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태> 살인 부른 층간소음 분쟁 실태

이웃사촌 옛말…아이들 시끄럽다고 칼부림

[일요시사=사회팀] 정초부터 칼부림이 일어 전국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명절을 맞이해 노부모를 뵈러 왔던 30대 형제는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을 부른 원인은 바로 층간소음에 있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발소리, 음악소리 등 사소한 소음 때문에 멱살잡이부터 살인충동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집중분석했다.



한해를 여는 명절 설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남성 김모(45)씨가 윗집의 층간소음을 이유로 항의하러 올라간 뒤, 인테리어사업을 운영 중인 30대의 김모 형제와 긴 시간 동안 언쟁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재차 올라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사소한 말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사건 당일 피의자 김씨는 내연녀의 동생이 거주하는 중랑구의 모 아파트 6층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아 내연녀 가족과 아늑한 시간을 즐기던 중, 그는 내연녀 박모(49)씨가 “시끄럽다”며 7층에 인터폰을 걸어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따라 올라가 항의했다. 이 층간소음이 피바람을 몰고 온 사건의 발단이 됐다. 윗집은 노부모만 살고 있었지만 명절을 맞아 두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방문해 사건 당일에는 평소보다 북적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 간 사소한 말다툼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파트 밖 화단에서 남자들끼리 재차 시비가 벌어지며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평소 차에 보관해온 흉기를 갖고 혼자 다시 7층으로 올라가 피해자 형제를 아파트 밖 화단으로 불러냈다. 아파트 밖 화단에서 만난 양측은 2차 전쟁이 불붙어 욕설을 주고받으며 거칠게 싸우기 시작했다. 흥분이 극에 다른 김씨는 이들 중 형(33)을 흉기로 가슴 등 5군데 찌르고, 도망가는 동생(31)을 쫓아가 3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 형제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나 이내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김씨 형제 가족은 갑작스런 봉변으로 한순간에 가정이 파탄났다. 게다가 형은 슬하에 세 살배기 딸이 있었고, 동생 또한 결혼한 지 불과 2달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었기 때문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설날 부모 찾은 형제…예기치 못한 날벼락
아래윗집 깊어진 갈등 폭행·살해 사건으로

반면 범인 김씨의 입장은 달랐다. 범행 후 그의 행동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고 침착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집으로 올라가 옷가지를 챙겨 내연녀 박씨의 차를 타고 신림동으로 이동, 지인에게 전화해 강서구청 인근 술집에서 만나 술을 마셨으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강남역, 장지동, 쌍문동 등 서울 시내와 의정부와 부천 등을 오갔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잠자리의 주된 장소는 찜질방이었고 이동은 지하철과 경전철, 광역·간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경찰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과거 대리운전기사로 일했던 주점에 전화를 걸어 밀린 임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한 김씨의 전화번호 발신지를 추적해 지난 13일, 닷새 만에 수원 KT영통지사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 돈을 빌린 이후 고소전을 벌이는 등 사이가 좋지 않은 사채업자를 위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흉기를 구입, 차에 보관하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하며 범행일체를 시인했다.

김씨는 20여 년 전 저지른 상해와 도박 등 3건의 전과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운영하던 자동차 타이어 수리 사업이 외환위기 때 망한 후 가정형편 문제로 이혼까지 당한 그는 의류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현재 부인과는 서류상으로 재결합한 상태지만 7년 전부터 왕래가 전혀 없었다. 내연녀 박씨는 “김씨는 평소 폭력성도 없고 술조차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갈등에
방화·폭행 빈번

사실 층간소음살인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대구시 수성구 모 맨션에서 배모(47)씨 집에서 배씨가 위층에 사는 이모(37)씨를 식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배씨는 3년 전부터 평소 이씨 집에서 소음과 냄새가 난다며 수시로 현관문을 발로차고 욕설을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으며 자신의 항의 사실을 따지러 온 이씨와 말다툼 끝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에 2층에 거주하는 이모(64)씨가 위층에 사는 한모(48)씨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한씨를 숨지게 하는 층간소음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혼자 사는 이씨는 6개월 전부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한씨와 자주 다퉜으며, 이날 한씨와 화해하기 위해 술을 마시던 중 다시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해 5월, 서울 은평구 모 빌라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이모(31)씨가 2층에 사는 소모(46·여)씨 집에 찾아가 “평소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주방에 있던 흉기로 소씨의 배 등을 세 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해 층간소음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바닥두께와 관련, 건설공법에 어긋날 시 적합한 처벌법이 마련·시행되지 않아 층간소음은 이웃 간 갈등으로 치부되다 올해 층간소음살인과 방화 사건이 잇따르면서 다시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살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폭행 및 협박,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주는 행위 등은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 사건이 바로 설 명절 당일에 일어난 방화사건이다.   


설이던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주택 1층에 사는 박모(49)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2층 홍모(67)씨 집에 들어가 휘발유가 든 맥주병을 거실에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당시 집에는 설을 맞아 부모를 찾은 홍씨의 자녀와 두 살배기 손녀 등이 있었다. 다행이 불은 17분여 만에 꺼졌지만 홍씨 부부는 중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고 자녀 3명도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박씨와 홍씨는 4년 전부터 층간소음문제 뿐 아니라 수도문제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 집에서 샌 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으로 보상금까지 받은 박씨는 범행 1주일 전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해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려 왔고, 사건 당일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감정이 격해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래층 소음에 위층이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지난 10일 인천시 계양구 모 아파트 2층에 사는 오모(36)씨 등 3명은 소음에 못 이겨 김모(55)씨가 살고 있는 아랫집 1층에 내려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안 나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김씨가 문을 열자 오씨 등은 층간소음에 항의하며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에 김씨도 방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고, 양측의 싸움이 짙어지자 현관 안전장치가 파손되기도 했다.

김씨는 “문을 부수고 한꺼번에 세 사람이 덮쳤다. 평소에 위층의 소음 때문에 헤드폰하고 귀마개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윗집의 오씨 측은 “계속 저희 집에 찾아와서 항의 소음을 내더라. 매번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못 자니까 마침 놀러 온 손님들 중 1명이 항의하러 내려간 것이다”라며 “전 세입자도 아랫집 사람과 층간소음 때문에 항의도 했고 멱살잡이도 해서 결국 1년을 다 못 채우고 이사를 나왔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고문 같은 소음에
깨알 같은 복수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원형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감정이 격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인충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며 “층간소음살인은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심적 고통과 불편을 안기는 층간소음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은 아이의 뛰는 소리나 어른의 발소리가 73.1%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되레 망치질 소리(3.7%)와 가구 끄는 소리(2.3%)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피아노 등 악기 소리(5.6%), 애완견이 짖는 소리(10.4%)는 적잖은 비율을 차지해 비애완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잠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 분쟁 빈도가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비교적 적고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문의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민원이 무려 8천여 건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연기 뿜기 등 아랫집 복수법 활개
정부 대책 마련 “먼저 대화로 풀어야”

층간소음문제로 지속적인 항의를 했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자 아예 이웃에 대한 복수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이나 야동을 틀어놓으세요. 효과 좋습니다”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 했습니다” “윗윗집과 친하게 지내세요” 등 ‘층간소음 보복법’ 사례들을 이미지까지 첨부하면서 친절히 설명했다. 이 밖에 긴 막대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부터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트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모터를 달고 전원만 켜면 지속적으로 충격음을 윗집에 전달하는 기계를 집안 천장에 만들어 인증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화장실 환기통에 담배연기를 뿜어 윗집에 보복하거나 샤워하면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등 깨알 같은 복수법도 소개됐다.

층간소음갈등이 비단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고 폭행, 협박, 나아가 살인까지 불러오면서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다세대 공동주택이 많은 서울시는 구체적·실용적인 층간소음개선안을 구축했다.

국토해양부는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 법제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벽식(내부 벽이 기둥 역할)과 기둥식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은 지금처럼 각각 210㎜와 150㎜로 유지하되, 소음발생이 심한 무량판식 바닥(보가 없는 바닥)을 현행 180㎜에서 210㎜로 두껍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바닥충격음을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소음인 경량충격음은 58㏈,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중량충격음은 50㏈을 충족하도록 규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350만원으로 정해진 금전배상 대신 올해까지는 소음원인에 대한 조정을 주로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압적 항의보다
대화가 해결책


층간소음갈등해결을 도맡는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위층의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동 가능한 가구의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거나 가족 구성원이 슬리퍼를 신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직접 찾아가 강압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어야 비로소 갈등이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