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④김우중의 대우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07 16: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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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돈 숨길 금고도 많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1967년 3월 섬유수출업체인 한성실업 무역부장 시절 31세의 청년 김우중은 자본금 5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충무로의 열평 남짓한 사무실에 트리코트 수출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대우실업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셔츠와 내의류 원단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로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설립 1년만인 68년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였다.

'대우제국'꿈 날린
'킴기스칸'무리수

70년대 들어서서 대우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아래 급속히 사세를 확장했다. 김우중은 '킴기스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칭기스칸이 동유럽, 중동, 송나라, 고려 등 기병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휩쓸었던 것처럼 김우중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등 가리는 곳 없이 발을 뻗었다.  

73년 영진토건(대우개발), 74년 대우전자, 76년 한국기계를 인수했고 78년에는 옥포조선소(대우조선),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를 각각 넘겨받았다. 83년에는 대우전자와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묶어 대우전자로 키웠으며 같은 해 동양증권과 삼보증권을 사들여 대우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대우실업이 ㈜대우로 바뀌면서 그룹회장제가 도입, 그룹 외형이 갖춰졌다.

90년대 들어 김우중 회장은 해외시장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93년 세계경영의 경영이념을 선포함과 동시에 루마니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 동구권과 구소련 지역에 진출하는 등 확대경영 전략을 폈다.

98년 말 대우는 계열사 41개, 국내 종업원 10만5000명, 해외사업장 외국인 종업원 21만9000명, 해외법인 396개사의 공룡재벌로 성장했고 자산기준으로 삼성, LG를 제치고 현대에 이어 재계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외화내빈'이요 '속 빈 강정'이었다. 110여억달러에 달하는 대우그룹의 해외투자는 '부메랑'이 돼서 날아왔고 이를 떠받치기에는 내부구조가 취약했다. 이럼에도 김 회장은 세계경영을 포기하지 않았고 국·내외 사업장들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금을 계속 늘려갔다. 99년에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이후 모든 기업들이 몸을 웅크리던 상황에서 김 회장의 선택은 그룹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갔다.

98년 12월8일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10개사로 감축하는 구조조정 세부계획을 발표하고 99년 1월21일 수영만 부지 매각 등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 4월19일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매각, 김 회장 보유주식 매각대금 3000억원 출연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잇따라 발표, 위기 탈출을 모색했다.

정통 대우맨들 경영 일선서 활발한 활동
김 전 회장, 베트남서 '김우중 2세' 키운다

하지만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GM과의 협상,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간 협상이 모두 실패하면서 대우는 벼랑 끝에 몰렸다.

결국 6월 말 대우 사장단 전원의 사표제출에 이어 7월19일 대우그룹은 10조1000억원에 이르는 김 회장의 전 재산 담보라는 극약처방을 제시했다. 이어 채권단이 대우에 신규자금 4조원 지원을 결의, 김 회장은 퇴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99년 8월26일 이미 25곳으로 줄어든 전체 계열사 가운데 ㈜대우, 대우통신,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전자, 대우전자부품, 쌍용자동차, 대우캐피탈, 경남기업, 오리온 전기,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등 12개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하에 워크아웃을 맞이하게 됐고 대우증권 등 나머지 13개 계열사는 독자적 회생의 운명에 처하게 됐다.

2000년 11월 최종 부도처리 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자동차는 우여곡절 끝에 GM이 인수, 2002년 10월17일 ‘GM대우차’로 새롭게 태어났지만 GM대우는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계속하다 2011년 1월 쉐보레 브랜드로의 흡수 통합을 선언, 한국GM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2000년 4월 대우 계열에서 정식으로 분리된 쌍용자동차는 2005년 상하이자동차 그룹에 인수됐다가 판매 부진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9년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 사태로 노사, 노조간 갈등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2010년 말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됐다.

㈜대우는 대우존속법인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등 3개사로 재탄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에 인수, 드물게 ‘대우’로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난 이후 2010년 한국산업은행으로 인수됐다. 경남기업은 충남지역 건설사인 대우건설에 인수됐다가 2004년 대아건설을 합병했다.

이리 저리 팔린
대우 계열사들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 계열로 편입, 두산인프라코어로 재탄생했으며 대우조선공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수주 실적 1위에 올랐지만 현재까지도 새 주인을 찾는 중이다.

대우중공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정공, 한진중공업과 함께 통합법인 한국철도차량을 설립했다. 이후 한국철도차량의 지분이 2001년 현대자동차에 전량 매각되면서 지금의 현대로템이 설립됐다.

대우전자는 지속적으로 규모를 줄이다가 2002년 말 주력사업부문이 대우모터공업으로 양도됐고 이 회사는 2003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출범했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5년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 가격과 매각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줄줄이 무산되다가 지난 2월 8년 만에 동부그룹 품에 안겼다.

대우그룹 해체 전 채권단에 인수된 대우증권은 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가 2009년 한국산업은행 민영화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KDB금융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다이너스카드클럽 코리아는 2001년 8월 현대자동차에 매각되어 현대카드로 탈바꿈했으며 대우캐피탈은 아주그룹으로 편입되어 아주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10조원대의 불법 대출과 재산 은닉 혐의를 받던 김 전 회장은 99년 10월18일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준공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 뒤 해외에서 낭인 생활을 했다. 독일과 베트남, 프랑스 등지에서 지내던 김 전 회장은 2000년 이후 대우차 노조가 체포결사대를 조직하고 수배에 나서자 모로코와 수단 등지로 계속 숨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이 나도는
김 전 회장 재기론

2001년 3월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김 전 회장은 2002년 한국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됐지만 1987년 가족들과 함께 취득한 프랑스 국적을 이용,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5년8개월간의 해외 잠행 생활을 마치고 2005년 귀국한 김 전 회장은 바로 철창 신세를 졌다. 이후 심장질환 등 건강 악화로 한 달여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2007년 12월3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특별사면으로 사면 복원됐던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구명 로비의혹 수사 과정에서 추징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 재산을 숨긴 혐의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돼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대우그룹 해체는 국가 경제를 흔들었다. 정부는 대우그룹을 살리려고 약 3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41조원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30조원의 혈세 대부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그대로 남아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털터리'지만 김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업계에서 김 전 회장의 재기론이 끊임없이 나도는 이유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사면 이후 2009년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빈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같은 해 10월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창립총회에서는 육성이 담긴 영상편지를 대우 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가장은 빈털터리…가족 재산은 증가
허공으로 사라진 국민 혈세 30조원

2010년과 2011년, 대우그룹 창립 기념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면서 매일 골프를 즐기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전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실질적인 운영과 자금을 지원하는 해외 청년 취업프로그램 'YBM(Global Young Businessman for Vietnam)'을 이끌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직계 가족들은 기업의 대주주이거나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는 아트선재센터의 관장을 맡고 있으며 차남인 선엽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도니스CC의 대주주를 맡고 있다. 2005년 아도니스CC 대표이사에 취임한 선엽씨는 2010년 이경재 이사를 대표이사로 올린 뒤 등기 임원에서 빠졌다. 장남 선재씨는 1990년 미국유학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 전 회장의 외동딸 선정씨는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을 지냈고, 지금은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특히 선정씨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안사람으로서 이수화학 지분 3.8%와 이수페타시스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선정씨의 주식보유액 가치는 241억원에 이른다.

매년 빠짐없이 창립 기념식을 열고 있는 옛 '대우맨'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우렁차다.

여전히 막강한
총수일가 영향력

대표적 인물이 장병주 전 ㈜대우 무역부문 사장이다. 대우그룹 사태의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다 지난 2007년 12월 사면 복권된 장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을 맡아 세계경영의 재평가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1976년 대우그룹에 입사한 뒤 지난 30여 년 동안 '대우외길'을 걸어왔던 이성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은 최근 대우일렉이 동부에 인수된 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3월 선임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1980년 대우그룹 입사 후 대우밥만 먹은 정통 대우맨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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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