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정신병자’로 내몰린 ‘내부고발자 잔혹사’ 실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06 16: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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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평생 그래야 살아~”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들을 파면 조치했다.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던 조웅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을 폭로해 긴급 체포됐다. 내부고발자의 낙인이 찍힌 이들의 인생을 염려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과연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일요시사>가 ‘내부고발자들의 잔혹사’를 추적해보았다.


1997년 6월14일 아침,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감찰실의 지하 조사실. 5일째 이곳에 감금된 김필원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구급차에 실렸다. 그대로 서울 삼성서울병원 정신병동 903호 특실에 갇힌 김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자’가 됐다.

김씨는 온몸이 포박된 채 강제로 정신질환약을 먹었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 국가와 병원에 이 모든 상황을 문의하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국가기관과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28년 근무한 직원
열흘 만에 정신병자

김씨는 육군사관학교 26기 졸업생으로 장교생활을 하다가 1972년 6급 공무원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에 공채 입사했다. 김씨는 중정과 안기부에서 국내 주요 정보를 수집하고, 언론 대외협력관, 국회 연락팀장, 정치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씨는 국가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돼가는 안기부를 목도하며 ‘국가정보기관이 오염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판단, 부당인사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열흘이 되기도 전에 안기부 지하 조사실에 감금됐고, 얼마 후 정신병자 낙인이 찍혔다. 바로 이것이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끔찍한 실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1인, 그리고 전문의의 판단만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대상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요건이 허술하다 보니 누구라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퇴원 조건 서약서
내용은 재산 양보

실제로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은 너무도 간단했다. 안기부 직원의 설득과 김씨 전부인 A씨의 서명, 그리고 주치의의 진단서, 병원장의 동의가 전부였다.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지하 조사실에 있을 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이 나를 3~4초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그냥 나갔다. 나중에 그가 의사였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를 보고 간 사람은 삼성서울병원의 주치의 L씨. 6월13일 그는 바로 진단서를 작성했다. 진단서(표1)에는 “당분간 (적어도 한 달)의 입원가료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치료소견이 적혀있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한 전문의는 “진단서를 작성하려면 검진소견서가 필요하다. 한번 훑어보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진단서가 작성되기 하루 전날 A씨가 이미 김씨 입원동의서에 서명해 안기부에 제출한 사실이 소송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안기부 직원과 A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밀히 만나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문제를 두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입원동의서는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4초 응시하더니 진단서에 ‘인격장애’ 한 달간 입원 필요 의견 작성
입원 요건 허술해 보호자·병원소속인·전문의 3인만 공모하면 직행 

이후 김씨와 A씨의 소송 속기록에 의하면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안기부 직원들은 A씨에게 김씨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전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단식투쟁을 하고, 안기부 조사실에 감금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났다”라며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정신병원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낸 김씨는 4개월 후 병원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김씨를 마냥 감금할 수만은 없었던 병원은 김씨에게 서약서<표2>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퇴원 조건이었다. 당시 김씨에게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서약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통원치료를 할 것, 퇴직금 1억8천여만원과 연금을 부부합의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안기부와 A씨의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씨가 서약서를 작성할 당시는 이미 A씨가 김씨의 퇴직금과 연금을 수령한 후였다. 김씨가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A씨가 김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김씨, A씨, 안기부 직원 사이에 고성이 오간 사실도 A씨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문제는 비단 김씨만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국가기관 내부고발자들이 이 같은 국가기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었던 한영수씨도 꽤나 유명한 내부고발자다. 한씨는 김씨처럼 정신질환 진단을 받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된 적은 없지만, ‘정신병자’라는 수식어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병자의 말
 들을 필요 없다”

심지어 한씨 면전에서 “정신병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있을 정도니, 이들에게 정신병자라는 족쇄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 수 있다.

한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정신병자 낙인이 찍힌 계기는 선관위 내부공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씨와 관련해 선관위에서 내린 공문의 요지는 “한영수는 정신병자이니, 이와 관련해 어떠한 정보수집도 하지 말 것”이었다.

이 공문으로 한씨의 모든 주장은 그저 정신병자의 말장난 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럼에도 내부 투쟁을 멈추지 않은 한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결국 해임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씨의 부인 B씨에 대한 공무원 감찰도 이어졌다. 당시 우체국장이었던 B씨는 수년간 소송에서 국가기관과 싸웠다. 지칠 대로 지친 B씨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례도 있다. 3년간 수차례 정신병원에 감금돼 주검과 다름없는 몸으로 살고 있는 이는 바로 박일남씨. 그는 내부고발자가 아닌 외부고발자임에도 이 같은 만행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1995년 박씨는 한 식품가공업체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고 며칠간 고생했다. 이에 박씨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해당 업체를 신고하고 해당 식품에 대해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식품으로 쓸 수 없다는 ‘부적합’ 판정이 나왔으며, 박씨는 이를 인정받아 포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부적합 식품을 판매한 사람을 고발했지만, 웬일인지 경찰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공무원 가족에 대한 억압까지, 감찰·소송으로 이어져 우울증 발병도  
부적합 식품 보건환경연구원에 신고, 검찰에 고발해 정신병원에 감금

그러자 박씨는 검찰을 찾아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박씨는 길거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납치돼 그대로 정신병원에 끌려가 11개월 동안 강제로 감금당했다. 의정부의 한 개인병원은 박씨에게 강제로 수십 차례 마취제를 주사하고, 약을 먹였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퇴원 당시 뇌가 거의 마비된 상태였다. 깨어나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 기억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퇴원 후 1년이 지나자 박씨는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박씨는 “공무원들이 직무유기죄 시효를 넘기려고 시간을 끌면서 나를 가뒀다. 정신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진정한 상태다.

외교부 내부고발자로 6년째 국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황규환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 정비는 완벽한 수준이다.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 공익신고자포상법, 국가공무원법, 그리고 각 부처 행동지침을 보더라도 내부고발은 장려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임면권자와 국가기관장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조직의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부고발자를 억압하고 있어 법이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수차례 마취제 투여
“죽은 것과 다름없어”


‘선의 방관이 악을 키운다.’ 이 말은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인 에드먼드 버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두고 한 말이다. 내부의 비리와 부패를 바로잡고자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에 대한 억압이 끈질기게 반복되면, 과연 우리사회는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한국부패학회의 고문이자 전 회장인 오필환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기관의 장, CEO들과 굉장히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부고발이 꺼려진다”라면서 “사실 부패에 대해서는 외부사람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내부에서도 일부 사람만 알고 있고, 알려진 부패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이러한 분위기가 일종의 한국문화가 됐다. 남 잘못을 드러내기보다 덮어주고 모른척하고 넘어가는 것.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보니, 이것이 인지상정처럼 됐다. 이런 후진적인 문화 때문에 내부고발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패를 묵인하는 것이 정의가 된다. 사회는 균열되고 결국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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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