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유부녀 몰리는 복고클럽 가보니…

성인전용 놀이터…바람난 아줌마들 '북적북적'

[일요시사=사회팀] 80∼90년대 락카페가 성행했다면 2000년대인 지금은 클럽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럽은 모든 연령대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성인나이트클럽 및 복고클럽 등은 기혼남녀들의 신 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클럽들은 평일·주말을 불문하고 유부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부들의 새로운 탈선장소로 떠오른 성인전용클럽. 본지 기자가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유부들의 일탈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성인을 위한 전용 놀이터(?) ‘락카페’가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존의 락카페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성인관광나이트 및 복고 클럽이 대신하고 있다. 30∼40대 기혼남성들은 잠시라도 업무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여성의 경우 육아 및 자녀교육스트레스에서 탈피하고자 일탈이라는 명목하에 이 같은 클럽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위주
여성고객 우대

나이트클럽을 찾는 유부남녀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동행하거나 회사 동료와 함께 클럽문을 두드렸다. 성인클럽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강북구 수유리의 모 클럽에는 평일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15일 기자는 신분을 숨기고 수유리의 모 성인클럽에 들어가 유부들의 탈선현장을 포착했다.

대부분의 성인클럽의 경우 평일 밤 10시 이전에 입장하는 여성들에게는 입장료 무료, 기본과일안주와 마른안주, 맥주가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지정한 웨이터로부터 ‘ADMISSION CARD’ 쿠폰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오후 9시 반 즈음부터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중년여성들로 가득했다. 개중에는 현장에서 홍보하는 ‘삐끼’의 주선으로 영업용 차량에서 내리는 여성들도 꽤 있었다.

입장 전 현관 앞 명패에는 ‘30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말이 명시돼있었고, 연륜이 묻어난 외목 덕에 클럽을 찾은 모든 기혼고객들은 신분증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빨간 카펫이 깔려진 계단을 계속 걸어 내려가니 리셉션 창구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서 있었고, 클럽 내부에는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웨이터들이 일렬로 서서 고객 맞이에 한창이었다. 본 기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웨이터는 ‘박카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이었고, 에스코트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평일·주말 불문 일탈 유부남녀로 북새통
밤 11시되면 테이블 만석…대기줄 진풍경

클럽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때문인지 10시 정도엔 무료입장을 기다린 여성들만 테이블을 차지했고, 남성은 웨이터만 있었을 뿐 일반 손님으로 온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인클럽도 여느 클럽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 쪽에만 화려한 오색 레이저조명이 사방으로 퍼졌고 테이블석은 빨간 호롱불만 있을 뿐 암흑 그 차체였다. 가장자리에는 25여개의 룸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기자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웨이터에게 연락한 뒤 무료입장 쿠폰을 받았다. 테이블 한자리를 차지한 기자는 스테이지 위에서 본격적인 쇼를 감상했다. 첫무대는 화려한 깃발을 휘저으며 춤사위를 벌이는 것으로 장식했다. 10여분의 시간 동안 현란한 춤사위가 끝나고 이어진 볼거리는 남성 무용수의 스트립쇼였다. 한 건장한 남성이 티팬티만 입고 나와서 음란한 춤을 추면 몇몇 여성들은 불쾌감에 고개를 돌리지만 대부분은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 무대는 남성고객들에게는 혐오감을 심어줄 수 있어 주로 여성들이 대부분인 오픈시간대에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수 마모씨는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노출된 자신의 신체를 강조하며 에로틱한 춤을 췄고, 심지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사회자가 “누구보다 독보적인…. 잠들어 있는데도 20cm”라고 소개하자 마씨는 ‘올 것이 왔다’라는 심산으로 자신의 성기까지 가감 없이 노출하기도 했다. 무방비상태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다른 테이블의 여성들은 흔한 일인 듯 고객을 살짝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마씨는 에로댄스를 마치고 여성들만 있는 테이블을 차례대로 돌며 술 접대를 한 뒤 유유히 퇴장했다.  

회식 잦은 평일
룸 가득 메워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뒤에서 5명의 아마추어 가수들이 흥겨운 90년대 댄스메들리 음악을 부르며 손님들을 스테이지로 유도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려 몇몇 주부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비어있던 스테이지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연이어 나오자 곧 주부들과 넥타이 부대들로 가득 찼고, 댄스음악에 몸을 맡긴 그들은 짝을 지어 막춤 삼매경에 빠졌다. 5인조 혼성그룹이 ‘돌아와’를 마지막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퇴장하자 곧바로 발라드 음악이 나왔다. 무대에서 짝지어 춤을 추던 중년남녀 중 한두 커플은 발라드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기도 했다. 테이블로 돌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여성이 블루스를 멈추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남성은 몸을 더 밀착시켜 춤을 이어나갔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11시 경, 무리지은 남성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본격적으로 남성이 출입할 시간인 11시부터 2시사이가 피크타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는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했고, 회식을 마치고 2차로 클럽을 방문한 30대 중후반의 유부남과 미혼남들은 예약이라도 한 듯 입장하자마자 룸부터 들어갔다. 비교적 안주와 술값이 저렴한 테이블석에 앉은 남성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테이블석의 90% 이상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모임·회식 핑계로 죄책감 없이 부킹
노골적인 번호교환…눈 맞으면 2차행

남녀성비에 많은 차이가 없자 본격적인 부킹이 이뤄졌다. 유부녀들은 동행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못 이기는 척 끌려 다니는 그들의 입가에는 뜻 모를 미소도 번졌다. 반면 부킹은 극도로 꺼려하면서 다른 남성들과 춤만 추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인위적인 만남보다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스테이지에서 만난 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곤 했다.

클럽 내 분위기를 살피던 중 기자에게 부킹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간 룸은 올해 불혹에 접어든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자리해 있었다. 그중 자신이 개그맨 ‘이수근’과 닮았다며 농담을 건넨 이는 “업무로 스트레스 받고 집에 가기는 싫을 때 가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털어놨다. 이들 3명은 모두 처와 자식이 있었지만 친구와 만나고 싶을 때면 이곳에 매달 2회 이상은 꾸준히 출근도장을 찍으며 회포를 푼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다는 세 남성은 이날 각자 퇴근 후 다른 곳에서 1차를 마치고 기분전환 겸 들렀다고 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부녀들은 각자 옆에 있는 남성들과 러브샷을 들이키며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 번호까지 교환했다. 그 중 맞벌이를 한다는 여성 A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둔 학부모였다. 그녀는 수유리 인근에 살고 있었음에도 남편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클럽에 드나들고 있었다. 그녀는 “신랑이랑 맞벌이를 해오고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회식이 있는 줄 알고 있어 상관없다”라며 “아이들은 매일 칼퇴(정시에 퇴근)하는 애아빠가 봐주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성과 동행한 또 다른 여성 B씨는 전업주부임에도 2주에 한번씩은 클럽에 드나든다고 했다. B씨는 “살림만 하다보면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예전에는 애들만 위해서 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때 못 즐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모임을 핑계로 가끔 바람 쐬러 나오곤 한다”고 토로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
부킹시 팁 주기도

두 번째 부킹요청으로 들어간 방엔 남성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외모가 꽤 젊어 보이는 남성들은 여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술잔에 술을 채우며 나이부터 사는 곳, 남자친구 유무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 중에는 직업도 있었다. 기자가 일반 회사원이라고 답하자 한 남성은 “우리 회사에서 비서직을 하면 한 달에 500만원은 보장해주겠다”고 꾀었다. 부킹을 주선한 웨이터가 그들이 미리 주문한 맥주를 갖고 다시 들어오자 기자의 옆에 자리한 남성이 “여성이 마음에 든다. 수고했다”며 팁으로 몇 만원을 쥐어주기도 했다.

이윽고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동석했고, 그녀는 술과 분위기에 취한 듯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여성은 “사실 29살이다. 성인나이트 특성상 신분증 검사를 잘 안하기 때문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며 “마침 신랑도 오늘 친구들이랑 술 마신다고 해서 바로 친구들과 만나 이곳으로 왔다. 결혼하니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신랑이 늦게 오는 날을 틈타 종종 나이트나 클럽에 간다”고 말했다.

여성의 옆에 앉은 남성도 37살의 유부남이지만 회사에서 회식이 있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클럽이나 단란주점에 들른다고 했다. 그는 “유부남, 유부녀라고해서 이런데 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오히려 생계나 가사, 육아에 스트레스를 받는 유부들이야말로 시원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솔직히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잠깐 술 마시고 얘기하는 건데 그리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내 아내가 이런 곳에 와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도 난 이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본 1∼2시간
기다려야 입장

기자가 취재를 끝내고 나온 시간은 1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새벽시간에도 클럽을 향하는 유부남녀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자리가 없어서 기본 1∼2시간씩은 기다려야한다는 성인클럽. 이는 기혼자들의 신개념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지만, 욕구충족에 치중할 경우 위험한 탈선현장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이 세인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기혼 당사자들은 ‘탈선’ ‘일탈’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가끔은 이렇게라도 숨통을 트여주는 게 되레 부부관계나 스트레스 해소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사람에 따라 탈선의 현장이 되기도, 스트레스 해소 돌파구가 되기도 하는 성인클럽은 퇴폐적으로도, 성인들의 건전한 놀이터로도 인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이상한 실종아동 전단지

미아 얼굴 밑에 '웨이터OO"

실종된 여자 어린이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배경으로 나이트클럽 홍보문구를 넣은 전단지가 인천 시내 곳곳에 뿌려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의 유흥가 인근 골목에서 실종아동 인적사항 밑에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삽입돼있는 전단지가 발견됐다. 전단지에는 경찰청 마크, 실종아동의 얼굴, 인적사항 등을 배경 외에 연수구에 한 성인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이 같은 전단지는 연수구와 남동구 만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붙어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 있는 탓에 경찰에서 나이트클럽의 지원을 받아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을 정도.

정모(47)씨는 “실종아동의 부모가 전단지를 본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경찰에서 돈이 없어서 나이트클럽 돈을 받고 실종아동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생각했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에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연수경찰서에서 해당 나이트클럽에 확인한 결과, 인터넷에 있는 실종아동의 사진 등을 사용해 나이트클럽이 직접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난 것.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경찰에 “실종아동이 들어가 있으면 시민들이 지나가며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인터넷에서 실종아동 사진 등을 퍼와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불러 즉결심판에 넘기고, 인천시내 곳곳에 붙은 전단지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경찰마크까지 도용해 홍보를 했다.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면 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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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