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노안 사기꾼의 가짜인생 전말

송해 아저씨도 속은 ‘페이스오프’

[일요시사=사회팀] 기막힌 사기행각을 벌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가증권 위조 등으로 전과 9범인 이 남성은 50대부터 90대 노인으로 위장해 기초노령연금 및 복권 위조로 부당이익을 챙겨왔다. 또한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해 최장수노인으로 활약, 2차례 인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무려 38살을 속여 뻔뻔한 사기행각을 벌여온 남성의 실체를 공개한다.


“난 98살이여. 욕심 부리지 않고 알맞게 먹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건강해. 송해 동생은 88살이지?”
이는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KBS1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60대 남성 안모(60·전과 9범)씨가 장수 할아버지로 참여해 최장수MC 송해와의 인터뷰 중 꺼낸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래 경연대회 프로그램에 참가해 트로트 가요를 불러 인기상을 수상했고, 두 달 뒤 연말 결선에도 나가 인기상을 한 번 더 받았다. 이뿐 아니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허리조차 굽지 않는 정정한 모습을 보이며 금세 유명인사가 됐고, 교양프로의 게스트로 출연해 장수비법을 설명하는 등 대담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당시 그의 진짜 나이는 60세였다.

방송으로 유명세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와 90대에 걸맞은 외모 덕분에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안씨의 신분세탁은 복권위조가 탄로 나면서 낱낱이 밝혀졌다. 그는 신분세탁 후 5년 동안 연금복권 등을 위조해 총 47만원의 부당이익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장수수급 등 2200여만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겼고, 이를 수상하게 여겨온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안씨의 뻔뻔한 사기행각이 밝혀졌다. 수사결과 안씨의 수법은 수사관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안씨가 신분 세탁 등을 통해 범행을 준비한 것은 2005년. 유가증권 위조죄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안 씨는 천애의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의 모 교회 목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이때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38세 위인 91세라고 속였다. 그는 이가 거의 없고 주름이 많은 외모적 특징을 부각시켜 상대방이 믿도록 유도했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변조해 90세 노인으로 완벽하게 빙의했다.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안씨의 호소에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법원에서 안씨의 성과 본을 만들어줬다. 안씨는 다음해인 2006년 6월, 법원에서 새로운 성·본을 창설한 뒤 2009년 3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제 버릇은 남 못준다 했던가. 유가증권 위조로 징역살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씨는 출소 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범행을 계획했고, 그의 복권위조는 창설허가를 받자마자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2009년 3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신분이 탄로 나지 않도록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열 손가락 끝에 강력접착제를 거듭 칠하는 수법을 사용, 지문을 손상시킨 후 가공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당시 안 씨가 신고한 출생연도는 1915년이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데 성공한 그는 2009년부터 지난 1월까지 48개월간 정부가 지원해주는 기초노령연금과 장수수당, 기초생계비 등 총 2285만원을 지원받았다.

60세 복권 위조범 잡고 보니…98세로 생활
노령연금 수령하고 TV 전국노래자랑 출연도

이어 안씨는 신분 확인 없이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 당첨금액 5만원 미만의 복권을 위조해 최근 5년 동안 총 47만원을 타냈다. 그는 연금복권을 여러 장 구입한 뒤 복권을 물에 불려 숫자 뒷면을 긁어낸 뒤 가위와 풀을 이용해 당첨번호를 오려 붙이는 수법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치밀한 범행은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면서 들통 났다. 위조 복권 사건을 수사하던 흥덕경찰서는 <전국노래자랑>과 교양프로에 출연했던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 신병 확보에 나서 지난 1월 안씨를 검거했다.

용의자를 검거하고도 고령의 노인이 복권의 숫자를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한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경찰은 안 노인의 과거를 캐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1979년부터 2002년까지 7차례나 복권 등을 위조했던 전과가 있던 동일범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나이가 맞지 않아 경찰 측은 한동안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일수법과 인상착의 등이 비슷한 점, 출소 후 복권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점 등을 확인, 안씨를 최종 용의자로 지목했다. 

38세를 뛰어 넘는 놀라운 신분 세탁 능력으로 전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희대의 사기꾼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전남 완주의 한 교회로 도주했고, 경찰은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있던 안씨를 붙잡아 조사한 끝에 범행을 자백 받았다. 그가 8년 동안 유지해온 가짜 신분이 탄로 났음은 물론 장수인생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경찰은 법원을 속여 허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고 복권을 위조한 혐의 등(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지난 5일 안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얼굴에 주름이 많고 이가 거의 없는 노안외모를 이용해 고령자 행세를 했고, 20년 이상 교도소 생활을 한 탓에 주변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 버릇 남 못 줘

안씨는 혐의를 시인하며 “살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욱하는 성질로 또 한 것이다. 과거에 초상화 그린 적도 있었고…”라며 말끝을 흐린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고, 출소 후에도 제 버릇 남 못주고 자기 인생까지 가짜로 만든 안씨. 과거 사용했던 동일한 사기수법과 대담한 신분 세탁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그는 결국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교도소에 바치게 됐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년 가짜인생' 조선족, 왜?

살인 도주…신분 세탁으로 귀화

살인죄를 숨기려 신분 세탁 후 10여년 넘게 이중생활을 해온 조선족 양모씨가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양씨는 지난 2003년 여름 중국 만주의 작은 안마방에서 공범이 피해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살해하면서 졸지에 중국 공안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살인혐의 꼬리표까지 붙는 등 억울한 신세가 된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공범은 공안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으나 양씨는 남의 눈을 피해 도주하다 3년 뒤 신분을 속여 한국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브로커를 통해 ‘김아무개’라는 이름으로 가짜 여권을 만들어 서울에 발을 들이고서 법무부에서 귀화 허가까지 받아내 뻔뻔하게 한국국적으로 살아갔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한국인이 된 양씨는 중국에 여행을 다녀오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으며 신분세탁은 5년 가까이 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양씨의 신분세탁 사실은 낱낱이 드러났다.

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양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지만 수차례 변호사를 바꿔가며 항소에 상고를 거듭하기에 이르렀다.

양씨의 모친이라는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씨와 김씨는 부친이 다른 형제(동복형제)라서 얼굴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진술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혈액형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귀화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그동안 김씨 이름으로 재판을 받던 그는 비로소 양씨로 돌아갔다.


이어 양씨는 중국 당국이 앞서 외교 채널을 통해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정식 청구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한국에서 받은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10년 전 상해치사 혐의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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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