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박시후 성폭행 진실공방

아랫도리 잘못 놀려…잘 나가다 치명타

[일요시사=연예팀] 드라마 <역전의 여왕> <검사 프린세스>로 ‘꼬픈남(꼬시고 싶은 남자)’으로 등극, 최근 종영한 <청담동 앨리스>에서 럭셔리 허당 재벌 2세를 연기해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박시후가 난데없는 성추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시후는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해명했지만, 고소인은 강간이라며 엇갈린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 훈남’ 박시후(35)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그는 멀끔한 외모와 완벽한 근육몸매로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였고, 근 2∼3년 동안 선보인 탄탄한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포스트 한류스타로 승승장구해나가던 차 성추문이라는 끔찍한 구설수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술 한 잔도 못하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추앙받는 그가 술을 마신 뒤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는 사건은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왔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류스타대열에 오르며 주가상승 중인 박시후가 이번 사건에 연루됨에 따라 불어 닥칠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훈남이
원나잇 종결자로

사건은 지난 14일 밤 10시에서 다음 날 새벽 2시 사이에 발생했다. 박시후는 후배 김모(24)씨와 강남의 모 술집에서 홍초 소주를 나눠 마시며 담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연기자 지망생 이모(22)씨는 박시후 일행과 동석했고 세 사람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홍초 소주 2병을 비웠다. 술자리가 끝나고 박시후는 13만원 가량의 술값을 계산한 뒤 두 사람을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씨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신이 말짱했다. 이를 목격한 해당 주점 관계자는 “15개가 넘는 계단을 혼자 걸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박시후는 행여나 그녀가 넘어질까 가벼운 에스코트만 해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1시40분 유유히 술집을 빠져나온 3인은 박시후의 자가용을 이용해 장소를 옮겼다. 당시 김씨는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을 한 점을 미뤄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가볍게 1잔 정도의 술을 마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세 사람은 박시후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 후배 김씨와 박시후, 이씨 세 사람은 동시에 아파트로 자택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는 먼저 내려왔고, 자택엔 두 사람만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연기자 지망생과 취중 동침…합의? 강간?
양쪽 주장 엇갈려 진흙탕 싸움 전개 가능성도


박시후와 헤어진 뒤 오후 8시경 이씨는 은평구 서부경찰서를 찾았다. 이어 그녀는 원스톱지원센터(성폭력전담팀)에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다음 날 새벽 2시에 눈을 떴는데, 이미 박시후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였다”고 진술한 뒤 고소절차를 밟고 오후 11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원스톱지원센터의 의뢰로 은평구 응암동의 한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은 뒤 성관계와 관련된 증거를 채취, 경찰에 넘겼고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 및 약물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씨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하루아침에 융단폭격을 맞은 박시후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자택에서 칩거 중이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그는 “술자리와 잠자리를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결코 강제성은 없었다. 서로 호감을 갖고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팬 여러분이 우려하는 위력 행사는 없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커진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언론매체와 자신의 팬 사이트,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CCTV 자료를 제공할 용의도 있다”며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온갖 억측 난무
진실은 수렁 속에

쌍방 간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자 합의점을 찾을 도리가 없던 경찰도 결국 주점 및 박시후의 자택 주차장에 설치된 CCTV자료를 확보하며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이 입수한 CCTV에는 두 사람과 박시후의 지인인 김씨가 술자리를 가진 청담동 주점 입구부터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 세 사람이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주점에서의 이씨는 주점 관계자가 언급한대로 멀쩡한 상태였다. 경사진 계단도 줄곧 내려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약 10여 분이 흐른 뒤 박시후의 집 주차장에서의 그녀는 몸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그런 이씨를 후배 김씨가 자신의 등에 업고 박시후의 자택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곧 박시후도 뒤따라 들어갔다. 주점 관계자의 정황 설명과 주차장 CCTV에 찍힌 영상대로라면, 이씨는 술집에서 나온 이후 청담동의 아파트로 이동하는 10분새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의미와 같다.

사건 실마리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자 네티즌들은 박시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연기자 지망생인 이씨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박시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성관계를 유도했다’ ‘전 소속사 측이 박시후와의 불협화음으로 재계약이 불발되자 괘씸한 마음에 계획적으로 후배 연기자 김씨와 꽃뱀을 고용한 뒤 수렁 속에 빠뜨렸다’는 등 다양한 억측이 제기됐다.


CCTV 속 여성 모습 수수께끼
주점서 멀쩡…아파트선 만취

꽃뱀의혹이 증폭되자 경찰 측은 “셋이서 홍초소주 2병을 마셨는데 내가 그렇게 순식간에 취한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당시 이씨의 진술을 언론에 밝혀 지나친 억측을 자제토록 유도했다. 전 소속사의 계획된 사건이라는 의혹 또한 무리수로 판명됐다. 박시후가 전작 <청담동 앨리스> 촬영 중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돼 1인 기획사 ‘후 팩토리’를 설립했지만 홀로서기를 하는데 적잖은 불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한 연예계 측근이 “이야기 엔터테인먼트가 박시후에게 전속계약 소송을 준비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라고 증언한 점, 사건 터지기 2주 전에 소속사와 결별한 점도 ‘박시후 죽이기’ 의혹에 힘을 싣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연예계 관계자 및 네티즌의 예상과는 달리 해당 소속사는 박시후가 성추문에 휩싸인 뒤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오히려 “추후 이루어질 수사과정에 성실히 임해 혐의를 벗겠다는 배우 본인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 박시후 본인의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을 믿고 함께 기다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전 소속배우 감싸기’에 심혈을 기울이며 관련 의혹을 단숨에 가라앉혔다. 

화려한 모습 뒤
인간적 욕망도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술 한 잔도 못해 선배 연기자에게 찍혔다더니 음주는 물론 뒤에서 할 짓 다했다” “나이트클럽과 주점에서 종종 박시후를 목격했다. 박시후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거짓말로 포장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의심을 품었다. 특히 사건이 터지면서 그가 77년생인 나이를 78년생이라고 속여 왔던 점이 자연스럽게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신뢰감도 대폭 감소한 상태다.

박시후에게 이씨를 소개시켜준 장본인인 후배 김씨는 만남의 주최자, 즉 제 3의 인물로 지목돼 상당히 곤욕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측근은 모 인터넷매체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그 자리는 김씨의 소개로 이뤄졌다. 강남 포장마차에서 함께 마신 후 셋이 박시후의 집으로 이동했고, 두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술집과 박시후의 집에서 모두 즐거워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다음날 오전 각자 집으로 헤어진 후 이씨는 김씨와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며 “강제성이 있었다면 나중에 그런 인사를 전할 수 없었다. 고소 징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갑자기 이씨가 돌변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성추문 관련 루머가 많이 퍼져있어서 김씨가 굉장히 억울해 한다. 무엇보다 박시후 선배에게 가장 미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톱스타와 지망생
미묘한 관계

하지만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김시 역시 이씨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사건은 점혀 뜻밖의 국면으오 치닫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14일 밤 11시쯤 강남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 한 혐의로 박시후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데 이어 동석했던 김씨의 고소장도 함께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한편 모 연예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 지망생의 삶은 일반인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톱스타와 친분을 쌓으며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번 일은 연예계의 부적절한 관례가 고소사건으로 확대됨에 따라 세상에 알려지게 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장까지 접수한 것을 보아 당사자 이씨도 보통 성격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지막에는 합의금으로 무마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한번 성추문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그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설사 박시후씨가 무혐의로 풀려난다고 할지라도 향후 1년 동안은 자숙하며 지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들인 ‘훈남’이미지 와르르∼
사건 배후 음모론도 ‘모락모락’

박시후는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 무혐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소인의 입장도 고려, 사건 당시 박시후가 항거불능이나 심신상실의 상태를 이용해 강제성 관계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 동안남’ ‘로맨틱코미디계의 황태자’로 급부상해오던 박시후는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하루아침에 만신창이가 됐다. 어긋난 욕망이 결국 자신에게 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국내외 수많은 팬들의 염원대로 박시후가 이번 성추문 사건에서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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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