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실장 '자살 미스터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0 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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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유서 vs 공금횡령 각서

[일요시사=경제1팀] 제약회사 직원이 자살했다. 유가족은 회사가 숨진 직원에게 리베이트를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양측 주장이 너무나도 다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검찰·공정위·국세청 등이 나서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철퇴를 가해 온 가운데 일양약품에서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중앙지검에 꾸려진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양약품에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장)은 지난 8일 "일양약품이 의원 및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발… 진실은?

수사반에 따르면 일양약품 기획실장이던 고모씨가 리베이트와 관련 극심한 압박으로 인해 목숨을 끊었고, 이에 유족 측이 회사를 상대로 지난달 고발했다.

고씨는 지난 1월12일 오전 춘천 남산면 백양리역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클릭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전 고씨는 경찰에 가출신고가 된 상태였다.


유족 측은 숨진 직원의 유품에서 나온 쪽지의 내용을 근거로 "회사 측이 2010∼2011년 고씨를 통해 거래처인 전국 병원 및 약국에 현금 지급 등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고씨가 로비 업무를 하던 중에 4억원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고, 회사 측으로부터 변제 압박을 받다가 심리적 고통을 못 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이 증거로 제시한 쪽지에는 영업부에서 거래처 의사들에게 제공한 축의금 및 협찬과 관련된 리스트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기획실장 자살 이유 두고 유족·사측 공방 

검찰은 특별사법권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사한 뒤 사건을 송치하면 조사내용 등을 검토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유족들이 주장하는 바는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일양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자살한 고씨는 사내 복지기금 등 7억8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이 관계자는 "고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출근도 안하고 연락도 두절됐다"며 "12월 말 어렵게 연락이 닿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고씨가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이 <일요시사>에 보내온 고씨가 자필로 작성한 확인서(2012년 12월28일 작성)를 보면 고씨는 1993년도 일양약품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면서 사내복지기금 및 관계사 일양바이오팜을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고씨는 일양양품 사내복지기금을 관리하면서 개인적으로 4억3000만원을 유용했고 일양바이오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하면서 추가로 3억5000만원을 유용한 것을 자인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전액 변제할 것을 확인하며 거짓이 없음을 인정하는 내용이 추가로 작성되어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고씨는 오랜 기간 동안 아내와 별거를 해왔고 몇 개월 전 결국 이혼까지 한 상태였으며 도박과 사채 빚에 시달려왔다. 고씨는 평상시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고 얼마 전 심장수술까지 한 상태에서, 사채로 인한 도피 생활이 장기간 계속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자괴감과 더불어 꼭 복용해야 할 약조차 제때 복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 "로비업무 압박"
사 "도박빚 때문"

고씨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강원랜드의 VIP고객이었으며 한 달에 15일 이상 드나들만큼 도박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고씨에게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씨와 헤어졌다"며 "며칠 뒤 전해진 비보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일양약품은 고씨의 입사 시 신원보증을 근거로 유족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유족이 일양약품을 있지도 않은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게 일양약품의 입장이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유족 측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쪽지는 리베이트 미집행 내역이다"며  "고씨의 자살이 리베이트와 연관됐다면 결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지하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실제로 일양약품은 지난 1월 고씨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총무실장 명의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공개했다. 장문의 이메일에는 최근 아내와 이혼을 한 고씨가 도박에 빠져 불법 대부업자들로부터 초고금리의 사채를 끌어 쓰는 과정에서 회사에 금전적 불미스런 일을 발생케 했고 자살까지 해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겼다.

누가 거짓말?

그러면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사채를 쓰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용기 있게 사법기관에 도움을 청하라는 당부와 함께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일양약품은 그동안 리베이트와 관련해 한번도 수사를 받거나 내사를 받은 사실이 없을 만큼 투명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일양약품 측의 입장이 상이한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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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