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도남'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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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서 깨끗한 칼 휘두른다"

[일요시사=사회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자 국민들로부터 가장 부패한 조직으로 불리는 검찰이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바로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한 것. 낙하산 총장이 아닌 검찰 내부로부터 추천된 인사기 때문에 채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 채 검찰 개혁을 완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파도 파도 미담만 나왔다"는 채 총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121일간의 공백 끝에 '채동욱 시대'가 열렸다. 박근혜정부는 첫 검찰총장으로 채동욱 신임 총장을 선택했다. '독이 든 성배'란 우려 속에 채 총장은 지난 4일 취임 일성으로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고 역설했다.

검 내부평가 '굿'
"신망 두터운 리더"

채 총장은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진태 전 대검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받았다. 검찰이 직접 후보자를 낸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검찰 내부의 기대도 높았다. 과거 대통령이 낙점하던 총장과는 그 출발부터 달랐다는 얘기다.

세 후보자가 경합하는 형세 속에 채 총장의 인선을 처음부터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김 전 차장. 그는 7인회 핵심 멤버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과의 인연으로 가장 유력한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더불어 김 전 장관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연이어 인선되면서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김 전 차장 체제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취임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친불교 성향의 김 전 차장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장관의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다수 언론에서는 소 고검장도 유력한 총장 후보로 예측했다. 새 정부 인사의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소 고검장이 총장에 오를 것이란 추측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검찰 소식통은 "그건 검찰 조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소 고검장은 15기로 만약 소 고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선배 기수인 14기 검사는 모조리 사퇴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검찰 조직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결국 이들 외에 남은 한 명의 후보자는 채 총장이었다. 채 총장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검찰 내부 평가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채 총장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하자 한 관계자는 "검란사태 당시 지휘부 중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릴 정도로 신망이 두텁고 상황 판단에 능한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황 장관과의 사이도 김 전 차장보다 덜 껄끄러웠다. 김 전 차장은 황 장관보다 기수는 낮지만 나이는 많았던 것에 반해 채 총장은 기수도 낮고 나이도 어렸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 관행도 깨지 않으면서 황 장관과의 궁합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은 채 총장이었다. 채 총장은 탁월한 업무조정과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능력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소병철 제치고 박근혜정부 첫 총장
오랜만에 착한 청문회 "파도 파도 미담만"


채 총장을 선택한 청와대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채 총장은 '파도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무난히 검증을 통과했다.

'파도남'은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청문회 보좌진들에게 (채 총장에 대해) 봐주지 말고 한 번 파보라고 했더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말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그간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서 보였던 각종 부패 의혹이 채 총장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채 총장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채 후보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도덕성을 갖고 있다"면서 "인사청문회가 아니고 칭찬회 같아서 어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도 "오늘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의 업무 능력을 위주로 청문회를 했던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채 후보자는 그동안 자기 관리를 충분히 잘 해왔다"고 호평했다.

또 정 의원은 "채 후보자의 재산신고 사항을 보니 권력기관의 고위공직자답지 않게 부인의 재산이 거의 없다"며 그의 도덕성을 추켜세웠다.

채 총장은 검찰 내에서도 '깨끗한 검사'로 통했다. 특수부 검사로 대기업 사건을 주로 담당했으면서도 정치적·금전적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이 현대자동차 비자금 파문 때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했는데 그때 생긴 별명이 '재계의 저승사자'였다"며 "만약 그때 떡값을 받았다면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 안팎의 칭찬 속에 채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그리고 지난 4일 채 총장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취임식을 열고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제가 방파제가 되어 모두 막아내겠다"며 검찰 내부의 쇄신을 주문했다.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건 '채동욱호(號)'가 닻을 내건 것이다.

훈훈한 청문회
미담만 전해져

채 총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검찰 내에서는 범호남권으로 분류된다. 세종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8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들였다.

1995년에는 독일연방법무부에 파견돼 통일법을 연구했으며,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형사부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서울지검 특수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부산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대검 중수과장·중수부장을 지내지 않아 ‘정통’특수통은 아니지만 서울지검 특수2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내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채 총장은 현직 중 '특수통의 최고 좌장'으로 불린다. 또 조직 관리에서는 '덕장(德將)', 업무에는 '맹장(猛將)'으로 불릴 만큼 선후배 간 신망이 두텁고 업무적으로는 굉장히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수사경험과 탁월한 상황 판단력은 채 총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채 총장은 굵직한 정·재계 사건을 도맡아 왔는데 대기업 관련 수사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등 법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인물평이 대부분이다.

채 총장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한데 이어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 사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공금유용 사건 등을 이끌었다.

채 총장은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에선 정계 거물인 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하는 뚝심을 보였다. 삼성 에버랜드 CB 사건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당시 허태학 사장 등을 기소해 검찰의 위신을 세웠다.

또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때에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의혹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을 지휘했고, 2010년 대전고검장 시절에는 '스폰서 검사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당시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은 채 총장을 진상조사단장으로 인선한 이유에 대해 "조직 내 신망과 언론의 신뢰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 총장의 검찰 내 입지를 잘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 일각에서는 "제 식구를 감싼다"는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채 총장은 외부 여론에 맞서 묵묵히 수사를 끌고 나갔다. 이 사건으로 채 총장에 대한 검찰 내 신뢰가 높아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당시 대검 차장으로 있으면서 검찰 간부들과 함께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끌어내린 것도 이 같은 조직 내 신뢰에 기반을 둔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채 총장은 외부적으로는 검찰 개혁의 성과를 내야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추슬러 사분오열된 검찰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외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채 총장에게 주어진 것.

특수통 좌장
검란서 두각

그러나 채 총장은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조직 안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단 검찰 내부의 쇄신을 통해 개혁을 이루겠다는 것. 특히 채 총장이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채 총장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채 총장은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했으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문회 당일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검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여야 모두의 공약"이라면서 "채 후보자는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감찰 강화 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 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채 총장을 추궁했다.

그러자 채 총장은 "중수부 폐지는 반대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패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 보완책이 신속하게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중수부는 폐지하되 중수부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부서를 다시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또 상설특검제 도입과 관련해 "상설특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정확한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새로운 수사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법리적 문제도 없어야 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원론을 밝혔다.

그러면서 채 총장은 "어떤 특검이든 수사권 충돌과 갈등이 있으면 안 된다. 검찰 총장에 취임하면 갈등이 없도록 조화롭게 이끌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특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 총장이 밝힌 개혁 방안은 대체로 검찰 내부 감찰 강화였다. 그는 "감찰기구를 확대 개편하고, 거기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난이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를 대폭 영입, 외부 수사관들이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강구하겠다”며 “감사 과정에서의 심사를 강화해 부적격으로 판단될 시 가차 없이 퇴출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채 총장은 "검사나 수사관이 비리, 불법이익을 취득할 경우, 이를 박탈하는 징계부과금 제도도 적극 도입하겠다"며 "변호사 개업 제한과 관련해서는 법무부와 협의해서 방안을 찾겠다. 비리나 추문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했다.

개혁과 조직안정 양립 가능할까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

청문회장을 떠난 채 총장은 취임식에서도 앞선 입장을 반복했다.

채 총장은 중수부 폐지에 대해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재편하되 부패수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하게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며 거듭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형 부정부패,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와 자본시장 교란사범, 국가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범죄 등 검찰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자리에서 채 총장은 "일반 특수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특수부에서 처리하고 중·대형 사건은 규모와 특성에 따라 맞춤형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검찰 운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정치적 편향성 및 공정성 시비 우려가 큰 사건의 경우 "(특별검사가 아닌) 특임검사 제도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하는 등 정치권의 검찰 개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앞으로 채 총장은 정치권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둔 채 검찰 쇄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기의 검찰?
그래도 우린…

지난해 성추문 검사, 벤츠 여검사 등 잇단 비리·비위로 검찰이 전방위적 개혁 압박을 받은데 이어 사상 초유의 검란으로 한 전 총장이 후배들에게 쫓기듯 퇴임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아직 싸늘하다.

이를 의식한 듯 채 총장은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사의 '처신'을 당부하고 나섰다. 

채 총장 본인도 외부 여론에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권위주의 시절, 검찰의 잘못된 기소와 처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총장 취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지만 여론은 두렵다는 방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게 먼저"라며 "채 총장에게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인사의 말처럼 채 총장이 검찰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이뤄낼지 온 국민의 이목이 신임 총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채동욱은 누구?

   

▲1959년 서울 출생
▲세종고·서울대 졸업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연수원 14기)
▲1995년 독일연방법무부 파견(통일법 연구)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
▲2004년 대전지검 서산지청 지청장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 및 부패방지위원회 파견
▲2006년 부산고검 차장검사
▲2006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11년 대검찰청 차장검사
▲2012년 서울고검 검사장
▲2013년 제39대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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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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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