들 앞에서 한 마지막 연설이 됐다.

지난 9일 검찰은 부하 직원에게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최 관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을 심사한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혜란 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이 떨어지자 최 관장은 흰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법원에 출두했다. 성균관 관계자 4명이 최 관장의 곁을 지켰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관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원으로 들어간 최 관장은 선비의 상징인 두루마기 대신 범죄자가 입는 수의를 입게 됐다.

혐의 눈덩이
엄정수사 촉구

최 관장 구속 후 몇몇 유림들은 "선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전체 유림의 수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 경북도청년유도회와 안동청년유도회, 유교문화선양회 등 유림단체들은 성명을 냈다. "전국 유림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 관장과 성균관 운영진의 즉각적인 퇴진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최 관장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던 유림 왕조는 그의 구속과 함께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