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대부’ 박준 성폭행 파문

여직원을 성노리개로 마구 놀린 '아랫도리'

[일요시사=사회팀] 국내 ‘미용업계 대부’라 불리는 박준씨가 성추문에 휘말려 40년 넘게 이어온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박씨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여비서 뿐 아니라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온갖 성희롱과 추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이어져온 일이라는 것. 탤런트 박시후에 이어 박준까지 최근 권위를 남용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최근 국내 유명 헤어디자이너로 유명한 박준씨가 상습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은 박준(본명 박남식·62)씨에 대해 자신의 업체 여직원 4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박시후 성추문 사건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라 전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박씨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미용실 브랜드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미국·필리핀·유럽 등 국내외 150여개의 프랜차이즈 지점을 두면서 ‘미용계의 황제’ 혹은 ‘미용업계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박준이 잇단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헤어디자이너를 꿈꾸고 그를 우상으로 여기며 ‘포스트 박준’으로 거듭나길 바라던 많은 젊은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세미나
장소 가리지 않아

박씨는 서울 청담동 미용실에서 직원 1명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경기 양평군 한 사찰에서 다른 직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미용실 건물에서 자신의 비서로 일하는 직원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올해 초 경기도 양평의 한 사찰에서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술에 취해 직원 B씨 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올해 1월 박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 1월23일 경찰의 성폭력피해 원스톱지원센터를 찾아 박씨를 고소했고, 다른 여직원 3명은 지난달 18일 강제추행 혐의로 박씨를 추가 고소했다.

박씨의 개인 여비서로 근무했던 A씨는 조사에서 “박씨가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거부하고 싶었지만 직속 상사인 데다 회사 대표라 반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해고된 모 직원은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자 이유 없이 해고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용계에서 박씨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고도 알리지 못하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서·직원 등 수차례 강간 혐의로 수사
“지위 이용해 성희롱·추행” 주장 잇달아

고소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직원 A씨와 몇 번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합의하에 한 것이지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 성추행 또한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한 것이지 강압적으로 한 부분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회적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고소내용은 상당부분 허위·왜곡됐다. 고소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그만둔 바 있어 고소 의도와 취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과 박씨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5일 “당사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각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뜻에 따라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세월 흘러도
몹쓸 버릇 여전

영장이 기각되면서 박씨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한번 더렵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박씨 측근에서 근무했던 한 미용업계 관계자가 박씨의 못된 손버릇(?)에 대해 폭로하면서 ‘박준 성추문 사건’은 영장기각으로 일단락됐다고 하기엔 섣부르다. 되레 고소인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미용업계 20년 경력의 한 남성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준뷰티랩 청담점’에 근무했던 여직원들의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씨의 손버릇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은 미용업 종사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박준뷰티랩의 메카인 청담점에서 근무할 시 스태프들은 자신이 박씨에게 당했던(?) 성적 경험담을 서로에게 터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한창 명성을 날릴 15년 전 당시에도 고쳐지지 않는 몹쓸 손버릇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전해졌다. 박씨가 90년대 말에도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피해자 부모들이 한꺼번에 고소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에도 박씨는 청담점에 근무했던 일부 여직원들을 상대로 강제 성추행 및 성폭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부모가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항의·고소를 감행했으나 적당한 합의를 거쳐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씨는 내부에서 불거진 자신의 불미스러운 일을 무마시키고자 영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박씨가 여직원의 가슴이나 등, 허벅지를 만지는 일은 예사였다. 여직원들에게 커피나 음료 심부름을 시킨 뒤 ‘여기 와서 잠깐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나한테 뽀뽀해주면 안 돼?’ 등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며 “작고 얌전하고 말 못할 친구,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친구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런 사실을 입수하게 된 경로는 박준뷰티랩 청담점에 근무했던 피해 여직원 5∼6명과 직접 상담을 통해서였다. 피해 여성들은 그에게 “일상화된 박씨의 성폭력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방으로 호출하거나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여직원들이 꼭 2명씩 붙어 다녔으며 밤에 미용실에 여직원 혼자 남는 일도 금기시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떵떵’
피해자는 ‘쉬쉬’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내부 직원들과 일부 미용업계에서만 알고 있었을 뿐 공론화되지 않았는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미용업계에서 차지하는 박준 대표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었다. 예비 미용인들은 일제히 ‘박준’을 지지했고 견습생들이나 스태프 등 대부분은 청담동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하는데다 박씨의 경우는 국내외 프랜차이즈 점포만 150개나 가지고 있는 미용업계 거물이어서 개인이 대적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였다.

따라서 당시 박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 여직원들 부모도 딸의 안위와 미래를 걱정해 중간에 소를 취하하거나 합의로 무마시키는 경우가 파다했다고 한다. 특히 성추문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 피해자의 이름이라든지 모든 게 노출되는 것을 감수해야한다는 점과 좁은 미용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이 흐르면 자칫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는 불안감이 작용해 합의하는 선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성관계 거절하자 “당장 나가!” 해고
“손버릇 더럽다”…14년 전에도 피소

관계자는 “국내 미용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내부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공론화돼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이 많은 미용업계의 경우 성범죄가 만연하게 발생할 수 있어 관련 상담원이나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 지금은 묻힐 수 있었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으며 앞으로 더 미용업계가 개선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일침 했다.

박씨의 성추문에 관련된 제보는 SNS를 통해 꼬리를 물며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21년 전에 우리 누나도 박준한테 당해서 바로 그만두고 나왔다” “사실 나도 수년전에 영국에서 당했다. 갑자기 술을 두 잔 마시더니 몸을 더듬었고, 이를 언론에 노출시키면 네 신상 또한 노출될 거라고 협박까지 했다” 등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그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가십거리로 치부되고 있었다.

잇따르는 제보에
굴욕적인 오명도

전문가들은 박시후에 이어 박준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피소를 당했다고 해서 각종 ‘설’과 추측성 보도로 당사자에게 제 3의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박시후의 경우도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는 무죄일 수 있고 박준 역시 고소인과 합의를 하려 했다는 정황이 떠돌고 있지만, 자신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받을 의지도 내비친 만큼 유·무죄를 떠나 사건의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현재 영장 기각으로 모든 혐의가 부인된 상태지만 자신의 과오로 국내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라는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서경대학교에서 명예 미용학 박사를 수여받음은 물론 국내 헤어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성공신화를 이루어 내며 많은 미용업계 종사자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했던 박준. 그는 이번 성추문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오명을 쓰게 됐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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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