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버티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속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3: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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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 까도 꼿꼿…맷집 센 '양파남'

[일요시사=사회팀] '청문회 스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는 최근 '흡사마'라는 애칭이 붙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빨아댄다"는 나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이번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통해 일약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문회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이 후보자가 최근 언론을 통해 귀환했다. 인터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말 그대로 엘리트 출신이다. 적어도 드러난 경력으로는 실패를 모르는 삶을 살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치며 이듬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그리고 1978년부터 판사 업무를 시작했다. 2006년 9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재판관에 선출됐다. 법조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은 셈이다.

판사로 탄탄대로
06년 헌재 입성

그러나 이 후보자는 헌재 재직 시절 사회적 쟁점이 됐던 판결에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BBK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에서 7명의 재판관은 '참고인 동행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후보자는 당시 김희옥 재판관(현 동국대학교 총장)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된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옥외집회금지'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로 판정됐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정치인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헌법재판관 시절 소수의견이 굉장히 많았다"며 "구체적으로는 친일·친여·친재벌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2013년 1월 정부는 대한민국 헌재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 표면상으로는 현 정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추천한 형태였다.

그러나 후보자 선정과 동시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31건에 달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위장전입이었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92년 경기 분당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1995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가족들과 세대분리를 했다. 그리고 이 후보자 본인만 위장전입했다.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 해명 미흡
자진사퇴 예상 뒤엎고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투기목적이 없었다"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은 이전보다 더 매섭게 이 후보자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이른바 '친일 판사' 논란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친일파 재산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안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시 재판부가 5대 4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 점,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도 위헌 판결을 내린 점 등을 반박할 수 있었겠지만 '친일 판결'을 내렸다는 딱지는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더불어 이른바 '위안부 배상청구권' 판결에서도 이 후보자는 외교통상부가 위안부 배상 문제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행정부 소속인 외교통상부 고유 업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판결문은 그럴 듯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후보자는 '친일 판사'란 낙인을 벗지 못했다.


위장전입 시인
친일판사 낙인

이밖에도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드러난 편법과 부정은 이 후보자에게 '생계형 권력주의자'란 오명을 안겼다. 이 후보자는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하는가 하면 헌재 재임 시절 근무시간 중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2011년에는 부인과 함께 근무시간 중 싱가포르로 출국했는데 헌재 측에 휴가나 출장을 미리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11월 독일과 체코에 11일간 체류하면서 항공비 412만원을 포함해 829만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신청했다. 이때 지급된 항공비는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교체하는데 쓰였다. 더 좋은 좌석을 이용하기 위해 출장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 반대로 일등석 항공권을 발급받은 뒤 그보다 값이 싼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변경해 차액을 챙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큰 이 후보자는 공무상 출장 중 부인과 함께 불법으로 해외경비를 지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셋째 딸의 유학비용 중 3만6000달러를 불법 송금해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장남에게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지워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동차 홀짝제를 피할 수 있도록 "관용차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법원 송년회 때 "삼성의 협찬을 받아와라"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재판관으로 재임하면서 재산은 6억원이 늘었는데 재산 증식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와 함께 헌재에서 일했던 한 경리과 직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한 것은 부적절했다"고도 증언했다.

'표결반대' 새누리당 슬그머니 입장 선회
민주당 "가치도 없어…알아서 그만둬라"

불법 정치자금 후원에 집 근처서 업무 추진비 수백만원을 부당 사용한 전력 등 이 후보자에게 붙은 혐의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심지어 청문회 전부터 이 후보자 선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21일 이 후보자는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뻣뻣한 자세를 취했던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추궁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질의 중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이 후보자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시종일관 진정성 없는 답변에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고 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에게 '이돈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쯤이다. "재판관으로서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밝힌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돼야 했지만 야당 측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위장전입, 공금횡령, 정치적 편향성 등 청문회서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이 후보자를 옹호하던 여당 측 일부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강제로 보고서를 채택했을 경우 돌아올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처럼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자진사퇴 해야
인신공세 중단

박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련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가 자꾸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냐"고 일갈했다. 이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이 무렵 이 후보자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청문회 이후 긴 잠행에 들어간 상태였다. 잠적을 앞두고 이 후보자는 몇몇 언론을 통해 "청문회서 드러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만 계속 반복했을 뿐이다.


사실상 부적격자로 판명난 이 후보자였지만 박 당선자의 입김은 무서웠다. 지난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 후보자 선임에 대한 국회 표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동흡 후보자 구하기'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 후보자는 청문회 15일 만에 잠행에서 돌아와 KBS 등과 지난 5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들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던 이 후보자는 이날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다. 표결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히려 "현재 인사청문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빗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할까 겁난다”면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을 다 변명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문회 때보다는 자세를 낮춘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6일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와 '표결처리'를 언급하며 사실상의 이 후보자 지원군을 자처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만큼 표결을 통해서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론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밀어붙이면 박근혜도 정치적 타격 불가피
"얼굴에 철판 깔았다"

며칠 전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었다. 결국 여당 내의 반대파가 얼마나 응집력을 발휘할지가 표결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까지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표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 동의가 부결된다면 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 측은 표결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에도 여론은 선임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민주통합당은 우선 '돌아온 탕아'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변인실은 지나 5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부천사 돈흡
참여연대 고발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후보자는 또 한 번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재임 중 받았던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현재 횡령 의혹이 있는 3억원이라는 돈을 도로 토해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회사 공금을 내 마음대로 쓰고 다시 돌려놓겠다는 꼴"이라며 "한 마디로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횡령(배임)죄를 범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흡은?>

▲1968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197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197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민사법 석사 
▲1978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임용
▲1998년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2000년 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우
▲2000년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 부장판사
▲2003년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 부장판사
▲2005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2005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2005년 수원지방법원 법원장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2013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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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