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스토리> 두 얼굴 공무원의 천태만상

편하니 딴 생각…철밥통의 위험한 이중생활

[일요시사=사회팀] 타의 모범이 돼야할 공무원들이 연이은 막장행태를 보이고 있다. 의붓딸 성폭행, 수차례에 걸친 미성년자 성매매와 사기도박 행렬, 수억원대 공금횡령까지 강력범죄를 일삼는 무개념 공무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듯한 이미지와 추악한 욕망이 공존하는 공무원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을 공개한다.  



영화 <배트맨>의 ‘투페이스’가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주인공은 바로 공무원. 이들 중 일부는 각종 성범죄와 도박, 사기 등 강력범죄와 다를 바가 없는 범죄를 저지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의 범죄 수위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의 탈 쓴
늑대 아빠

지난 15일 동거녀의 미성년자 두 딸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수차례 성폭행한 30대 남성 양모(3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양씨는 무기 계약직 공무원으로 2007년부터 동거녀와 더불어 동거녀의 딸들, 초등학교 재학 중인 연년생 자매와도 한 집에서 살았다.

동거녀는 양씨의 근면성실함과 한결같음에 반했고, 특히 어린 두 자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어 동거를 결심했다. 양씨는 잘못이 있을 때는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지만 두 자매를 친아버지 못지않게 살뜰히 챙겨줬다. 두 자매는 점차 양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친아버지처럼 양씨를 잘 따르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씨는 숨겨왔던 검은 욕망을 하나씩 들춰내기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양씨는 당시 8살, 7살이던 두 자매를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는 성노리개로 전락시켰다. 양씨는 당시에 음란 화상채팅에 중독돼 있었고 성욕을 채우기 위해 두 자매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며 버젓이 음란 행위를 따라 하도록 강요했다.


어린 의붓딸 상습 성폭행…변태 성행위도
미성년 성범죄 교육공무원 비율 10배 이상

너무 어린 나이 탓에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두 자매는 아버지 같은 양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자신들이 성폭행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양씨에게 끔찍한 유린을 당했다. 양씨의 변태적인 행각은 2009년부터 동거가 끝나는 2011년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3년 넘게 이어졌고 두 아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무려 4년이 지나서야 이모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고 이모의 신고로 두 자매는 양씨와의 ‘위험한 동거’를 끝낼 수 있었다. 양씨는 경찰에서 “당시에 음란 채팅에 빠져서 욕정을 참지 못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무원의 성추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호텔룸에서 세관 하청업체 여직원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세관 공무원 박모(38)씨가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9급 공무원인 박씨는 주말에 자신이 관리감독 하고 있던 하청업체 여직원(24)을 업무 핑계로 출근 시킨 뒤 인근 주점에 데리고 가 술을 마셨다. 그는 여직원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자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여직원이 정신을 차리고 완강히 거부의사를 표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박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여직원의 나체사진을 찍어 협박했고, 이를 약점 잡아 괴롭히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하청업체 소속인 여직원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악용해 강제 성관계를 맺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룸서 집단강간
7급 공무원도


이 외에도 공무원의 인면수심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었다. 2011년 4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7급 공무원 유모(31)씨 등 3명이 서울 노원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혼자 온 여대생(20)을 집단 성폭행한 뒤 신고를 막기 위해 강제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씨와 공범 2명은 즉석만남을 통해 피해자와 합석했고, 룸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뒤 돌아가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밀치고 어깨를 누르는 등 힘으로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반발하자 온몸을 더듬으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강체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난 유씨는 경찰조사에서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거듭 부인했고,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되며 증거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끝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질 때 즈음, 유전자 검사결과가 나왔고 피해자의 신체에서 유씨 일행의 것으로 추정되는 타액이 검출돼 혐의가 일부 드러나 그들은 특수강간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해 7월, 서울북부지법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 유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 진술한다며 비난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성매매도 예외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학생들의 가까이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공무원들의 미성년자 성매매 비율이 타 부서 공무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 10명 중 4명은 성매매 혹은 도박에 손을 댄 적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벌금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 복직도 가능했다.



일례로 제주교육청의 교육 공무원들이 성매매 혹은 성범죄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 측은 해당 교사 및 직원들에게 경범죄에 가까운 벌금이나 징계 수준의 처벌을 내렸고, 몇 개월 후 복직시켰다. 다른 사례로는 이사장의 아들인 중학교 교사 정모(50)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을 차 안으로 유인해 관계를 맺은 뒤 8만원을 건네 미성년자 불법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후에도 정씨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미성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및 성매매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걸맞은 중형이 가해져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복직을 시켜주거나 동료 직원 및 교사가 선처를 요하는 투서를 보내는 등 교육부의 체면 세우기에만 급급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따른 강력범죄는 비단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기도박과 불륜, 수십억원대 공금횡령 등 공무원의 범법행위는 연중행사처럼 꼬리를 문다.

사기도박·횡령
이젠 일상범죄?

지난해 8월 불법게임장을 운영하던 교육 공무원과 전문적인 수법을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여온 교육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다. 아에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교육 공무원의 근무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경찰청 수사과는 마킹 카드를 이용해 상습 사기도박을 벌인 인천의 한 중학교 행정실 김모(55)씨 등 2명에 대해 사기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함께 도박에 가담한 자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구 숭의동 사무실에서 마킹 카드를 이용해 사기도박 판을 벌여 1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과 인천시 기술직인 이들은 매회 500만∼1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16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대낮술판·공금횡령 다반사 
뿌리 깊은 부정부패…강력처벌 시급


이에 앞서 인천의 현직 교육청 공무원이 자신의 부인과 내연녀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게임장을 수년 동안 운영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 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5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조모(47·기능직 교육 공무원)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박개장)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8년 초부터 10월까지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상가 2층을 임대해 동거녀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놓고 ‘바다이야기’ 게임기 30대를 설치 운영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인 2009년 3월까지 동서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같은 방법으로 불법 게임장을 운영했다. 또 조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10년 2월까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처와 동서, 내연녀 조카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해 하루에 500만원씩 무려 2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같은 교육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기강해이 다잡기에 나섰지만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무원의 부정행위는 나아가 억대 공금횡령에 마침표를 찍는다. 행정 공무원의 공금횡령은 보편화된 범죄로 인식될 정도로 빈번하다.

전남 여수시의 8급 공무원 김모(48)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80여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공금을 대담하게 횡령했으며 그의 부인 및 친척도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김씨의 범행이 발각됐지만 사라진 공금은 제대로 환수가 불가능했고, 그는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외에도 같은 해 12월 전남 완도군에서는 군청 여직원 최모(38)씨가 5억원대의 공금횡령을, 역시 같은 달 광주시 동구청 여직원 임모(44)씨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동료들의 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등 수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범죄 근절 위해
강력 징계해야

범법수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도 징역 5년 이상의 중징계 및 파면처분을 하는 등 처벌법을 강화하고 있지만 뿌리 깊이 박힌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쉽사리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근무시간임에도 사우나를 다니며 대낮술판을 벌이고, 외근을 핑계로 도박장이나 불법변태업소를 기웃거리는 불량 공무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종 비리와 범죄로 얼룩져버린 공무원의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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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