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GH 그림자' 허태열 비서실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5: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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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들고 청와대 입성…물음표 운명

[일요시사=사회팀] 허태열 전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되자 정치권에서는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새어나왔다. 한편에서는 허 비서실장의 과거 행적을 비추어 권부 핵심 기구 수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는 허 비서실장. 그의 꿈은 2대에 걸쳐 '박통' 일가를 보필하는 것이다.



"국민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며 비서실 수장 자리를 꿰찬 그는 인선 직후부터 수많은 구설에 올랐다.
 
전방위 사퇴압박
출발부터 삐그덕

급기야 지난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해명자료까지 발표했다. "저로 인해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과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각계의 강도 높은 비난 여론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먼저 허 비서실장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 혐의를 받고 있다. 허 비서실장은 지난 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해 그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구 교수의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허 비서실장의 박사논문은 이 교수가 1996년 <한국행정학보>에 실은 '지방정책에 대한 이론모형의 개발과 실증적 적용'을 표절한 것이다.


허 비서실장 명의로 된 13쪽 분량의 원문 중 6쪽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이 교수의 논문과 일치했다. 통상 논문 표절 논란은 타 연구자의 연구 방법을 모방하거나 결과를 인용하는 등의 행위가 있을 때 불거진다. 때론 논문 안에서 단어와 문장이 비슷한 배열 구조를 가질 때도 표절 의혹은 제기된다.

그러나 허 비서실장의 논문은 ‘표절 수준을 넘어서 복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허 비서실장은 이 교수의 논문 2∼7쪽을 그대로 복사해 차용했다. 두 논문을 비교한 한 전문가는 “그간 많은 표절 사례를 봤지만 이처럼 똑같이 베낀 건 처음”이라며 이번 논란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박 복심' 대표적 친박계 "친정체제 구축 완성"
정치권서 우려…각종 의혹 등 과거 행적 불거져

그러나 허 비서실장은 오히려 대담했다. 그는 해명자료에서 "논문작성 과정에 있었던 시간적 제약 등으로 세밀한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저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제 나이가 올해로 68세인데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주장했다.

허 비서실장이 논문을 작성한 시기는 1999년으로 알려져 있다. 허 비서실장은 박사 과정에 있던 1995년부터 충북도지사를 지냈고, 1999년 무렵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현실적으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한 논문 작성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허 비서실장의 논문을 둘러싸고 '대필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의 보좌진 중 한 명이 허 비서실장의 지시로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허 비서실장은 "논문을 작성할 당시 이 교수를 만나 자문을 받았고, 원저자가 알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박사논문 표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논문 표절로 새누리당을 자진 탈당한 문대성 의원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중 잣대'라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 의원은 자신이 2008년 국민대에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이 2007년 김백수 박사의 논문을 표절한 정황이 드러나자 당선 후 9일을 버티다가 탈당했다. 사하갑을 지역구로 했던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은 문 의원이 잠적하자 그의 위치를 수소문해 자진 탈당을 설득하는 등 강한 압박을 행사했다. 그 결과 문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 당적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 친박계의 대응은 달랐다. 사퇴 압박은커녕 허 비서실장 지키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 관계자는 "모두가 친박계를 두려워해 납작 엎드려 있다"며 "(사퇴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서로가 눈치 보느라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부산·대구와 척을 지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교섭채널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며 "괜히 앞장섰다가 어찌될지 모른다"고 몸을 사렸다.

박근혜 인사는
아무도 못말려

박근혜 정부의 인사코드 중 하나인 부산. 허 비서실장의 정치적 고향도 부산이다. 경남에서 태어나 부산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기고 부산 북·강서을에서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지역감정 유도 발언은 특히 유명한데 허 비서실장은 공동 유세현장에서 "민주당은 전라도 사람이 키우고 전라도 사람이 사랑하고, 우리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부산시민이 키우고 부산시민이 사랑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중앙정부에서 부산사람을 찾을 수 없어 눈에 띄면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른다"며 "여러분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수완이 좋아도 (앞으로) 다 틀렸다. 앞으로 우리 아들·딸들이 남(호남인)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자신할 수 있겠냐"고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이처럼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철저히 노 전 대통령을 공략한 허 비서실장은 53.2%의 득표율로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허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6대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민주당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라고 발언하는 등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많은 부산시민은 허 비서실장을 지지했다. 허 비서실장은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렇듯 능력을 인정받은 허 비서실장은 2008년 7월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의원 등과 함께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당시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허 비서실장의 실질적인 당내 영향력보다는 친박계 출신이라는 이점이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친박계 인사라는 꼬리표가 허 비서실장에게는 득이 된 셈.

박근혜 대통령과 허 비서실장의 공생은 200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때 허 비서실장은 시장과 도지사를 두루 경험한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당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그리고 2008년, 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허 비서실장은 일약 친박계 실세로 급부상했다. 친이 세력에 맞서 친박 진영을 지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


나아가 허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두 차례 대선 도전을 곁에서 지키며, 깊은 신뢰를 구축했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박 대통령도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허 비서실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를 나서서 만류하는 등 남다른 신임을 드러냈다.

허 비서실장은 지난 1974년부터 11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했다. 당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그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박 대통령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남다른 인연 탓에 박 대통령은 허 비서실장에게 믿음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허 비서실장도 내정 발표 직후 "비서실장은 귀는 있지만 입은 없다"고 말해 '믿음을 지키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입을 무겁게 하겠다는 것.

부친에 이어
2대째 충성

그러나 허 비서실장의 과거를 들추면 신중치 못한 발언들이 눈에 띈다. 가장 유명한 건 이른바 "섹스 프리" 발언이다.

허 비서실장은 지난 2010년 정희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한 경제정책 포럼에 참석해 "섹스 프리(Sex free)하고 카지노 프리(Casino free)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관광사업 육성을 위한 성매매 및 도박 규제 완화를 전제한 것으로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섹스 프리'라는 말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와 배치되는 어휘였기 때문.

비난이 잇따르자 허 비서실장은 "국민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외국의 유명 관광지인 라스베이거스 같은 자유로운 관광특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 비서실장의 막말 논란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허 비서실장은 1년 전인 2009년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좌파는 빨갱이"란 말로 논란이 됐다.

허 비서실장은 "요즘 좌파라고 하지만 빨갱이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의 달콤한 추억을 잊지 못한다"며 "좌파는 80%의 섭섭한 사람들을 이용해 끊임없이 세력을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고 있는데 그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게 민주당"이란 연설을 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하며 늘 반복했던 '색깔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었다.

이외에도 허 비서실장은 2008년 광복절에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떠났다가 구설에 올랐다.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돌연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 것.

며칠 후 "일본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허 비서실장은 친일파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에 대해 허 비서실장은 "구마노라는 세계문화유산을 보러갔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글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허 비서실장의 과거 발언은 이처럼 그다지 믿음직한 인상을 주진 못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의 도덕성에 있다는 것이 몇몇 관계자의 증언이다. 소위 말하는 고위 공직자 비리 '그랜드슬램'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 허 비서실장은 병역면제, 부동산투기, 공천헌금 의혹을 모두 받고 있다.

"과거에는 이중 한 가지만 있어도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결이 갔는데 최근에는 이런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다보니 이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고 한 인사청문위원은 귀띔했다. 허 비서실장이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서실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의혹 검증 작업이 녹록치 않다는 게 한 국회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를 모를 일 없는 허 비서실장도 "이번 비만 피하면…."이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우선 허 비서실장은 신체장애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1976년 폐결핵으로 인한 왼손 검지·중지·약지 등 손가락 마비(수지강직)가 그 면제 사유였다. 하지만 허 비서실장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왼손의 이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무청은 지난  2004년 수지강직 증세가 병역면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하고 이를 면제사유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허 비서실장은 "폐결핵 합병증으로 손가락 마비가 왔었는데 지금은 치료를 통해 호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복사 수준 논문 표절…"섹스프리" 막말 구설수
부동산투기·병역·공천헌금 등 의혹 그랜드슬램
색깔론 신봉자…노무현 이긴 지역감정 '살아있네'

허 비서실장은 부동산투기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3억5000여만원 상당의 배우자 명의 땅이 매입 당시보다 시가가 몇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허 비서실장의 부인은 1997년 8월 이 논을 샀는데 영농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농지법은 농업인이 아닌 사람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에 허 비서실장의 부인은 '농사경력 1년, 선진 영농 매진'이라는 영농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로 땅을 산 뒤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스레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

이에 대해 허 비서실장은 "처음에는 아내가 직접 농사를 짓다가 소작을 맡겼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 토지 운영을 위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허 비서실장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여자가 팔 걷어붙이고 농사짓는 것 봤냐"면서 "겸사겸사 농사짓고 땅값이 오르면 좋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상 혐의를 시인한 셈.

아울러 허 비서실장의 동생 허모씨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 대가로 지인으로부터 5억원을 받아 챙겨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고발한 선관위는 허씨의 형인 허 비서실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허 비서실장은 "동생과는 몇 년간 의절하다시피 살았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동생과 만난 건 사실이지만 감이 안 좋아 심하게 야단치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허 비서실장은 공천헌금 수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인은 땅투기
동생은 헌금수수

청와대 비서실은 정부 관료 인선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요충지로 인사청탁과 헌금이 가장 많이 오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천헌금 수수 무혐의 처분을 받은 허 비서실장이 앞으로 얼마나 깨끗한 비서실을 운영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허태열 비서실장은?

▲경남 출생
▲부산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 법대 졸업
▲건국대 행정학박사
▲제8회 행정고시 합격
▲의정부시장
▲부천시장
▲충북 도지사
▲16·17·18대 국회의원(부산 북·강서을)
▲한나라당 사무총장 및 최고위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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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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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