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강경 보수파'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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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플러스·외교 마이너스 "깐깐한 스타일"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남 내정자는 '돌직구남'으로 불릴 정도로 원리원칙을 중시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안보'만큼은 튼튼히 다질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외교'다. 성격이 지나치게 깐깐해 주변국과의 협조체계 구축·협상 등 '총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각종 비리로 지탄을 받아온 국정원인지라 직원들도 남 후보자의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 뜨린다'는 새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지난 2일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연이은 도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발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 검증 문턱
무사히 넘었다

윤 대변인은 남 내정자에 대해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진 분으로 지금의 안보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국정원이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일에는 남 내정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 인사청문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마무리됐다. 정보위는 보고서 종합의견에서 "후보자가 평소에 검소하게 생활해 온 것으로 보이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경력이 상당해 보이는 점, 관련 연구와 강의에 진력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정원장으로 직무수행을 무난히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8일부터 진행됐던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의혹 등 남 내정자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야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남 내정자가 청문회를 위해 신고한 재산 내역을 두고 강원도 홍천군 토지 매입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남 내정자는 참모총장에 재직 중인 2004년 11월 경춘고속도로 설악인터체인지에서 20분가량 떨어진 강원도 홍천군에 밭 510m²(약 155평)를 부인 명의로 매입했다. 실거래 기준으로 3080만원선이었던 이 땅은 8년 뒤인 지금 6200만원선 정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똑 떨어지는 대북관 국정원 기능 강화 기대
주변국과 협조체계 구축·협상력 부족 평가

이에 대해 남 내정자는 "맹세코 투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그는 "전역 당시 친한 동기가 같이 농사를 짓자고 해 산 것"이라며 "땅 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 비싸게 주고 산 것이고 실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말 농장하겠다는 분이 농지에서 대지로 전체 땅의 2/3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지목을 변경 한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따져 물었고 남 내정자는 "여름에 일하다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땅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총 소득 7억여원 가운데 70% 이상을 저축한 것과 관련해서는 "평소 생활비를 적게 쓴다. 옷 한 벌을 15년 이상씩 입고 살았다"고 말했다.

남 내정자는 서경대 군사학과 석좌교수 재직 당시 군사학과 졸업생 26명 전원이 학사 장교로 선발된 것과 관련해 제기된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2008∼2009년 당시에는 원광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로 있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내가 원광대에 다니면서 서경대를 위해 로비했다는 게 되는 데 이게 납득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군 쏠림인사
부작용 우려


국정원장에 육군 장성 출신이 임명된 것은 1999년 12월 임동원 원장(육군 소장)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법조인 출신의 신건·고영구·김승규·김성호 원장, 내부승진의 김만복 원장이 임명됐고 현재 원세훈 국정원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다. 북핵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 출신 인사를 앉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보실장, 국정원장, 외교부장관, 국방부장관, 통일부 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외교·안보 요직 '빅6' 중 절반인 세 자리가 군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군사 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기 고조 대북관계 어디로?

남 내정자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내정자는 모두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다. 남 내정자가 육사 25기로 가장 선배이며 육사 27기인 김장수 내정자가 남 후보자가 거친 6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참모총장 등을 이어 받았다. 박 내정자는 김장수 내정자로부터 육군참모총장 직위를 이어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정부의 안보외교정책 기조가 '강경책'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지난 2011년 연평도 포격 같은 남북간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강한 대응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정원에 민간인이 아닌 군 출신이 수장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서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 의지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정보 독점 우려
참여정부와 충돌

야권은 "특정 군맥의 독주가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과거 상하관계로 맺어졌던 사람들 사이에 제대로 된 논의구조가 확보될리 만무하다"며 "가급적이면 육·해·공 인사들을 골고루 포진해서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하나회가 전횡을 부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걸 문민정부 때 해체시켰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멤버들이 육사 출신들로 둘러싸여 있으면 정보 한정 및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회는 196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육사 출신들이 결성한 사조직으로, 신군부 세력으로 발전해 1979년 군사반란인 12·12사태의 주역이 됐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평화시대를 함께 열자던 대통령의 다짐이 군 출신 인사 일색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번 인사로 외교안보라인 인사의 핵심은 모두 육사출신이 장악하게 됐다"며 "벌써부터 신군부시대니 육사전성시대니 하면서 특정군맥의 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외교안보라인이 군 출신으로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안보는 1000번 강조해도 모자라지만 안보를 강조한다고 11명 축구선수 전체를 공격수로만 뽑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남 내정자는 어떤 인물일까.


1944년 10월 서울에서 태어난 남 내정자는 65년 육사 25기로 입학해 69년 임관했다. 하나회(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육사 출신 사조직)가 위세를 떨치던 시절 멤버가 아니었던 그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히 남 내정자는 1979년 하나회 주동으로 일어난 12·12 쿠데타로 동기였던 김오랑 소령을 잃고 그의 묘소에서 통곡했다는 이유로 진급 누락 등 불이익을 받았다.

그가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때는 김영삼 정부 들어 하나회가 척결되면서 부터다. 남 내정자는 95년 6사단장을 시작으로 97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98년 수도방위사령관, 2000년 합참 작전본부장, 2002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부 요직을 두루 거쳐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2005년에는 육군 최고 수장인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올랐다.

군 시절 기본 중시 철저한 ‘원칙주의자'
"FM장교 유명"…타협 모르는 '돌직구남'

한시에 능통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한문에 능숙하며 취미는 등산이다. 최전방 철책에서 지휘관으로 생활하며 병사들과 함께 걷다가 생긴 취미다.  

군 생활의 대부분을 작전분야에 몸담았던 남 내정자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FM'(군내에서 원칙이나 규정대로만 한다는 의미)의 대명사 혹은 '돌직구남'으로 불릴 정도다.


그는 부대 지휘관 시절 행사 때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했고, 부하들과 회식도 애국가로 마무리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직각보행을 어기지 않았으며 군 생활 내내 부하들에겐 청렴과 결백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참모총장 역임 후 2005년 4월, 40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나면서 관용차 대신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장군으로서는 드물게 골프도 하지 않는가 하면 군사 교범을 마치 '성경'처럼 여길 정도였다. 육군대학 대대장반 장교들에게 '묏자리도 기관총 진지 자리를 찾듯이 하면 최고의 명당을 찾을 수 있다'고 강연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하지만 타협을 모르는 스타일로 육군참모총장 시절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벌이며 대립했다.

노 전 대통령이 별장인 청남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자 청와대 참모들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남 내정자가 이를 거절한 것이 첫 번째 충돌이다.

남 내정자는 군 법무관을 국방부 산하로 옮기려던 청와대에도 반대했다. 당시 그는 "군 법무관이 지휘관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면서 고려시대 무신 반란 사건인 '정중부의 난'을 언급한 것으로 비쳐 논란이 됐다. 그는 "(정중부의 난은) 무인들을 무시한 결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쿠데타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는 장군 진급 인사 문제로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 2004년 육군 진급심사가 끝난 지 한 달가량 뒤인 그해 11월22일 장교 숙소인 서울 용산구 국방 레스텔 지하에서 육군 준장 진급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괴문서가 발견되면서 부터다.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비리 수사'에 착수했고 남 내정자는 전역지원서를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그가 '나눔회'라는 군내 엘리트 사조직의 멤버라는 말이 돌았다. 2004년 12월 국방부 현안보고에서 당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남 총장 밑에 있던 사람들이 다 진급됐는데 비리 자료를 수집해 경쟁자를 탈락시켰다"며 "군내 사조직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남 내정자는 예편 후에도 노무현 정부와 충돌했다. 2006년 당시 노 대통령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고 발언하며 군 복무기간 단축,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논의 하자 이에 반발에 다른 예비역 장성들과 함께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2007년 경선 때
국방특보로 활동

전역 후 충남대, 원광대, 서경대 등에서 군사학 강의를 하며 지내던 그가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였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안보 분야를 자문해 왔다. 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남 내정자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지난해부터는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활동하면서 국정원장은 물론 국가안보실장, 국방장관 등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가족은 부인 김은숙씨와 두 딸이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남재준은?>

▲서울 출생, 65세
▲배재고·육사 25기
▲수도방위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참모총장
▲서경대 석좌교수
▲새누리당 행추위 국방안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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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