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개막> 9개 구단 유망주 '헤쳐모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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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루키들의 살벌한 주전경쟁

[일요시사=경제1팀] 프로야구의 개막. 겨우내 기다리던 프로야구가 정상의 깃발을 향한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올 시즌은 신생 NC다이노스의 참가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수들은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분주해졌다. 특히 신인들이 시범경기부터 눈에 띄는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9개 구단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신인들을 꼽아봤다.



한화 이글스-'고졸 신인포수' 한승택

독수리 군단의 새 사령탑 김응룡 한화이글스 감독은 경기 흐름을 리드하는 포수 자리에 고졸 신인 한승택을 '콕' 찝었다. 김 감독은 한승택에 대해 "체격은 작아도 포수로서 갖출 건 다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승택은 한화의 '포수 부재'를 해결할 새로운 희망이다.

한승택은 덕수고 시절부터 유명한 포수였다.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타고난 수비실력에 시범경기에서 '발야구' 부활을 꿈꾸는 두산 선수들의 도루를 두 차례나 저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타격도 10타수 3안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다. 경험 부족이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한승택은 아무래도 타자 분석이나, 경기 운영 능력 등이 취약하다. 하지만 성장속도가 빠르다. 청소년대표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나다. 시범경기에 꾸준히 선발 마스크를 쓰며 경험도 쌓았다.

선수 자신도 군더더기 없고 인상적인 송구능력을 선보이면서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가 갖춰야할 강한 어깨, 블로킹, 투수리드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한승택이 고졸 신인으로 주전 마스크를 쓴다면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 된다. 역대 최초의 고졸 루키 주전 포수의 탄생이 기대된다.

LG 트윈스-'신인왕 노리는' 강승호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나왔다. 고졸 신인 강승호가 LG의 역전승을 이끈 것. 이날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강승호는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이라는 맹타를 휘둘렀다.

북일고를 졸업한 강승호는 LG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야심차게 지명한 기대주다. 고교 시절부터 뽐내온 타격실력이 LG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강승호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인 유격수-3루수 라인을 오지환-정성훈이라는 선배들이 탄탄하게 지키고 있지만 뛰어난 타격실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에 수비 실력을 조금만 보완한다면 올 시즌 대타 혹은 대수비 요원으로의 선택을 예상케 한다.

미디어데이서 강승호는 "신인왕은 생각하지 않고 올해는 신인다운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며 "넥센의 강정호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공격과 수비가 다 잘되는 그런 유격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 와이번스-'마운드 다크호스' 여건욱

SK 와이번스의 우완투수 여건욱은 사실 '중고신인'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1 시즌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감투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팀에 합류했다.

SK는 현재 지난해 팀의 승리를 이끈 정우람은 군대로, 마무리 박희수는 부상으로 마운드 전체가 비상이다. 여기에 여건욱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여건욱은 그간 SK의 두터운 투수진에 밀려 좀처럼 1군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입단 첫해 단 2경기 출전이 1군 무대 전부다. 팀은 '위기'지만 개인으로서는 '기회'인 셈이다.

이미 여건욱은 직구 평균 구속을 140km 이상으로 올리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세 가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상태다.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최고 구속은 146km,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여건욱이 SK 마운드의 다크호스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언젠간 부른다" 연습 또 연습
시범경기부터 눈에 띄는 활약

넥센 히어로즈-'차세대 잠수함' 한현희

넥센 히어로즈에 '잠수함의 전설' 이강철 코치는 요즘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핵잠수함' 김병현과 '신형잠수함' 한현희 때문이다. 지난해 경남고를 졸업하고 전체 2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2년차 신인, 한현희가 넥센 불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무기로 갖춘 한현희는 시범경기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줬다.

'소포모어징크스'도 없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은 2년 차 징크스라 불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는다. 그런데 한현희는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1년차 때 경험한 2군행이 두둑한 배짱과 '싸움닭' 기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조력자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한현희는 중고등학교때까지 사이드암 투수코치를 만난 적이 없다. 이 코치는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 기록과 잠수함 투수로 152승을 달성한 대투수 출신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이 코치의 지도로 단점이었던 하체도 보완했다. 제구력만 정확하게 잡는다면 올 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리틀 류현진' 노성호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9구단 NC 다이노스에 '리틀 류현진'이라고 불리는 노성호가 새로운 '괴물'로 떠오르고 있다. 2012 드래프트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기대주 노성호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다.

올해에는 넥센의 5선발로 출전한다. 노성호가 리틀 류현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투구폼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류현진, 손민한,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의 투구폼을 따라하면서 자신만의 투구폼을 고민했다. 그중 류현진의 폼을 따라 던진 공이 가장 묵직했고 그때부터 그 폼을 자신만의 폼으로 담아냈다.

최대 강점은 다양한 레퍼토리다.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각종 구종을 가졌고 182cm, 89kg의 당당한 체구도로 타자를 주눅들게 한다.

김경문 NC 감독은 노성호를 5선발로 확정했다. 김 감독은 "노성호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며 "이재학, 노성호 두 선수가 외국인 선수들의 뒤를 받쳐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아 타이거즈-'새끼호랑이' 고영우

'호랑이 군단'에 '새끼호랑이'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성균관대 출신 내야수 고영우다. 183cm에 80kg으로 신체조건이 뛰어난 고영우는 특급 내야수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게다가 발이 빠르고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대학 3, 4학년 시절 49경기에 출전해 156타수 47안타 20도루를 기록했다. 실책은 단 8개 뿐이었다. 2010년 대학야구선수권에서는 타격상을, 2011 대학야구 하계리그에서는 도루상을 수상할 만큼 정교함과 스피드가 최대 강점이다.

선동렬 기아 감독은 고영우에 대해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다"고 말했다. 고영우는 시범경기에서 과감한 스윙으로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고, LG 특급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범호, 최희섭, 안치홍, 김선빈으로 이어지는 기아의 내야수 라인에 든든한 백업 요원 1명이 탄생한 것이다. 기아는 시범경기에서 1위를 달성했다. 고영우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 기아의 초반 기세를 시즌 1위로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군 노리는 새내기들의 패기 
"선배님들 계속 긴장하세요"

롯데 자이언츠-'확실한 눈도장' 조홍석

먼 길을 돌아왔다. 조홍석은 '삼수생'이자 '악바리'로 통한다. 고교 3학년 시절 황금사자기 광주일고전에서 무릎 뼈가 골절된 상태로 19회 연장을 다 뛰었다. 경기는 이겼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구단이 그를 외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1년에 가까운 재활을 거쳐 대학에 돌아온 그는 2학년부터 필드에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시 지명을 받는데 실패했고 조홍석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원광대에 편입해 야구를 계속했다. 이런 그를 롯데 자이언츠가 주목,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을 받게 됐다.

구단에 확실한 눈도장도 찍었다. 지난 2월18일 조홍석은 일본 가고시마 캠프를 떠나 중도 귀국했다.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을 보였기 때문인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정밀 검진에서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은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체격이 왜소해 파워가 떨어지지만 외야수로서 최대 강점인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 빠른 발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홍석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지난 92년 염종석 현 1군 불펜코치 이후 20년 동안 신인왕이 없었던 롯데에서 조홍석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제2 류중일' 정현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정현은 팀 내 신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다. 181cm, 84kg의 다부진 체격의 정현은 강한 어깨와 안정된 수비력, 정확한 송구력을 자랑한다. 특히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이런 그가 현역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야구대통령' 류중일 삼성 감독의 훈련을 받았다. 정현에게서 류 감독의 보습이 투영되는 이유다. 류 감독은 "정현은 타고난 내야수"라며 "삼성을 이끌 미래의 내야진 에이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류 감독을 넘겠다는 각오다. "1군 진입이 목표"라는 각오를 밝힌 정현은 "주루와 수비가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감독님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코치진이 정현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김용국 수비코치는 정현에 대해 "27∼28세 선수와 같은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SK 타격코치 시절 최정을 직접 가르친 김성래 수석코치는 "정현은 최정의 신인 때 모습과 비슷하다. 2∼3년 후 크게 될 선수"라고 했다. 하나를 가르치면 그 이상을 보완해 온다는 설명이다. 주루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1군 백업 활용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뚝심의 열정맨' 김인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 베어스의 지난 일본 전지훈련에서 '김인태'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47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한 신인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북일고를 졸업한 김인태는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96타수 39안타 3홈런 25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5툴 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쳤다. 고교 2학년 시절에는 투수를 겸업하며 145km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2013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1군 선배들을 긴장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인태의 포지션 외야수는 여느 구단 보다 두산이 특히 경쟁이 심하다. 이종욱, 김현수, 임재철, 민병허, 정수빈, 박건우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인태에게는 신인의 패기와 열정이 있다. 훈련기간 휴식일에도 개인훈련에 나섰고 하루 1000번씩 배트를 휘두르며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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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