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4>수익형 부동산 수익률 대해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채권·예금보다 낫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저금리 기조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공급이 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적정 임대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저금리 기조·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로 관심
공급 늘면서 지역에 따라 임대수익 천차만별

수익형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목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임하기 전에 입지와 주변대비 분양가 적정성, 배후수요, 개발호재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은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사이트 KB부동산 알리지와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갖고 알아보기로 하자.

평균가 1억8858만원
금천 웃고 용산 울고

먼저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은 기대치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현재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6.1%였다. 연 6%대의 수익률은 각종 세금, 거래와 보유에 따른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수익률로,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인 연 3% 초반의 2배 수준인 셈이다.

전국 오피스텔 평균가격은 1억8858만원. 서울 강남권과 도심권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약세를 보인 반면 강북권과 외곽지역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높았다. 서울의 강남권과 도심권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연 5%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지역 오피스텔 평균가격은 2억2146만원이며 임대수익률은 연 5.65%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강남구 5.13%, 서초구 5.54%, 송파구 5.14%로 강남3구의 수익률은 서울지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용산구의 경우 4.78%로 서울 지역에서 수익률이 가장 낮은 반면 금천구는 7.09%로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은평구 6.71%, 동대문구 6.48%, 강서구 6.44% 순이었다.

경기지역의 경우 오피스텔 평균가격은 1억7197만원, 임대수익률은 평균 연 6.17%였다. 지역별로는 시흥시가 7.61%로 가장 높았으며 성남시는 5.39%로 최저를 기록했다. 인천시 오피스텔의 평균가격은 1억197만원, 임대수익률은 평균 연 7.32%이었다. 인천시에선 중구의 수익률이 가장 높아 8.18%를 기록했다. 인천시를 제외한 5대 광역시의 오피스텔 평균가격은 1억8158만원, 임대수익률은 평균 연 6.77%였다. 광주 서구가 8.7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부산 해운대구가 5.50%로 지방광역시에서 최저를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조사결과 시세차익 기대가 낮은 지방과 서울 강북권의 임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오피스텔에 투자할 때는 이같은 명목수익률 못지않게 공실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뒤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은 저성장 지속과 오피스 공급 증가로 인해 전년도 대비 다소 하락,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서울, 6개 광역시 및 경기 일부지역에 소재한 상업용부동산(오피스빌딩 1000동, 매장용빌딩 2000동)의 2012년도 연간 및 4/4분기 투자수익률, 공실률, 임대료 등 투자정보를 조사·발표했다.

▲투자수익률 = 금융위기 직후인 ‘09년 최저치(연 5% 수준)’를 보인 이후 연 6%대를 유지해온 상업용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전년보다 다소 하락한 연 5%대로 나타났다. 오피스빌딩의 2012년 투자수익률은 5.55%로 전년대비 1.42%p 하락했는데, 신규공급에 따른 공실증가와 기업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하락을 견인했다. 매장용빌딩은 2012년 투자수익률이 5.25%로 전년대비 1.41%p 하락했는데, 경기침체 및 물가상승 등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 5%대의 투자수익률은 같은 기간의 채권(국고채 3.13%, 회사채 3.77%), 금융상품(정기예금 3.4%, CD 3.3%), 주식(-2.7%)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해당한다.

오피스텔 평균 연 6.1%
강남 약세…강북 강세

연간 투자수익률을 도시별로 살펴보면 오피스빌딩은 서울, 부산, 성남이 6% 이상인 반면 광주, 수원은 1%대의 수익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지역이 전년대비 하락한 가운데 서울은 전년대비 1.70%p 하락한 6.37%로 조사됐다. 매장용빌딩은 부산, 대구, 울산, 안양이 6% 이상인 반면 수원은 2.13%로 가장 낮았다. 대부분의 지역이 전년대비 하락한 가운데 서울은 전년대비 2.06%p 하락한 4.70%를 보였다. 2012년 4/4분기 투자수익률은 오피스빌딩이 1.73%(연간 5.55%)로 전분기대비 1.52%p 상승했고, 매장용빌딩은 1.43%(연간 5.25%)로 전분기대비 0.96%p 상승했다.

소득수익률은 공실 증가 및 임대료 상승률 저조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재산세 부과로 인한 영업경비 증가분이 소멸됨에 따라 오피스빌딩은 1.31%로 전기 대비 0.19%p 상승했고, 매장용빌딩은 1.23%로 전기 대비 0.28%p 상승했다. 자본수익률은 건물의 자산가치가 소폭 상승하며 오피스빌딩이 0.42%로 전기 대비 1.33%p 상승했고, 매장용빌딩은 0.20%로 0.68%p 상승했다.

▲공실률 = 공실률은 오피스빌딩의 경우 8.9%로 전년(2011년 12월31일 기준) 대비 1.3%p 상승했다. 매장용빌딩은 9.2%로 전년대비 1.4%p 상승했다. 4/4분기(2012년 12월31일 기준) 공실률은 오피스빌딩의 경우 8.9%로 전분기(2012년 9월30일 기준) 대비 0.3%p 상승했고, 매장용빌딩은 9.2%로 전분기와 동일했다.


▲임대료 = 임대료는 오피스빌딩의 경우 1만5500원/㎡으로 전년대비(2011년 12월31일 기준) 300원/㎡ 상승했으며, 매장용빌딩은 4만5700원/㎡으로 전년대비 2500원/㎡ 상승했다. 4/4분기(2012년 12월31일 기준) 임대료는 오피스빌딩의 경우 1만5500원/㎡으로 전분기와 같았고, 매장용빌딩은 4만5700원/㎡으로 전분기 대비 200원/㎡ 상승했다.

공실 늘어나고
임대료 많아지고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2013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3%대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최근 오피스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당분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공실률은 당분간은 2012년도와 같이 기업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가 지속돼 다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료는 기존 건물의 경우 공실 증가에 따른 소폭의 하향조정 가능성도 있으나, 신축 건물의 임대료가 높은 경향이 있어 상승률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도 투자 포인트가 있다. 바로 환승역 지역이다. 봄맞이 분양성수기에 교통여건이 좋고, 임대수익 확보가 수월한 입지를 갖춘 수익형 부동산이 대거 선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도 옥석가리기에 들어가면서 주요 역세권에 위치한 수익형 부동산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역세권의 경우 임차인 확보에 수월하고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해서다.

역세권 중에서도 환승역세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일역보다는 환승역이 수요층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유동인구가 풍부해 지역 개발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기존 환승역세권은 주변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 시 빠른 자금 회수에 유리하며 아직 미개통 환승예정 역세권은 향후 투자의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도 환승역이 유리하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역세권이라 하더라도 단일역 보다는 환승역세권이 임대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환승역은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먼저 도심 곳곳으로 지하철 노선을 연결해준다. 또한 최단거리를 제시함으로 정확한 시간대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성을 부여해주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역세권 위주로 경유를 하게 되어 지역 연계성을 강화시켜준다.

상업용은 연 5%대
전년비 다소 하락

한 부동산정보업체 이사는 “환승역이 되면 사통팔달 접근성이 좋아져 역세권 주변으로는 택지와 업무시설들의 개발행위가 늘어나고, 유동 인구층의 급격한 증가가 이뤄져 역지명의 인지도가 높아져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며 “또한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은 젊은 소비층의 비율이 높아져 판매시설과 유흥시설 등 다양한 계층의 소비층이 상주하게 되어 업종의 다양성 및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금리 기조,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베이비부머 세대 등의 은퇴로 임대사업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공급 또한 늘고 있다”며 “임대수요가 풍부한 환승 역세권일지라도 기존 경쟁 상품과 경쟁력은 있는지, 투자대비 적정 임대수익이 나올 수 있는 입지인지 충분히 검토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환승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영등포 메트로가든 = 태인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75-4번지에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결합상품인 ‘메트로가든’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2층 1개동 건물로 전용면적 기준 12∼20㎡ 도시형 생활주택 63세대, 오피스텔 9세대가 들어선다. 1·5호선 환승역 신길역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인 신길역 메트로가든은 샛강다리를 이용해 도보 3분이면 여의도 진입이 가능하다. 납부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30%(무이자), 잔금 60%이며 융자는 최대 55%까지다. 입주는 2013년 8월 예정.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 대우건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오피스텔과 상가를 분양 중이다. 지하 8층∼지상 19층 연면적 5만218.36㎡규모로 지상 4층∼지상 19층에는 총 728실 규모의 오피스텔(전용 20∼29㎡)이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 3층에는 총 110개의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790만원선이다. 상가는 3.3㎡당 분양가는 2450만∼1억1300만원선(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추천업종은 식음료점, 커피전문점, 금융, 메디컬, 클리닉, 학원 등이다. 푸르지오시티의 최대 강점은 입지다.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1번출구에서 약 34m거리에 위치해 유동수요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피스텔은 중도금 50%, 상가는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입주는 2015년 3월 예정.

▲구로 로제리움 2차 = 신세계건설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97번지에 짓고 있는 ‘로제리움 2차’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로 전용면적 20㎡ 이하의 소형주택으로 372실의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된다. 구로동은 국내 대표 벤처기업단지의 약 25%가 집중된 구로, 가산 디지털산업단지 등 약 1만여 개의 기업과 14만여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곳이다. 2·7호선 더블환승역 대림역 도보 5분 거리로 강남, 시청 등 서울 도심 및 인천, 수원 등 수도권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등도 가까워 교통환경이 우수하다. 입주는 올해 11월 예정.


“임대수요 풍부”
 환승역세권 주목

▲마포 메세나폴리스 = GS건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메세나폴리스’상가를 분양하고 있다. 이 상가는 총 247개의 점포로 구성되는 테마 쇼핑몰로 롯데시네마 등이 입점을 했다.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이 상가와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 합정로, 양화로, 강변북로, 자유로 등의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어 유동인구 확보에 유리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