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시월드 능가하는' 처월드

백년손님 옛말…생활비 대주고 기사노릇까지

[일요시사=사회팀]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최근 ‘시월드’에 이은 ‘처월드’로 고민하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고부갈등이 대세였던 반면 최근에는 장모와 사위간의 장서갈등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요즘시대 사위들의 가장 큰 고민 처월드. 시월드를 능가한 처월드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공개한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드라마 <오자룡이 간다>는 장모와 사위지간인 장백로(장미희 분)와 오자룡(이장우 분)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청자는 비단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일부 포함됐는데, 일부 남성 시청자들이 오자룡과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며 전면 공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이혼율이 급증한 원인에 처월드가 일부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된 원인에는 과거 ‘백년손님’으로 불리던 사위를 지금은 철저하게 출가외인으로 취급하는 처가 식구들이 급증하는데 있었다. ‘처월드 증후군’에 시달리는 남성들을 집중 취재했다.

처가댁 생활비
월 300만원

익명을 요구한 20대 후반의 한 기혼남성은 ‘거지근성’에 찌든 처가댁 식구들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며 호소했다. 1살 연하의 처와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결혼한 지 만 2년도 채 안 된 아직 젊은 남성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합격한 뒤 직장을 얻었으나 현재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성실하게 살아왔다.      

고정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업 특성상 몫이 좋을 때는 월 1000만원까지 벌고, 몫이 안 좋을 때는 200만원 정도 벌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들쑥날쑥한 수익 때문에 만 2년 동안 2억원 정도 모아 뒀고 아내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가사와 양육에 힘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처월드’ 식구들이 그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기면서 사이가 하나둘씩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를 제외한 처가 식구들은 장인과 장모, 결혼한 큰오빠, 아직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작은오빠, 막내 여동생으로 대가족이다. 결혼식을 치를 때도 양가 부모님께 손 한번 안 벌리고 혼식비와 신혼여행 모두 자신의 돈으로 해결했다는 남성은 해가 갈수록 뻔뻔해지는 처월드 때문에 이혼 직전까지 갈 뻔했다고 말했다.


고부갈등? 장모-사위 장서갈등 화두
트러블 시작은 경제적 부담 떠넘기기

그의 말에 따른 처가댁 식구들의 태도는 상상 이상으로 뻔뻔했다. 장인은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나이 때문에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었고, 장모는 식당 허드렛일을 도맡고 있었다. 장인·장모는 생계를 꾸려갈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자식들이었다.

큰처남의 경우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항상 돈을 빌리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남성보다 1살 연상인 작은처남은 매제에게 매달 용돈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휴학기간에 공부는커녕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백수놀음을 한다는 것이다. 막내인 여동생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남자관계가 복잡한 처제는 전형적인 된장녀였다.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자라온 막내처제는 명품과 술, 남자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고, 형부에게 매일 용돈을 타서 쓰고 있었지만 이를 당연시하게 생각했다.

젊었을 때 뭣도 모르고 결혼한 것에 대해 후회막심이라며 한탄한 이 남성은 결혼 후 지금까지 처월드 식구들을 부양하고 살아가는데, 정작 자신의 부모에겐 이렇다 할 효도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처가댁에는 매달 300만원 가까이 소비하고 있지만, 꾸려갈 가정생계를 위해 본가에는 월 10만원도 채 보내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

남성은 “아내랑 결혼한 게 아니라 마치 처가댁 식구들 모두와 결혼한 것 같다. 애도 둘이나 되고, 모은 돈 2억으로 앞으로 집도 더 크게 불리거나 현재 사무실도 넓게 확장해서 사람도 고용해야하는데 거지근성으로 똘똘 뭉친 양심 없는 처월드때문에 야망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울화가 치민다”고 격분했다.

친정 우선시 아내
무시하는 장모

최근 4년의 결혼생활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한 남성 김모(34)씨는 친정을 우선시하는 아내와 늘 무시하는 장모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아내가 제사가 있거나 명절 때는 시댁에 가긴 하지만 친정에는 가족행사다 모임이다 이거저것 핑계를 대며 친정을 늘 우선시하는 모습에 김씨는 아내의 행동이 평소 못마땅했다. 하지만 김씨를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장모였다.


이 때문에 아내와 다투기라도 하는 날이면 장모는 “사위가 무능력하다” “내 딸보다 잘난 게 도대체 뭐가 있냐”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었는데 결혼을 허락한 내 실수다” 등의 말로 상처를 주며 늘 아내 편에서 김씨를 무시하는 행동에 결국 4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했다.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임모(37)씨는 처가의 돈 욕심과 장모의 바가지에 아내와의 사이도 틀어진 상태라고 했다. 임씨가 재직하는 회사는 연봉과 상여금, 보너스가 높은 편이었지만 새벽3∼4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등 체력에 한계를 느낄 만큼 힘들었다고 전했다. 주말에 출근하는 것 또한 예사였고 매일 2∼3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기계같은 삶을 살았다.

백수 처남·된장녀 처제에 따박따박 용돈
인격모독 기본…따귀에 무릎 꿇고 빌기도

취미생활 한번 가져본 적 없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다가 몸만 병들고 삶이 피폐해질 것만 같아 큰맘 먹고 이직을 결심했다. 임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공기업으로 이직할 생각이었지만 아내를 비롯한 처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고민이었다고 한다.  

반대 수위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장모는 사돈댁, 즉 임씨의 부모에게 전화해 “임서방이 퇴사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고, 장인과 처남은 막무가내로 임씨 내외 집으로 찾아와 “가장의 자세가 돼있지 않다” “내 딸 어떻게 먹여 살릴거냐” 등 욕과 막말을 섞어가며 인신모독을 했다. 당시 임씨는 쪽잠이라도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지만 처월드 식구가 새벽 3시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난동을 피운 것이었다. 야근을 하고 온 터라 주말에 얘기하자는 임씨의 의견은 무참히 묵살됐고, 아내는 그 옆에서 “아빠가 말씀하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감히 자러 들어가느냐”고 소리쳤다. 그날 오만정이 다 떨어진 임씨는 이혼 직전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처가댁에서 임씨의 진로를 받아들여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고비 넘겼다 싶었는데 임씨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장인이 신장투석 중이라는 것. 임씨의 아내와 처남은 장인과 혈액형이 전혀 달라 신장이식이 불가능했지만 공교롭게도 임씨와 장인의 혈액형이 일치했다. 조직검사를 전부 확인한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당장 장인에게 신장이식을 해달라며 뻔뻔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는 거라며. 가장 운운하며 인격모독 할 때는 언제고, 조직이 일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식을 요구하는 처월드 때문에 임씨는 요즘 단 하루도 편하게 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매일같이 신장이식을 요구하는 처월드의 협박 문자와 전화 때문에 현재는 진심으로 이혼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살이보다
힘든 사위살이

30대 회사원 박모(35)씨는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위살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의 아내는 산후조리와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길 원했고, 박씨 또한 그게 훨씬 안정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덜 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모에게 아이를 맡기며 집도 처가 근처에 있는 지역으로 옮겨 이사를 했다. 무려 왕복 4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출퇴근길이 곤욕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믿고 맡기는 아이 보육소 처가댁이 있어 안심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곤욕스러운 사위살이는 박씨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지치게 만들었다. 장모의 부탁에 걸핏하면 기사노릇을 해야 했고, 마치 아들 대하듯 명령과 요구가 당연시 돼버렸다, 장모의 바람은 끝을 몰랐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장거리 기사 노릇을 하던 어느 날, 박씨와 장모 간 본격적인 장서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모는 전날 회식으로 과음을 한 박씨에게 언제나 그랬듯 장거리 운전을 시켰다. 박씨는 숙취가 채 깨기도 전에 200km가 넘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치밀었고, 음주운전으로 걸릴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마저 들었다. 이에 박씨는 장모에게 “어머님.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가시면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장모는 울그락불그락 열을 올리며 “미리 약속하지 않았냐. 사람이 신뢰가 부족하다” “그렇게 성실하지 못해서 어떻게 가장이라고 할 수 있냐” “기껏 애들 키워줬더니 기사노릇도 못하고 돈이나 잘 벌면서 아이를 맡기지…”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마음에 비수를 꽂은 장모의 막말에 자존심이 찢겨진 박씨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더 이상 네 엄마 기사노릇 못 하겠다”며 사위살이를 청산했다. 아이도 다시 집으로 데려와 아내에게 맡겼다.

박씨는 “장모님이 멀리 있었을 땐 정말 인자하시고 좋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지내니 정말 볼꼴 못 볼꼴 다 봤다. 시월드나 처월드나 어느 한쪽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양가 부모 집과 떨어져 지내는 게 차라리 속 편하고 부부갈등을 최소화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월드 아닌
처월드 대세        

이처럼 예전에는 시월드로 고생하는 여성이 많았던 반면에 최근에는 처월드로 속앓이를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부부싸움 후 아내가 친정을 가게 되면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던 예전과는 달리 자신의 딸 때문에 사위를 꾸짖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남성은 부부갈등 때문에 장모 앞에서 따귀는 물론 무릎 끓고 빌기까지 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양성평등의 시대가 되면서 여성들의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더 늘어가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부 간에 다툼이 생겨 가정생활에 갈등이 생긴다면 ‘시월드’나 ‘처월드’로 더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일차적으로 서로 이해와 수용으로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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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