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정신병자’로 내몰린 ‘내부고발자 잔혹사’ 실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06 16: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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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평생 그래야 살아~”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들을 파면 조치했다.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던 조웅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을 폭로해 긴급 체포됐다. 내부고발자의 낙인이 찍힌 이들의 인생을 염려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과연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일요시사>가 ‘내부고발자들의 잔혹사’를 추적해보았다.


1997년 6월14일 아침,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감찰실의 지하 조사실. 5일째 이곳에 감금된 김필원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구급차에 실렸다. 그대로 서울 삼성서울병원 정신병동 903호 특실에 갇힌 김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자’가 됐다.

김씨는 온몸이 포박된 채 강제로 정신질환약을 먹었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 국가와 병원에 이 모든 상황을 문의하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국가기관과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28년 근무한 직원
열흘 만에 정신병자

김씨는 육군사관학교 26기 졸업생으로 장교생활을 하다가 1972년 6급 공무원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에 공채 입사했다. 김씨는 중정과 안기부에서 국내 주요 정보를 수집하고, 언론 대외협력관, 국회 연락팀장, 정치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씨는 국가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돼가는 안기부를 목도하며 ‘국가정보기관이 오염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판단, 부당인사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열흘이 되기도 전에 안기부 지하 조사실에 감금됐고, 얼마 후 정신병자 낙인이 찍혔다. 바로 이것이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끔찍한 실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1인, 그리고 전문의의 판단만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대상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요건이 허술하다 보니 누구라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퇴원 조건 서약서
내용은 재산 양보

실제로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은 너무도 간단했다. 안기부 직원의 설득과 김씨 전부인 A씨의 서명, 그리고 주치의의 진단서, 병원장의 동의가 전부였다.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지하 조사실에 있을 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이 나를 3~4초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그냥 나갔다. 나중에 그가 의사였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를 보고 간 사람은 삼성서울병원의 주치의 L씨. 6월13일 그는 바로 진단서를 작성했다. 진단서(표1)에는 “당분간 (적어도 한 달)의 입원가료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치료소견이 적혀있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한 전문의는 “진단서를 작성하려면 검진소견서가 필요하다. 한번 훑어보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진단서가 작성되기 하루 전날 A씨가 이미 김씨 입원동의서에 서명해 안기부에 제출한 사실이 소송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안기부 직원과 A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밀히 만나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문제를 두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입원동의서는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4초 응시하더니 진단서에 ‘인격장애’ 한 달간 입원 필요 의견 작성
입원 요건 허술해 보호자·병원소속인·전문의 3인만 공모하면 직행 

이후 김씨와 A씨의 소송 속기록에 의하면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안기부 직원들은 A씨에게 김씨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전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단식투쟁을 하고, 안기부 조사실에 감금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났다”라며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정신병원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낸 김씨는 4개월 후 병원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김씨를 마냥 감금할 수만은 없었던 병원은 김씨에게 서약서<표2>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퇴원 조건이었다. 당시 김씨에게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서약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통원치료를 할 것, 퇴직금 1억8천여만원과 연금을 부부합의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안기부와 A씨의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씨가 서약서를 작성할 당시는 이미 A씨가 김씨의 퇴직금과 연금을 수령한 후였다. 김씨가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A씨가 김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김씨, A씨, 안기부 직원 사이에 고성이 오간 사실도 A씨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문제는 비단 김씨만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국가기관 내부고발자들이 이 같은 국가기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었던 한영수씨도 꽤나 유명한 내부고발자다. 한씨는 김씨처럼 정신질환 진단을 받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된 적은 없지만, ‘정신병자’라는 수식어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병자의 말
 들을 필요 없다”

심지어 한씨 면전에서 “정신병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있을 정도니, 이들에게 정신병자라는 족쇄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 수 있다.

한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정신병자 낙인이 찍힌 계기는 선관위 내부공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씨와 관련해 선관위에서 내린 공문의 요지는 “한영수는 정신병자이니, 이와 관련해 어떠한 정보수집도 하지 말 것”이었다.

이 공문으로 한씨의 모든 주장은 그저 정신병자의 말장난 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럼에도 내부 투쟁을 멈추지 않은 한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결국 해임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씨의 부인 B씨에 대한 공무원 감찰도 이어졌다. 당시 우체국장이었던 B씨는 수년간 소송에서 국가기관과 싸웠다. 지칠 대로 지친 B씨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례도 있다. 3년간 수차례 정신병원에 감금돼 주검과 다름없는 몸으로 살고 있는 이는 바로 박일남씨. 그는 내부고발자가 아닌 외부고발자임에도 이 같은 만행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1995년 박씨는 한 식품가공업체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고 며칠간 고생했다. 이에 박씨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해당 업체를 신고하고 해당 식품에 대해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식품으로 쓸 수 없다는 ‘부적합’ 판정이 나왔으며, 박씨는 이를 인정받아 포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부적합 식품을 판매한 사람을 고발했지만, 웬일인지 경찰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공무원 가족에 대한 억압까지, 감찰·소송으로 이어져 우울증 발병도  
부적합 식품 보건환경연구원에 신고, 검찰에 고발해 정신병원에 감금

그러자 박씨는 검찰을 찾아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박씨는 길거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납치돼 그대로 정신병원에 끌려가 11개월 동안 강제로 감금당했다. 의정부의 한 개인병원은 박씨에게 강제로 수십 차례 마취제를 주사하고, 약을 먹였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퇴원 당시 뇌가 거의 마비된 상태였다. 깨어나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 기억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퇴원 후 1년이 지나자 박씨는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박씨는 “공무원들이 직무유기죄 시효를 넘기려고 시간을 끌면서 나를 가뒀다. 정신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진정한 상태다.

외교부 내부고발자로 6년째 국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황규환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 정비는 완벽한 수준이다.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 공익신고자포상법, 국가공무원법, 그리고 각 부처 행동지침을 보더라도 내부고발은 장려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임면권자와 국가기관장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조직의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부고발자를 억압하고 있어 법이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수차례 마취제 투여
“죽은 것과 다름없어”


‘선의 방관이 악을 키운다.’ 이 말은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인 에드먼드 버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두고 한 말이다. 내부의 비리와 부패를 바로잡고자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에 대한 억압이 끈질기게 반복되면, 과연 우리사회는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한국부패학회의 고문이자 전 회장인 오필환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기관의 장, CEO들과 굉장히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부고발이 꺼려진다”라면서 “사실 부패에 대해서는 외부사람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내부에서도 일부 사람만 알고 있고, 알려진 부패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이러한 분위기가 일종의 한국문화가 됐다. 남 잘못을 드러내기보다 덮어주고 모른척하고 넘어가는 것.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보니, 이것이 인지상정처럼 됐다. 이런 후진적인 문화 때문에 내부고발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패를 묵인하는 것이 정의가 된다. 사회는 균열되고 결국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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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