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성형 부작용 '천태만상'

깎고 세우고 늘리다…녹아내린 얼굴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멘탈붕괴 된 사람들이 있다. 예뻐지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극심한 고통을 참았지만, 그녀들에게 돌아온 건 성형 후 부작용. 이에 그들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의 필수코스인 성형.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과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들을 취재했다.



“세상에…. 저 사람 얼굴 괴물 같아.”

30대 중반, 미혼의 김모씨는 살아오면서 평생 콤플렉스로 남을 것 같았던 조금 비뚤어진 턱을 교정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결심했다. 그는 거액에 이르는 수술비용과 후유증이 극심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와 부담에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라는 생각이 더 크게 앞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강남 압구정의 모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았다. 그 병원은 일부 연예인들도 양악수술 받았던 곳이었기에 당시에는 꽤 유명한 병원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턱 교정 하려다
오랑우탄 몰골로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첫 번째 양악수술은 실패하고 말았다. 턱 교정이 잘못돼 모든 발음이 새는 불편을 겪었고 비뚤어진 턱 또한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첫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김씨는 허탈감과 실망감에 휩싸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악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 2∼3군데를 수소문해 상담을 받고 재수술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옮긴 병원의 담당 원장은 김씨의 상태를 본 후 차트에 ‘치아가 잘 보이게 양악을 앞으로 빼고 앞턱 길이 짧게, 무턱이니 볼륨감 있게 교정하고 전 병원에서 양악수술 후 발음이 안 좋아 발음 좋아지게’라고 적은 뒤, “심각하게 새는 발음을 완벽하게 교정시켜주고 무턱 교정도 함께 해줄 테니 믿고 수술해라”라며 신뢰감을 심어줬다. 김씨는 양악 재수술을 받은 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부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양악 후유증 시달리다 손목 긋고 자살 시도
수차례 재수술 끝에 코끝 무너져 호흡 곤란


그렇게 기다린 지 5개월. 재수술의 기적을 맛보려 했던 김씨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의 턱 상태는 재수술 이후 더 심각해졌다. 양악을 너무 집어넣어 윗입술은 끝도 없이 말려들어갔고, 특히 웃을 때는 틀니 빠진 할머니상으로 변해버려 맘껏 웃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차트에 적어뒀던 담당 의사의 말과 달리 수술 후 피해자는 구강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무턱교정은커녕 하악은 꺼져 있어 되레 오랑우탄 같은 얼굴로 변해버렸다.

자신이 봐도 흉측한 몰골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김씨에게 양악수술 후 생긴 불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 한 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치아가 맞물려있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모두 끼어 양치만으로는 음식물 제거도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그는 매번 작은 티스푼으로 치아 사이사이를 일일이 긁어내 양치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발음이 좋아진다는 말 때문에 더욱 양악수술을 결심했던 김씨는 수술 후 ‘숫자 2’는 전혀 발음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음도 나빠졌다. 무턱교정 또한 되지 않았다. 보형물을 넣었음에도 무턱은 여전했고 ‘가가멜’ ‘마귀할멈’ 등 괴이한 별명을 달고 살아야 했다.

양악수술 후 한순간에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전락된 김씨의 얼굴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뜨리게 만들었고, 재수술한 병원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원장은 오히려 “애초에 수술이 잘못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수술해서 이상해진 걸 왜 자신한테 그러느냐”라고 반박했다.

거울 파편조각으로
손목 그어 자살시도

다른 병원에서도 3차 재수술 상담을 받아봤으나 도저히 바꾸기엔 불가능하다고 얘기만 들었을 뿐,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병원 내 사람들은 김씨의 웃는 모습을 보며 “어머어머, 세상에 완전 괴물이다. 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하얀 가면 같아. 무서워”라며 수군댔다. 심지어 김씨의 가족들마저도 그에게 “어디 가서 절대 웃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초리와 언급에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댓글알바나 펫시터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 마치 ‘히키코모리(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처럼 집에서 은둔생활 했다. 웃지 말라는 주위의 당부에 근 1년 동안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웃는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했던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괴물과도 같았다. 윗입술이 말려들어가면서 이 없는 80세 노인인상으로 바뀐 김씨는 그 자리에서 거울을 깨고 파편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평생 이대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호소한 그는 사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자살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남성 뿐 아니라 일반인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김씨. 양악 후 일찌감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생계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그는 “양악수술은 제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상이 아닌 단지 미용목적으로 양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직접 때려서라도 뜯어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 비서로 근무하던 20대 중반의 임모씨는 자신의 낮은 매부리코와 심하게 낮은 코끝에 불만을 갖고 코 성형을 시도했다. 임씨는 큰 욕심 없이 단지 일반 사람들의 코 높이정도만 되길 원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강남 신사의 한 유명한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 “저는 코끝은 뾰족하게 하되 콧대는 많이 안 높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임씨의 주문을 받은 담당 의사는 콧대는 실리콘, 코끝은 귀 연골을 넣어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끝만 살짝 올라가길 원했던 그의 소망은 칼이 지나간 후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수술 후 부기와 멍을 없애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하며 사후관리에 철저했던 임씨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부기가 빠지길 기다렸다. 소염제와 부기 제거에 좋다는 배즙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먹은 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지만 임씨의 몰골은 여전히 멍 자국과 부푼 주먹코가 자리하고 있었다. 눈 밑 멍은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부기 빠지기만을 기다린 지 3개월. 임씨의 코는 부기는 그대로에 콧대만 높고 코끝은 전혀 올라가지 않아서 코끝은 뭉툭하고 콧대만 높은 단지 큰 주먹코 형태로 변해버렸다. 오히려 수술 전인 낮았던 코보다 못한 무식한 코가 돼버린 것이다.

임씨의 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만 보인다. 코가 왜 그러냐. 무서워 보인다. 인상이 바뀌었다” 등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의 오랜 친구 중 1명은 “예전이 더 나은데 그냥 살지 왜 그랬냐. 나도 수술하고 싶었는데 네 코보고 수술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의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임씨는 그 자리에서 절교를 선언했고, 다른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는 등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피해망상에
우울감 증폭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서직으로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는 직종에서 근무하던 그는 수술 후 사람들을 마주하지 못함은 물론 그들이 볼 때마다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혹여 사람들이 웃을 때면 속으로 ‘저 사람이 내 코가 이상해서 비웃나?’라는 별별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가량을 임씨는 집-회사-병원만 다니며 지인들과의 사적인 만남도 피해왔다. 그는 병원 측에 거듭된 항의를 통해 재수술에 성공했지만 재수술 후에도 코에 염증을 동반한 코끝 무너짐이 나타나는 등 거듭된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했다. 수십 번에 걸쳐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사후관리를 했음에도 결국 딸기코에 한쪽 콧구멍이 찌그러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벗어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 임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오만 짜증을 내며 심적 스트레스를 풀었다. 3번째 재수술을 받은 지금도 임씨의 코는 여전히 한쪽 콧구멍만 들린 상태로 비뚤어진 들창코로 살아가고 있다. 임씨는 해당 병원을 상대로 고소 준비 중이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동반한 재수술 비용, 주사와 약물치료에 들어간 치료비 등을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

임씨는 “당장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할 생각이다. 재수술에 매번 실패한 뒤 내 삶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고, 사실상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상태”라며 “매일 거울을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우울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싸울 생각이다”라고 단언했다.

국내 성인여성들이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 지방흡입. 가히 성형의 대세라고 칭할 수 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한 성형인 것도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시술 후 피부가 썩는 등 피부괴사가 일어나기도 하며, 시술의사의 경험횟수에 따라 몸 구석구석에 쭈글쭈글한 노인주름을 평생 안고 가야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시술비용도 만만치 않아 시술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 지방흡입은 과체중 여성들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최근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지방흡입을 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인기피증으로 지인과 인연 끊고 외톨이 생활
마스크·모자 항시 착용…대출로 수술해 빚더미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상체는 비교적 마른반면 허벅지와 종아리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뭉쳐있어 심각한 하체비만을 안고 살다 지인의 소개로 유명한 지방흡입전문 성형외과를 찾았다. 담당의는 여성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약 2000cc에 달하는 지방을 제거했고, 두 달 후쯤엔 확연히 가늘어진 다리를 가질 수 있을 거라며 신뢰를 심어줬다.

제거 이후 그는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2주 뒤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다리 살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보낸 여성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술 후 잠깐 있다 없어질 흉터라고 생각했던 피부반점과 염증현상은 점점 커져서 그 공간을 넓혀갔다. 상처 또한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쁜 각선미를 뽐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의 바람이 착각으로 돌변해버린 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 피부흉터가 아닌 피부괴사였다. 지방을 흡입한 부분의 살이 썩어 벗겨진 피부에서 물집이 생겼던 것.    

여성은 시술받은 병원에 항의전화와 방문을 거듭하며 상처치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곤욕이었다. 그는 여름 내내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2개월 이상 하루에 2번 소독 치료를 하고, 12만원 짜리 테이핑도 항상 하고 다녀야했다. 4개월 이상 압박붕대에 긴 바지만 입는 불편도 동시에 겪었다. 상처에 땀나면 안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운동은 물론 한여름에 오른쪽 다리는 샤워 한번 하지 못했고, 무릎 옆쪽에는 시술 부작용에 따른 상처가 생겨 평생 짧은 치마한번 입지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점은 지방제거를 했는데도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은 지방흡입 부작용인 피부괴사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재수술 및 치료비를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원장은 도리어 “네 피부가 원래 그런 거를 왜 내 책임으로 떠미느냐”며 화를 냈고 고소장을 내밀자 ‘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다. 여성은 현재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민사소송 중에 있으며 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의 약력
제대로 살펴야

이외에도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문의의 약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지인의 소개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의원을 방문해 수술을 강행해 큰 부작용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례로 한 40대 주부가 해외의 모 아카데미에서 수술자격증을 불법으로 취득한 의료진에게 눈·코 성형을 받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작용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린 이 주부는 결국 방송에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 중 그 병원에서 수술 받다 부작용이 일었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 원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없이 지금도 당당하게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고 시술경험만으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과대광고에 휘말려 무심코 지나쳐버린 전문의 약력확인. 이는 성형부작용을 예방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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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