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잘 나가는 ‘7인의 삼성 떡검’ 현주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32:05
  • 댓글 0개

폭로한 의원은 금배지 떼이고 돈 먹은 떡값검사들은 '떵떵'

[일요시사=정치팀]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 일간지 사주와 삼성의 고위층 인사가 조용히 만났다. 이들은 대통령후보와 검찰 고위간부, 그리고 돈 보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내용은 8년이 지난 후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의 비밀대화가 국정원에 의해 녹취된 지 16년이 흐른 지금, 이를 공개한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돈의 주인으로 알려진 ‘떡값검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른바 ‘삼성 떡검’ 7인의 현주소를 추적해 봤다. 




법조계를 향한 여론이 흉흉하다. “떡값검사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게 실형을 내린 법관이나 다 한통속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검찰은 떡값검사에 대해서는 시간이 오래됐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래놓고 노 대표에게는 실형을 선고했다. 법은 대상에 따라 이처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법원이나 검찰이나 삼성X파일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위상 실추

노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의원직 상실형’ 판결로 당시 노 대표가 공개했던 떡값검사, 이른바 7인의 ‘떡검’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의해 녹취가 이뤄질 당시 이들은 모두 검찰 고위간부였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삼성X파일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면서 정국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사건의 중심인 검찰은 어쩐 일인지 끄떡없었다는 점이다. 사법처리는 고사하고 검사복만 벗었을 뿐,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사회고위층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의 로펌회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경원 변호사는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다. 최 변호사는 삼성X파일이 공개된 후에도 검사직을 유지하다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하는 내공을 보였다.


최 변호사의 타이틀이 하나 더 있다. 검찰동우회 회장. 지난 11일 검찰동우회가 연 신년교례회와 정기총회만 보더라도 이 모임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교례회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귀남·김종구·김기춘김성호 전 법무장관, 김준규·송광수·박순용 전 검찰총장, 현 권재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김진태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검찰 핵심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막강한 권력 조직을 과시했다.

이날 최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며 “이렇듯 참담할 정도로 검찰의 위상이 실추된 적이 없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검찰 내부가 단합해 뼈를 도려내는 혁신을 하고 노력을 다해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 경기고 서울법대, 검찰 고위간부, 법무부 장·차관 경력도
현 변호사, 기업인, 대한공증인협회장, LG전자 사외이사 등 다양

한부환 변호사는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다. 한 변호사도 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후 한 변호사는 서초구에 자신의 이름으로 법률사무소를 냈으며 언론중재위원회 신임 중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때 한 변호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 X파일 기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언론중재위원 제척사유가 분명한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일 한 변호사는 법조언론인 클럽에서 ‘2012 올해의 법조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한 변호사가 법학교육위원회 초대위원으로 로스쿨 인가기준 마련 작업에 참여하고, 제1기 로스쿨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로스쿨 평가를 주도해 로스쿨이 발전할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삼성X파일에 이름을 올릴 당시 서울지검장이었던 안강민 변호사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안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그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불법도청을 한 사건이다. 그로부터 5년 후 국정원의 도청에 의해 안 변호사가 떡검으로 알려지면서 명예가 추락한 것이다. 

안 변호사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서초동에서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던 홍석조 변호사는 떡검 폭로로 인해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현재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대표이사직을 맡아 사업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노 대표를 의원직에서 끌어내린 삼성X파일 관련 2005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작은처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떡값 전달책’을 맡았다고 한다. 이 보도자료에 소개된 녹취기록을 보면 홍석현 사장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석조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라는 발언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인으로 변신한 사람이 또 있다. 김상희 변호사는 2009년에 LG전자 사외이사로 현재까지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 녹취록에 언급될 당시 김상희 변호사는 동부지검 차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그는 법무부 차관자리를 꿰차 삼성X파일을 무색하게 했다.

사외이사는 성공의 척도로 여겨질 정도로 물질적인 혜택과 함께 사회적인 명성도 높일 수 있는 자리다. 고액연봉, 해외연수나 세미나, 출장비 지원, 실권주 배정 등 각종 부가수입도 짭짤하다. 그런 점에서 김 변호사는 기업인으로 매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고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1년 선배로 알려진 김진환 변호사는 당시 서울지검 2차장 검사를 맡고 있었으며, 이후 서울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충정의 대표변호사이자 대한공증인협회장으로 법조계의 주요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이사 시절 삼성X파일에 이름을 올린 김두희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을 맡았으며 현재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떡검 명단을 공개했던 노 대표는 “홍석조는 오래전부터 후배검사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담당하였고, 2003년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있으면서 삼성맨을 요직에 앉힌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검찰의 인사권자는 사실상 삼성”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떡값검사에 이름을 올린 이들에게는 한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그리고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경기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국정원 도청과 이상호 MBC 기자의 보도, 노 대표의 삼성X파일 공개에 의해 삼성과 연결됐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

삼성 떡검 파문의 당사자인 노 대표는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현재 노 대표에 대한 사면요구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론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사회 각 위치에서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는 전직 검사들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논란을 마무리해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