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테마1>돈 권력 그리고 사람들

정권의 2인자들의 권불십년가



‘권력자 오른팔’ 2인자, 정권교체마다 수난사 되풀이
‘그림자, 황태자, 복심’서 각종 게이트 배후로 철창행

세상에 영원히 푸르른 것은 없다. 권력은 특히 그렇다. 권세는 십년을 가기 힘들다는 ‘권불십년’이라는 말은 오랜 시간 증명돼 왔다. 특히 정권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정권교체와 함께 누구보다도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전 안기부장,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 전 의원,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씨,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의원, 노무현 정부의 이광재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등 ‘2인자’로 불렸던 이들의 부상과 몰락은 판에 박힌 듯한 모습이다. 한때 최고 권력자의 곁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날이 바뀌며 차가운 검찰의 칼날 앞에 놓였다. 정치권을 향한 야망도 좌절되기 십상이다. 이들 중 몇몇은 정계 복귀에 성공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안고 쓸쓸히 돌아선 이들도 적지 않다. 잠깐의 권세 뒤 긴 고난을 견뎌야 했던 각 정권 ‘비운의 2인자’들을 따라가 봤다.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권 핵심인물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 구속되고 있다. 이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이었던 ‘좌희정’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우광재’ 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 전 정권 실세들이 포함돼 있다.

권력 그림자 뒤로
열흘 붉은 꽃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며 지난 정권 ‘권력의 푸르름’을 누렸던 그들이지만 정권교체 후 사정 1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뿐 아니라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 의원, 김영삼 정권의 김현철씨, 김대중 정권의 박지원 의원 등 역대 정권의 2인자들은 전 정권의 2인자가 걸었던 길을 되밟았다.

‘살아있는 권력’ 시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황태자’로 군림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권력무상을 깨닫기도 전에 사법처리 대상이 된 것.


2인자의 시작은 박정희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2인자는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다. 5·16 당시 육군 대위로 쿠데타에 참여, 박정희 소장의 경호 장교를 맡으면서부터 그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대통령 경호실장에 임명된 그는 단순히 대통령의 신변을 돌보는 차원을 넘어 대통령의 권력을 경호하는 ‘정권의 파수꾼’ 역할을 자 대통령의 안전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모든 가치 기준을 여기에 맞춘 것. 때문에 당시 경호실은 ‘대한민국 최강의 군대’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79년 10월26일에 궁정동 안가 연회장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같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저격당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군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래 그의 ‘그림자’로 불린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자타가 공인한 정권의 2인자였다.

전 전 대통령의 12·12쿠데타에 동참,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 된 이후 장 전 안기부장은 전 전 대통령이 집권한 7년 중 5년 동안 군부정권의 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맡아 대통령의 최측근에 서있었다.

그가 경호실장 시절 생긴 ‘심기경호’라는 말은 전 전 대통령의 안전뿐 아니라 기분까지 챙긴다는 ‘절대적인 충성’을 나타낸다. 이 같은 충성의 대가로 당시 장 전 안기부장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권의 실세가 될 수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의 밀사로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급기야 전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퇴임 직후부터 구치소에 드나들기 시작해 89년 5공 비리사건으로 구속됐다. 권력을 손에 틀어쥔 지 6년 만의 일이다. 이어 93년 용팔이사건(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 95년 5·18 광주민주항쟁 재수사 등으로 3차례 구속과 수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는 용팔이 사건 등에서 “나 이외에 더 이상의 배후는 없다”고 강조, 전 전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했다. 현재 5공 인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며 전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고 있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박철언 전 민자당 의원이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 전 의원은 대통령 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등을 지내면서 정권의 핵심에서 움직였으며 대북밀사로 비밀리에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제13대 국회의원이 된 그는 ‘6공의 황태자’로 불리면서 정무 제1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을 지냈다. ‘노태우’라는 바람을 타고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떠오르는 정권의 풍운아였다.

권불십년 → 권불오년
10년도 못 가서 병난다

하지만 용팔이 사건,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부산기관장 회식 사건 등 각종 사건에 배후자로 지목당하는 등 시련이 적지 않았다.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슬롯머신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6개월간 복역했다. 그가 구속된 93년 5월22일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박철언 전 의원은 “새벽이 왔다고 소리치면서, 왜 닭의 목을 비트는가”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정계를 은퇴했다.

김영삼 정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권의 2인자는 ‘소통령’으로 불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다. 각종 공직인사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세를 누리던 현철씨는 국정개입 및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97년 5월 구속됐다.

한보그룹 특혜비리 수사 때 두양그룹 등 기업체로부터 이권 청탁과 함께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66억원을 받고 증여세 14억원을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것. 그는 1992년 대선 때 쓰고 남은 비자금 186억원을 관리하기도 했다.

현철씨와 검찰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솔그룹 조동만 전 부회장으로부터 2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두 번째 구속된 것. 정치에 대한 뜻을 버리지 못한 현철씨는 지난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며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

YS의 정치적 아들이자 ‘역사상 가장 센 여당 사무총장’으로 불렸던 강삼재 전 의원도 정권교체 후 ‘2인자들의 전철’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안풍(安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2001년 국고손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긴 했지만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연이은 구속으로
빛 못본 비운의 2인자들

김대중 정권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복심’이었다. 성공한 재미동포 사업가였던 박지원 의원은 DJ가 해외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만나 현재까지 그를 따르고 있다.


86년 DJ의 정치활동이 재개되자 사업을 정리하고 DJ의 비서역할을 하기 시작한 그는 DJ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청와대에 들어가 공보수석을 맡았으며 문화관광부장관, 정책수석, 비서실장 등으로 정권이 끝날 때까지 지근거리에서 DJ를 보좌했다.

특히 박 의원은 DJ의 대북특사로 북측과 접촉,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대가로 대북송금 의혹이 일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면서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서울구치소로 향해야 했다.

때문에 박 의원은 노무현 정권 5년에 대해 “교도소와 병원을 들락날락한 기간이었고 한이 맺혀 잠 못 이룬 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150억원과 관련, 무죄를 선고 받고 18대 총선을 통해 정계로 복귀했다.

파란만장한 박지원 의원의 사정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동교동계의 맏형 격인 권 전 고문은 한보·현대그룹으로부터 각각 불법정치자금과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대중 정권 전후로 세 차례에 걸쳐 구속됐다.

반복된 2인자의 행보
징크스 계속 이어질까?

그는 DJ가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참모역할로 그의 곁에 있기 시작해 4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나 거듭된 구속으로 정권의 햇살을 누려보지 못한 ‘비운의 2인자’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특별한 ‘2인자’가 없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참여정부에 2인자는 없다. 2인자 문화는 제왕적 대통령 시대의 문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이들은 있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이다.

이 의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새 인생을 위해 정치를 떠날 것이고 인생을 걸고 정치를 버리겠다”는 게 사퇴의 변이었다. 안희정 최고위원도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와 관련해 사법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정권의 2인자치고 ‘좋은 날’ 가고 검찰에 불려가지 않은 사람 없다는 ‘징크스’가 깨지지 않았다”며 권세는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권불십년’에 대한 경고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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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