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설쳐대는’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

멀쩡해도 정신병자로 만들어 드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정상인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정신병원 강제 감금에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입원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상인도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하면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강제로 감금된다. 이처럼 브로커는 병원과 의뢰인 중간에서 돈을 받고 연결을 시켜주는데 문제는 돈만 있으면 정상인도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권유린의 숨은 가해자,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올 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기구한 법대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부모와 친분관계에 있는 백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외모의 남성이 응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끌려갔다. 그 법대생은 여전히 백 사장이라는 인물을 돈 받고 부모와 병원을 연결시켜준 브로커라고 의심하고 있고, 또 갑자기 백 사장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짜고짜 다가와
수갑 채워 끌고가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지인이 있었다는 남성을 취재한 결과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남성의 지인 A씨는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기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A씨는 평생 잊혀 지지 않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을 향해 길을 걷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4명의 남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그에게 다가와 “같이 가시죠”라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응급차에 태워 서울 모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건장한 남성들은 바로 ‘사설응급환자이송단’이었다. 당황한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순히 끌려가야 했다. 당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급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는 남성이 나와 의사 자격증과 정신병원 소환증을 내밀며 “한정치산자로 의심돼 구금 조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A씨에겐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고,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악몽 같은 1년이 시작됐다. 

의뢰인·병원 중간고리 역할 “돈 받고 연결”
수백만∼수천만원 원장에 주고 수수료 챙겨


A씨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병원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병동의 스산한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전문의와 검사 후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입원실로 이동했다. A씨는 전문의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날 여기에 가두라고 한 것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한 검사 후 진단서를 기다리라는 대답뿐 이었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이 가득한 폐쇄병동에 도착한 정상인 A씨는 병원 내 여느 환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당시 남성에게 “전화나 편지는 어림도 없다. 담당의에게 ‘외부로 편지 좀 부쳐달라’고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영원히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소름끼쳤고 그땐 정말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큰 반발을 하지 않아 정신과 약만 복용하며 지냈으나, 그가 지금도 끔찍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감금당하며 사람이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 40대 여성이 보호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 A씨처럼 정상인으로 보였던 한 젊은 남성이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된 정신질환자로부터 목을 졸리거나 폭행당하는 모습, 남성 간호사들의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병원에서 왕은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고 환자는 노리개나 노예일 뿐이었다. 병원 내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A씨도 그렇게 타 환자들처럼 평생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는 듯 삶을 포기한 상태로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A씨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 전문의에 의해 정상인 진단을 받아 가까스로 약 1년여 만에 정신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뢰인-브로커-원장
검은 돈거래 난무

병원에서 퇴원조치를 받은 A씨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 응급조치단에 의해 끌려간 병원부터 시작해서 구금조치를 내린 기관 등을 백방으로 알아본 바, A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계획된 음모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수년 동안 아내와 다툼을 이어오던 중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혼을 바랐던 아내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하나 앓고 있지 않았던 A씨가 어떻게 쉽게 강제 구금을 당했던 것일까.

구금 성사가 이뤄진 데에는 제3자인 정신병원 브로커에 있었다. 정신병원 브로커는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받고 후에 정신병원 원장과 합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병원 원장은 브로커가 대신 받은 수천만원 중 대부분을 가져가고 브로커는 이의 일부인 수수료 몇 백만원을 챙긴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사람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힌 뒤, 뇌 운동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장시간 감금당한다. 물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정신과 치료 및 방문 내역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항의를 하지만, 병원까지 끌려가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인이라도 개인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수십개의 사소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일반인들도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 ‘안면인식장애’ ‘목성공포증’ 등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환임에도 불구 병원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 곧바로 일반인을 심각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식인 것이다.

지난해 전주의 모 정신병원 재단 이사장이 환자유치를 위해 역으로 환자유치 브로커와 사설응급환자이송단에게 환자 알선비, 일명 ‘통값’으로 보험환자 40만∼50만원, 보호환자 20만∼30만원 등 총 1억189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에서 환자를 강제로 픽업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비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를 소개받은 뒤 보호사들을 보내 환자를 강제로 픽업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이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환자관리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체제의 무서운 점은 병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인 불특정다수를 데려다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 또한 기준점 없는 허술한 복지체제의 이점을 노리고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했던 것이다. 

일부 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수시로 때리고 격리 및 강박했으며 병원 운영진은 가혹행위를 알면서 서신검열, 전화제한, 간호일지 조작 등을 통해 부당행위를 은폐하거나 묵인했다.

가혹행위 알면서…
부당행위 은폐

뿐만 아니라 강제입원과정에서 환자들은 보호사에 대한 원한이 생겼으며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난폭, 중증 환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입원시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철저히 행동제한을 가하자 환자들의 보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됐다. 월 120만∼140만원 정도를 받는 보호사들은 환자 픽업, 밤낮 2교대 근무, 1명당 60명의 환자관리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시를 거부하는 환자를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보호사들의 환자 가혹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며 일부 간호사가 퇴직하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격리실에서 주로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과도한 격리와 강박을 묵인하고 방치한 의사, 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5명을 추가로 소환했다.

이러한 인권유린 시스템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곳은 비단 정신병원 뿐만은 아니다. 인권유린의 핵심인물인 브로커와 응급환자이송단 역시 눈앞의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하고 유선전화를 설치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정상인 몇달에서 길게는 평생 감금
병자 1명당 국가서 월 50만원 지원

경기도의 모 정신병원의 경우 불과 전화 한 통화로 의사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약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브로커가 전국 암암리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대대적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정신병원 측과 브로커, 응급이송단의 사리사욕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상인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법률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조차 초미의 관심도 두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신병원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정상인을 막무가내로 잡아다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사지를 묶거나 외부와의 연락단절, 폭행·감금 등 정신병원은 나날이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입원환자를 늘리기 위해 브로커·응급이송단에 뒷돈을 주거나, 필수항목인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피하기 위해 타 병원으로 보냈다 다시 돌려받는 등 불법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어도…
“제도 개선해야”

브로커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인터넷과 SNS, 유선전화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발품을 팔아 정상인임에도 밥벌이할 능력이 없거나 삶을 포기한 자들을 달콤한 말로 꾀어 강제로 데려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정신병원과 브로커 사이의 검은 거래에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정상인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원 강제구금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다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