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대기업 주총 총결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4: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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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했는데 역시…'짜고 친' 의사봉

[일요시사=경제1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올해 역시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검찰 및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원안대로 의결됐고 기존 사외이사들도 대폭 재선임됐다. 3월 열린 주요 대기업 주주총회 모습이다. '일사천리'로 끝난 대기업 주주총회 교집합을 모아봤다.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삼성, 신세계, 현대차, CJ, 롯데, SK, 포스코 등 주요 그룹사의 계열사 등 상장사는 지난 15일과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일부 기업의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예상됐지만 미풍에 그쳤다.

일부 그룹사에서는 후계자들의 위상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고 논란이 됐던 검찰 및 공정위 고위 인사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기존에 있던 사외이사들도 대폭 재선임됐다. 개혁은 없었다. 대부분의 주총은 30분 내외로 마무리됐다. '찬성이요' '동의합니다'라는 말이 남발했다.

두드러진 오너
경여참여 확대

이번 주총에서는 특히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 확대가 두드러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정 회장은 이미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6개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 6개 회사 이사가 되면서 현대차의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모두 맡게 됐다.
지난 1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장일치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최 회장은 SK(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재계 최고령 총수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외에도 롯데제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등 6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대홍기획과 롯데리아, 롯데알미늄 등 6개 계열사의 비상근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롯데그룹 주요계열사의 등기이사는 다 맡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등기이사 5명 중에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그의 자녀들인 신동빈 이사와 신영자 이사가 있어 지배주주 일가가 전체 등기이사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이미 CJ제일제당과 CJ, CJ E&M, CJ대한통운의 상근이사와 CJ시스템즈 등 4개 회사의 비상근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제일제당 사내이사에 올랐다.

'책임경영'이라는 명목으로 각 그룹 경영진들이 사내이사로 대거 진입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대신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이 새롭게 사내이사에 합류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호텔신라는 차정호 면세유통 사업부장과 채홍관 경영지원실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현대차는 김충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전호석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의결했고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3년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대신에 김해성 경영전략실 사장과 장재영 신세계 대표, 김군선 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관료·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선임 원안대로 처리
30분 내외로 주총 마무리…소액주주 여전히 무시


이마트의 경우 김해성 사장과 박주형 경영지원 본부장을, KT는 표현명 T&C부문장과 김일영 그룹코퍼레이트센터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제철은 박승하 부회장, 우유철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포스코는 장인환 부사장과 김응규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의결했다. 장 부사장은 포스코의 주력인 탄소강사업부문장을, 김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과 논란이 됐던 검찰 및 공정위, 법조계 출신 고위인사들의 사외이사 영입도 별 다른 문제없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14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신세계의 이사선임건과 관련해 후보인 손인옥·손영래 후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지만 15일 열린 신세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안이 무사 통과됐다.

손인옥 후보는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최근 신세계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관련 가처분 신청 법률자문을 맡은 이력이 있다. 손영래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서정의 고문으로 있으며 국세청장을 지낸 이력이 있고 직권남용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을 신규 선임하고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을 재선임했다. 송 전 총장은 검찰 재직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의혹 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책임자였다.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김승도 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와 동시에 김승도 사외이사와 성낙일 사외이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GS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차는 남성일 전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과 이유재 전 한국마케팅학회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남 전 원장은 미국 로체스터 대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 서강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 전 학회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박사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SK C&C는 이용희 NICE신용평가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됐으며 현재 사외이사인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됐다.

CJ제일제당은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과 최정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갑순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선임안
만장일치 통과

LG전자는 임기가 만료된 이규민 SK경제경영연구소 고문과 김상희 변호사가 재선임 됐다. LG화학은 김반석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김장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김진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신규선임했다.

포스코는 신재철 전 한국IBM 대표와 이명우 전 소니코리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논란이 됐던 김재형 법무법인 지평지성 고문변호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송 전 총장을 삼성전자에 뺏긴 GS리테일은 서울고등법원 검사를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박성득 현 리인터내셔날 변호사를 대신 영입했다.

검찰총장 뺏기고
검사 출신 영입

두산과 CJ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CJ에는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자리를 잡았다.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CJ제일제당과 함께 올해부터 이마트 사외이사도 겸임하며 지난 2011년부터 한화 사외이사로 일해 온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은 호텔신라 사외이사직도 맡았다.

한미숙 전 대통령실중소기업비서관은 기업은행과 LG유플러스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았으며, 황이석 서울대 교수는 풀무원홀딩스와 LG생활건강을, 전성빈 서강대 교수는 신한금융지주와 LG유플러스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을 비롯해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아닌 사람들이 사외이사를 장악하는 한국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된다"며 "대기업 전방위로 펼쳐진 왜곡된 사외이사 제도를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 된다"고 지적했다.

거세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의 주총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정기 주총을 1시간 만에 끝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고 이사진 개편 등 3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작년보다 30분 이상 빨리 주총이 마무리 된 셈이다.


"찬성이요" 남발
쉐도우보팅 악용

같은 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도 30분 안에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이사 선임의 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모두 무리 없이 통과시켰다.

LG전자 역시 반대 의견 하나 없이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개정 승인, 이사 선임의 건 등 5개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오전 8시30분 시작한 주총을 25분 만에 끝냈다. 의장의 감사 및 영업보고 시간을 제외하면 약 10분 만에 모든 안건이 통과한 셈이다. 지난해 주총은 23분 만에 마무리됐다.

LG화학도 오전 10시30분 시작한 주총을 25분 만에 끝냈고 LG이노텍 주주들도 40분 만에 주총장을 정리했다. 신세계와 이마트도 20∼30여분 만에 주총을 마무리했다.

올해 역시 주총이 금요일 아침 시간으로 몰리면서 직장에 묶인 소액주주들의 참여는 어려웠다.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전자투표제도를 신청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된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인터넷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설사 참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간간히 들려오는 소액주주의 발언은 철저히 묵살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 및 소란 등으로 5분여 만에 종료된 KT 주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기업은 주총일정을 순조롭게 마쳤다.

전자투표제 신청
단 한 곳도 없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예탁원이 임의로 행사하는 제도인 쉐도우보팅은 주주 감시를 피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주주와 회사 간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보유지분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주총에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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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