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CF에 나오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카피가 시선을 끌고 있다. 탤런트 연미주에게는 이 문구가 가슴에 와 닿을 듯싶다. 그동안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과 사고까지 겹치며 불운한 나날을 보냈던 연미주가 2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7일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가든 테라스에서 만난 연미주의 얼굴에는 집에 돌아왔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보트 사고·소속사 법적 분쟁·열애설…‘2년 만에 컴백’
‘귀여운 악녀’ 박경애 역…푼수끼도 있고 귀여운 이미지
연미주는 지난 2007년만 해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인 연기자였다. SBS <연인>, KBS 2TV <헬로우! 애기씨> 등을 통해 도시적인 외모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앞으로 스타 연기자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러던 연미주는 소속사와의 갈등과 급작스런 사고로 2년여 동안 브라운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2008년 여름 수상스키를 타던 중 불의에 사고로 어깨, 늑골 골절, 골반분쇄, 정강이 분쇄 골절 등 전치 72주의 진단을 받은 연미주는 연기 복귀는커녕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당시 상태는 심각했다.
‘경애’는 실제 성격과 딱!
“당시 경기도 양수리에서 친한 친구들과 땅콩보트를 즐기다 사고가 났어요. 어깨, 늑골 골절, 골반분쇄, 정강이 분쇄 골절 등을 당해 1년6개월 이상 병원신세를 졌어요.”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병상에 있던 중 소속사와 법적 분쟁까지 겪었다. 현 소속사와 사기혐의와 계약의무위반 혐의로 12억원의 민사 및 형사소송을 당했다. 결국 합의점을 찾아 극으로 치닫던 관계는 회복했지만 너무 괴로운 시기였다.
“‘그저 연기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소속사 문제와 사고를 겪고 나서 오히려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연미주는 4월29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로 2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식을 치렀다. 남들이 겪지 못한 시련을 겪은 만큼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공백 이후 출연작이라는 점 외에도 이번 드라마가 갖는 의미는 크다. 전작 드라마에서 보여준 도시적이고 냉정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털털한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병원에 누워있는데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가지고 있었을 때 못 했던 것들이 후회되기도 했고요. 연기를 못 하게 될까 봐 가족들과 매니저에게는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연미주는 <그바보>에서 ‘귀여운 악녀’ 박경애 역을 맡았다. 경애는 구동백(황정민)이 일하는 우체국 최고의 미녀로 극 초반 자신을 좋아하는 동백을 꺼려하지만 지수(김아중)가 동백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지수를 질투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경애는 우체국 퀸카지만 푼수끼도 있고 귀여운 이미지도 있어요. 백치미가 있다고 할까. 시청자들이 보시기에는 꽤 재미있는 캐릭터일 거예요.”
평소 인터뷰에서 “영화배우 황정민이 이상형”이라고 자주 말해왔던 연미주는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자체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황정민 선배님이 이상형이었거든요. 더 자세히 말하면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이죠.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제 첫 신이 황정민 선배님과 함께하는 신이었어요. 정말 자상하시더라고요. ‘편하게 놀러왔다’고 생각하고 하라고 지도도 해주시고요. 역시 이상형다웠어요.”
최근 그는 가수 손호영과 만난다는 사실이 보도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몇몇 인터뷰를 통해 이를 부인했지만 도리어 영화관에 함께 나타났다는 제보도 이어져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원래 호영 오빠의 매니저 분과 친해요. 제가 병원신세를 질 당시 그래서 호영 오빠도 자연스럽게 절 찾아오게 됐죠. 깁스에 사인도 받으면서 친해졌어요. 원래 같이 다니는 멤버들이 있는데 그 중에 얼굴이 알려진 게 저와 호영 오빠죠. 그래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호영 오빠는 친한 친구”
‘죽을 고비’를 넘긴 탓일까. 이번 작품에 임하는 그녀의 각오는 소박하고 욕심이 없었다.
“이번 드라마를 끝냈을 때 ‘연미주란 배우가 있었구나. 푼수 역을 해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구나’ 정도로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면 만족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