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골프장 명가'로 유명한 신안그룹은 2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등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5년 설립된 그린씨앤에프대부는 사명 그대로 여신금융업을 하는 대부업체다. 매출채권 양수·관리, 대금회수 및 신용조사업무가 주된 영업. 처음 신안팩토링이란 회사였다가 2000년 그린씨앤에프로, 2011년 다시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현 상호로 변경했다.
돈 꿔주고 이자수익
눈에 띄는 점은 직원(상시종업원)이 고작 5명뿐이란 사실이다. 최근 10년간 10명 넘은 적이 없다. 이 회사의 연매출이 1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발생 매출액(생산성)이 무려 20억원이 넘는 셈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직원 1인당 매출이 2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실적이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10억원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그린씨앤에프대부의 '미친 생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내부거래 때문이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자생력이 약하다. 계열사들에 매출을 크게 의존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거의 모든 매출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2011년 매출 135억원 가운데 132억원(98%)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신안(49억원)과 코지하우스(24억원), 인스빌(20억원), 신안레져(11억원), 신안관광(10억원), 신안관광개발(10억원), 네오어드바이져(7억원) 등이다. 일반대출이자, 어음채권이자 등 모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수익이다. 이중엔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자녀 박훈(5900만원)·박상훈(4800만원)씨 등과의 거래도 매출로 잡혔다. 장남 훈씨는 신안그룹 총괄 부사장, 차남 상훈씨는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로 재직 중이다. 형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휴스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매출 165억원 중 149억원(90%)에 달하는 금액을 ㈜신안(67억원), 코지하우스(26억원) 신안관광개발(16억원), 인스빌(12억원), 신안관광(11억원), 신안레져(8억원), 네오어드바이져(6억원) 등 계열사들에서 채웠다. 박훈(1억1800만원)·박상훈(500만원)씨 등 오너일가도 '고객'이었다. 그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린씨앤에프대부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96%(총매출 23억원-내부거래 22억원) ▲2001년 95%(37억원-35억원) ▲2002년 80%(20억원-16억원) ▲2003년 38%(97억원-37억원) ▲2004년 60%(124억원-75억원) ▲2005년 85%(173억원-147억원) ▲2006년 83%(262억원-218억원) ▲2007년 79%(290억원-229억원) ▲2008년 79%(307억원-242억원) ▲2009년 83%(265억원-221억원)로 나타났다.
직원 5명서 130억…알고보니 계열사 매출
90% 이상 의존 "박순석 회장이 최대주주"
그린씨앤에프대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설립 이후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다 2006년부터 흑자로 완전 전환,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1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의 경우 2000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2372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3억원이던 총자본은 667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신안그룹 금융계열인 신안캐피탈도 내부거래율이 높다. 그린씨앤에프대부와 대표이사(신영천)가 같은 신안캐피탈은 1995년 설립된 신용대출, 담보대출, 어음할인 등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업체로 소프트웨어 자문업도 한다. 처음 신안주택할부금융에서 200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이 회사 역시 직원이 2∼3명뿐이다. 그런데도 연매출은 20억원대다. 이 해답도 내부거래에 있다.
신안캐피탈은 2005∼2007년 거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다가 2008년 29억원을 올렸다. 이중 27억원(93%)이 계열사 매출이다. 이후엔 매출 전액이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2009∼2011년 각각 27억원씩 매출을 올렸는데, ㈜신안과 신안상호저축은행, 신안관광개발 등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의존도 100%로 조사됐다. 거래 명목은 이자수익이었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박 회장이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41%를 갖고 있는 ㈜신안. ㈜신안은 박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라 그린씨앤에프대부 지분 88%가 그의 수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안캐피탈도 박 회장 지분(61%)과 ㈜신안 지분(39%)을 합치면 사실상 '회장님'의 개인회사다.
꾸준히 몸집 키워
전남 신안 출신인 박 회장은 13세 때 무일푼으로 상경해 신안그룹을 일군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980년 세운 신안종합건설을 모태로 인수합병(M&A)을 통해 건설·레저·철강·금융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골프장을 잇달아 건설하거나 인수하면서 '골프재벌'로 급부상했다.
신안그룹은 현재 리베라CC(36홀·경기도 화성), 신안CC(27홀·경기 안성), 그린힐CC(18홀·경기 광주), 에버리스CC(27홀·제주), 웰리힐리CC(36홀·강원 횡성) 등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적잖은 구설에 오르내렸다. '이용호 게이트'와 '윤창열 게이트'사건에 이름이 거론돼 진땀을 흘리는가 하면 내기골프를 한 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그린씨앤에프·신안캐피탈 기부는?
받을 땐 '왕창' 나눌 땐 '찔끔'
신안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린씨앤에프대부는 2011년 8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135억원)의 0.6%에 해당하는 금액. 2009년(265억원)과 2010년(165억원)엔 각각 5000만원씩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 대비 0.2∼0.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신안캐피탈은 2011년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기부금이 '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