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도남'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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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서 깨끗한 칼 휘두른다"

[일요시사=사회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자 국민들로부터 가장 부패한 조직으로 불리는 검찰이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바로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한 것. 낙하산 총장이 아닌 검찰 내부로부터 추천된 인사기 때문에 채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 채 검찰 개혁을 완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파도 파도 미담만 나왔다"는 채 총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121일간의 공백 끝에 '채동욱 시대'가 열렸다. 박근혜정부는 첫 검찰총장으로 채동욱 신임 총장을 선택했다. '독이 든 성배'란 우려 속에 채 총장은 지난 4일 취임 일성으로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고 역설했다.

검 내부평가 '굿'
"신망 두터운 리더"

채 총장은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진태 전 대검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받았다. 검찰이 직접 후보자를 낸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검찰 내부의 기대도 높았다. 과거 대통령이 낙점하던 총장과는 그 출발부터 달랐다는 얘기다.

세 후보자가 경합하는 형세 속에 채 총장의 인선을 처음부터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김 전 차장. 그는 7인회 핵심 멤버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과의 인연으로 가장 유력한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더불어 김 전 장관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연이어 인선되면서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김 전 차장 체제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취임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친불교 성향의 김 전 차장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장관의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다수 언론에서는 소 고검장도 유력한 총장 후보로 예측했다. 새 정부 인사의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소 고검장이 총장에 오를 것이란 추측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검찰 소식통은 "그건 검찰 조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소 고검장은 15기로 만약 소 고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선배 기수인 14기 검사는 모조리 사퇴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검찰 조직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결국 이들 외에 남은 한 명의 후보자는 채 총장이었다. 채 총장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검찰 내부 평가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채 총장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하자 한 관계자는 "검란사태 당시 지휘부 중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릴 정도로 신망이 두텁고 상황 판단에 능한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황 장관과의 사이도 김 전 차장보다 덜 껄끄러웠다. 김 전 차장은 황 장관보다 기수는 낮지만 나이는 많았던 것에 반해 채 총장은 기수도 낮고 나이도 어렸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 관행도 깨지 않으면서 황 장관과의 궁합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은 채 총장이었다. 채 총장은 탁월한 업무조정과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능력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소병철 제치고 박근혜정부 첫 총장
오랜만에 착한 청문회 "파도 파도 미담만"

채 총장을 선택한 청와대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채 총장은 '파도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무난히 검증을 통과했다.

'파도남'은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청문회 보좌진들에게 (채 총장에 대해) 봐주지 말고 한 번 파보라고 했더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말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그간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서 보였던 각종 부패 의혹이 채 총장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채 총장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채 후보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도덕성을 갖고 있다"면서 "인사청문회가 아니고 칭찬회 같아서 어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도 "오늘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의 업무 능력을 위주로 청문회를 했던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채 후보자는 그동안 자기 관리를 충분히 잘 해왔다"고 호평했다.

또 정 의원은 "채 후보자의 재산신고 사항을 보니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답지 않게 부인의 재산이 거의 없다"며 그의 도덕성을 추켜세웠다.

채 총장은 검찰 내에서도 '깨끗한 검사'로 통했다. 특수부 검사로 대기업 사건을 주로 담당했으면서도 정치적·금전적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이 현대자동차 비자금 파문 때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했는데 그때 생긴 별명이 '재계의 저승사자'였다"며 "만약 그때 떡값을 받았다면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 안팎의 칭찬 속에 채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그리고 지난 4일 채 총장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취임식을 열고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제가 방파제가 되어 모두 막아내겠다"며 검찰 내부의 쇄신을 주문했다.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건 '채동욱호(號)'가 닻을 내건 것이다.

훈훈한 청문회
미담만 전해져

채 총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검찰 내에서는 범호남권으로 분류된다. 세종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8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들였다.

1995년에는 독일연방법무부에 파견돼 통일법을 연구했으며,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형사부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서울지검 특수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부산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대검 중수과장·중수부장을 지내지 않아 ‘정통’특수통은 아니지만 서울지검 특수2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내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채 총장은 현직 중 '특수통의 최고 좌장'으로 불린다. 또 조직 관리에서는 '덕장(德將)', 업무에는 '맹장(猛將)'으로 불릴 만큼 선후배 간 신망이 두텁고 업무적으로는 굉장히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수사경험과 탁월한 상황 판단력은 채 총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채 총장은 굵직한 정·재계 사건을 도맡아 왔는데 대기업 관련 수사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등 법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인물평이 대부분이다.

채 총장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한데 이어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 사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공금유용 사건 등을 이끌었다.

채 총장은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에선 정계 거물인 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하는 뚝심을 보였다. 삼성 에버랜드 CB 사건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당시 허태학 사장 등을 기소해 검찰의 위신을 세웠다.

또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때에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의혹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을 지휘했고, 2010년 대전고검장 시절에는 '스폰서 검사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당시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은 채 총장을 진상조사단장으로 인선한 이유에 대해 "조직 내 신망과 언론의 신뢰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 총장의 검찰 내 입지를 잘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 일각에서는 "제 식구를 감싼다"는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채 총장은 외부 여론에 맞서 묵묵히 수사를 끌고 나갔다. 이 사건으로 채 총장에 대한 검찰 내 신뢰가 높아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당시 대검 차장으로 있으면서 검찰 간부들과 함께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끌어내린 것도 이 같은 조직 내 신뢰에 기반을 둔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채 총장은 외부적으로는 검찰 개혁의 성과를 내야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추슬러 사분오열된 검찰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외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채 총장에게 주어진 것.

특수통 좌장
검란서 두각

그러나 채 총장은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조직 안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단 검찰 내부의 쇄신을 통해 개혁을 이루겠다는 것. 특히 채 총장이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채 총장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채 총장은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했으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문회 당일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검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여야 모두의 공약"이라면서 "채 후보자는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감찰 강화 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 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채 총장을 추궁했다.

그러자 채 총장은 "중수부 폐지는 반대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패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 보완책이 신속하게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중수부는 폐지하되 중수부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부서를 다시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또 상설특검제 도입과 관련해 "상설특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정확한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새로운 수사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법리적 문제도 없어야 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원론을 밝혔다.

그러면서 채 총장은 "어떤 특검이든 수사권 충돌과 갈등이 있으면 안 된다. 검찰 총장에 취임하면 갈등이 없도록 조화롭게 이끌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특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 총장이 밝힌 개혁 방안은 대체로 검찰 내부 감찰 강화였다. 그는 "감찰기구를 확대 개편하고, 거기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난이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를 대폭 영입, 외부 수사관들이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강구하겠다”며 “감사 과정에서의 심사를 강화해 부적격으로 판단될 시 가차 없이 퇴출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채 총장은 "검사나 수사관이 비리, 불법이익을 취득할 경우, 이를 박탈하는 징계부과금 제도도 적극 도입하겠다"며 "변호사 개업 제한과 관련해서는 법무부와 협의해서 방안을 찾겠다. 비리나 추문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했다.

개혁과 조직안정 양립 가능할까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

청문회장을 떠난 채 총장은 취임식에서도 앞선 입장을 반복했다.

채 총장은 중수부 폐지에 대해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재편하되 부패수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하게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며 거듭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형 부정부패,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와 자본시장 교란사범, 국가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범죄 등 검찰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자리에서 채 총장은 "일반 특수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특수부에서 처리하고 중·대형 사건은 규모와 특성에 따라 맞춤형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검찰 운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정치적 편향성 및 공정성 시비 우려가 큰 사건의 경우 "(특별검사가 아닌) 특임검사 제도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하는 등 정치권의 검찰 개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앞으로 채 총장은 정치권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둔 채 검찰 쇄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기의 검찰?
그래도 우린…

지난해 성추문 검사, 벤츠 여검사 등 잇단 비리·비위로 검찰이 전방위적 개혁 압박을 받은데 이어 사상 초유의 검란으로 한 전 총장이 후배들에게 쫓기듯 퇴임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아직 싸늘하다.

이를 의식한 듯 채 총장은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사의 '처신'을 당부하고 나섰다. 

채 총장 본인도 외부 여론에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권위주의 시절, 검찰의 잘못된 기소와 처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총장 취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지만 여론은 두렵다는 방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게 먼저"라며 "채 총장에게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인사의 말처럼 채 총장이 검찰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이뤄낼지 온 국민의 이목이 신임 총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채동욱은 누구?

   

▲1959년 서울 출생
▲세종고·서울대 졸업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연수원 14기)
▲1995년 독일연방법무부 파견(통일법 연구)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
▲2004년 대전지검 서산지청 지청장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 및 부패방지위원회 파견
▲2006년 부산고검 차장검사
▲2006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11년 대검찰청 차장검사
▲2012년 서울고검 검사장
▲2013년 제39대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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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