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스토리> 두 얼굴 공무원의 천태만상

편하니 딴 생각…철밥통의 위험한 이중생활

[일요시사=사회팀] 타의 모범이 돼야할 공무원들이 연이은 막장행태를 보이고 있다. 의붓딸 성폭행, 수차례에 걸친 미성년자 성매매와 사기도박 행렬, 수억원대 공금횡령까지 강력범죄를 일삼는 무개념 공무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듯한 이미지와 추악한 욕망이 공존하는 공무원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을 공개한다.  



영화 <배트맨>의 ‘투페이스’가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주인공은 바로 공무원. 이들 중 일부는 각종 성범죄와 도박, 사기 등 강력범죄와 다를 바가 없는 범죄를 저지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의 범죄 수위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의 탈 쓴
늑대 아빠

지난 15일 동거녀의 미성년자 두 딸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수차례 성폭행한 30대 남성 양모(3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양씨는 무기 계약직 공무원으로 2007년부터 동거녀와 더불어 동거녀의 딸들, 초등학교 재학 중인 연년생 자매와도 한 집에서 살았다.

동거녀는 양씨의 근면성실함과 한결같음에 반했고, 특히 어린 두 자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어 동거를 결심했다. 양씨는 잘못이 있을 때는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지만 두 자매를 친아버지 못지않게 살뜰히 챙겨줬다. 두 자매는 점차 양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친아버지처럼 양씨를 잘 따르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씨는 숨겨왔던 검은 욕망을 하나씩 들춰내기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양씨는 당시 8살, 7살이던 두 자매를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는 성노리개로 전락시켰다. 양씨는 당시에 음란 화상채팅에 중독돼 있었고 성욕을 채우기 위해 두 자매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며 버젓이 음란 행위를 따라 하도록 강요했다.


어린 의붓딸 상습 성폭행…변태 성행위도
미성년 성범죄 교육공무원 비율 10배 이상

너무 어린 나이 탓에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두 자매는 아버지 같은 양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자신들이 성폭행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양씨에게 끔찍한 유린을 당했다. 양씨의 변태적인 행각은 2009년부터 동거가 끝나는 2011년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3년 넘게 이어졌고 두 아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무려 4년이 지나서야 이모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고 이모의 신고로 두 자매는 양씨와의 ‘위험한 동거’를 끝낼 수 있었다. 양씨는 경찰에서 “당시에 음란 채팅에 빠져서 욕정을 참지 못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무원의 성추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호텔룸에서 세관 하청업체 여직원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세관 공무원 박모(38)씨가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9급 공무원인 박씨는 주말에 자신이 관리감독 하고 있던 하청업체 여직원(24)을 업무 핑계로 출근 시킨 뒤 인근 주점에 데리고 가 술을 마셨다. 그는 여직원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자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여직원이 정신을 차리고 완강히 거부의사를 표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박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여직원의 나체사진을 찍어 협박했고, 이를 약점 잡아 괴롭히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하청업체 소속인 여직원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악용해 강제 성관계를 맺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룸서 집단강간
7급 공무원도


이 외에도 공무원의 인면수심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었다. 2011년 4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7급 공무원 유모(31)씨 등 3명이 서울 노원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혼자 온 여대생(20)을 집단 성폭행한 뒤 신고를 막기 위해 강제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씨와 공범 2명은 즉석만남을 통해 피해자와 합석했고, 룸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뒤 돌아가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밀치고 어깨를 누르는 등 힘으로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반발하자 온몸을 더듬으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강체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난 유씨는 경찰조사에서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거듭 부인했고,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되며 증거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끝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질 때 즈음, 유전자 검사결과가 나왔고 피해자의 신체에서 유씨 일행의 것으로 추정되는 타액이 검출돼 혐의가 일부 드러나 그들은 특수강간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해 7월, 서울북부지법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 유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 진술한다며 비난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성매매도 예외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학생들의 가까이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공무원들의 미성년자 성매매 비율이 타 부서 공무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 10명 중 4명은 성매매 혹은 도박에 손을 댄 적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벌금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 복직도 가능했다.



일례로 제주교육청의 교육 공무원들이 성매매 혹은 성범죄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 측은 해당 교사 및 직원들에게 경범죄에 가까운 벌금이나 징계 수준의 처벌을 내렸고, 몇 개월 후 복직시켰다. 다른 사례로는 이사장의 아들인 중학교 교사 정모(50)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을 차 안으로 유인해 관계를 맺은 뒤 8만원을 건네 미성년자 불법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후에도 정씨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미성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및 성매매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걸맞은 중형이 가해져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복직을 시켜주거나 동료 직원 및 교사가 선처를 요하는 투서를 보내는 등 교육부의 체면 세우기에만 급급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따른 강력범죄는 비단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기도박과 불륜, 수십억원대 공금횡령 등 공무원의 범법행위는 연중행사처럼 꼬리를 문다.

사기도박·횡령
이젠 일상범죄?

지난해 8월 불법게임장을 운영하던 교육 공무원과 전문적인 수법을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여온 교육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다. 아에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교육 공무원의 근무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경찰청 수사과는 마킹 카드를 이용해 상습 사기도박을 벌인 인천의 한 중학교 행정실 김모(55)씨 등 2명에 대해 사기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함께 도박에 가담한 자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구 숭의동 사무실에서 마킹 카드를 이용해 사기도박 판을 벌여 1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교육 공무원과 인천시 기술직인 이들은 매회 500만∼1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16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대낮술판·공금횡령 다반사 
뿌리 깊은 부정부패…강력처벌 시급


이에 앞서 인천의 현직 교육청 공무원이 자신의 부인과 내연녀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게임장을 수년 동안 운영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 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5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조모(47·기능직 교육 공무원)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박개장)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8년 초부터 10월까지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상가 2층을 임대해 동거녀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놓고 ‘바다이야기’ 게임기 30대를 설치 운영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인 2009년 3월까지 동서를 바지사장으로 세워 같은 방법으로 불법 게임장을 운영했다. 또 조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10년 2월까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처와 동서, 내연녀 조카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해 하루에 500만원씩 무려 2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같은 교육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기강해이 다잡기에 나섰지만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무원의 부정행위는 나아가 억대 공금횡령에 마침표를 찍는다. 행정 공무원의 공금횡령은 보편화된 범죄로 인식될 정도로 빈번하다.

전남 여수시의 8급 공무원 김모(48)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80여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공금을 대담하게 횡령했으며 그의 부인 및 친척도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김씨의 범행이 발각됐지만 사라진 공금은 제대로 환수가 불가능했고, 그는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외에도 같은 해 12월 전남 완도군에서는 군청 여직원 최모(38)씨가 5억원대의 공금횡령을, 역시 같은 달 광주시 동구청 여직원 임모(44)씨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동료들의 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등 수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범죄 근절 위해
강력 징계해야

범법수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도 징역 5년 이상의 중징계 및 파면처분을 하는 등 처벌법을 강화하고 있지만 뿌리 깊이 박힌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쉽사리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근무시간임에도 사우나를 다니며 대낮술판을 벌이고, 외근을 핑계로 도박장이나 불법변태업소를 기웃거리는 불량 공무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종 비리와 범죄로 얼룩져버린 공무원의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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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