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설쳐대는’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

멀쩡해도 정신병자로 만들어 드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정상인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정신병원 강제 감금에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입원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상인도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하면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강제로 감금된다. 이처럼 브로커는 병원과 의뢰인 중간에서 돈을 받고 연결을 시켜주는데 문제는 돈만 있으면 정상인도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권유린의 숨은 가해자,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올 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기구한 법대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부모와 친분관계에 있는 백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외모의 남성이 응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끌려갔다. 그 법대생은 여전히 백 사장이라는 인물을 돈 받고 부모와 병원을 연결시켜준 브로커라고 의심하고 있고, 또 갑자기 백 사장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짜고짜 다가와
수갑 채워 끌고가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지인이 있었다는 남성을 취재한 결과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남성의 지인 A씨는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기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A씨는 평생 잊혀 지지 않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을 향해 길을 걷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4명의 남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그에게 다가와 “같이 가시죠”라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응급차에 태워 서울 모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건장한 남성들은 바로 ‘사설응급환자이송단’이었다. 당황한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순히 끌려가야 했다. 당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급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는 남성이 나와 의사 자격증과 정신병원 소환증을 내밀며 “한정치산자로 의심돼 구금 조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A씨에겐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고,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악몽 같은 1년이 시작됐다. 

의뢰인·병원 중간고리 역할 “돈 받고 연결”
수백만∼수천만원 원장에 주고 수수료 챙겨


A씨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병원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병동의 스산한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전문의와 검사 후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입원실로 이동했다. A씨는 전문의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날 여기에 가두라고 한 것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한 검사 후 진단서를 기다리라는 대답뿐 이었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이 가득한 폐쇄병동에 도착한 정상인 A씨는 병원 내 여느 환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당시 남성에게 “전화나 편지는 어림도 없다. 담당의에게 ‘외부로 편지 좀 부쳐달라’고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영원히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소름끼쳤고 그땐 정말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큰 반발을 하지 않아 정신과 약만 복용하며 지냈으나, 그가 지금도 끔찍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감금당하며 사람이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 40대 여성이 보호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 A씨처럼 정상인으로 보였던 한 젊은 남성이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된 정신질환자로부터 목을 졸리거나 폭행당하는 모습, 남성 간호사들의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병원에서 왕은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고 환자는 노리개나 노예일 뿐이었다. 병원 내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A씨도 그렇게 타 환자들처럼 평생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는 듯 삶을 포기한 상태로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A씨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 전문의에 의해 정상인 진단을 받아 가까스로 약 1년여 만에 정신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뢰인-브로커-원장
검은 돈거래 난무

병원에서 퇴원조치를 받은 A씨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 응급조치단에 의해 끌려간 병원부터 시작해서 구금조치를 내린 기관 등을 백방으로 알아본 바, A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계획된 음모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수년 동안 아내와 다툼을 이어오던 중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혼을 바랐던 아내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하나 앓고 있지 않았던 A씨가 어떻게 쉽게 강제 구금을 당했던 것일까.

구금 성사가 이뤄진 데에는 제3자인 정신병원 브로커에 있었다. 정신병원 브로커는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받고 후에 정신병원 원장과 합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병원 원장은 브로커가 대신 받은 수천만원 중 대부분을 가져가고 브로커는 이의 일부인 수수료 몇 백만원을 챙긴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사람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힌 뒤, 뇌 운동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장시간 감금당한다. 물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정신과 치료 및 방문 내역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항의를 하지만, 병원까지 끌려가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인이라도 개인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수십개의 사소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일반인들도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 ‘안면인식장애’ ‘목성공포증’ 등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환임에도 불구 병원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 곧바로 일반인을 심각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식인 것이다.

지난해 전주의 모 정신병원 재단 이사장이 환자유치를 위해 역으로 환자유치 브로커와 사설응급환자이송단에게 환자 알선비, 일명 ‘통값’으로 보험환자 40만∼50만원, 보호환자 20만∼30만원 등 총 1억189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에서 환자를 강제로 픽업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비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를 소개받은 뒤 보호사들을 보내 환자를 강제로 픽업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이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환자관리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체제의 무서운 점은 병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인 불특정다수를 데려다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 또한 기준점 없는 허술한 복지체제의 이점을 노리고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했던 것이다. 

일부 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수시로 때리고 격리 및 강박했으며 병원 운영진은 가혹행위를 알면서 서신검열, 전화제한, 간호일지 조작 등을 통해 부당행위를 은폐하거나 묵인했다.

가혹행위 알면서…
부당행위 은폐

뿐만 아니라 강제입원과정에서 환자들은 보호사에 대한 원한이 생겼으며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난폭, 중증 환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입원시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철저히 행동제한을 가하자 환자들의 보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됐다. 월 120만∼140만원 정도를 받는 보호사들은 환자 픽업, 밤낮 2교대 근무, 1명당 60명의 환자관리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시를 거부하는 환자를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보호사들의 환자 가혹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며 일부 간호사가 퇴직하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격리실에서 주로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과도한 격리와 강박을 묵인하고 방치한 의사, 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5명을 추가로 소환했다.

이러한 인권유린 시스템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곳은 비단 정신병원 뿐만은 아니다. 인권유린의 핵심인물인 브로커와 응급환자이송단 역시 눈앞의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하고 유선전화를 설치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정상인 몇달에서 길게는 평생 감금
병자 1명당 국가서 월 50만원 지원

경기도의 모 정신병원의 경우 불과 전화 한 통화로 의사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약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브로커가 전국 암암리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대대적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정신병원 측과 브로커, 응급이송단의 사리사욕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상인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법률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조차 초미의 관심도 두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신병원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정상인을 막무가내로 잡아다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사지를 묶거나 외부와의 연락단절, 폭행·감금 등 정신병원은 나날이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입원환자를 늘리기 위해 브로커·응급이송단에 뒷돈을 주거나, 필수항목인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피하기 위해 타 병원으로 보냈다 다시 돌려받는 등 불법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어도…
“제도 개선해야”

브로커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인터넷과 SNS, 유선전화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발품을 팔아 정상인임에도 밥벌이할 능력이 없거나 삶을 포기한 자들을 달콤한 말로 꾀어 강제로 데려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정신병원과 브로커 사이의 검은 거래에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정상인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원 강제구금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다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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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