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통계] 인기만점 졸업·입학 선물

‘그까이꺼∼’대충 때웠다간 욕만 먹는다

[일요시사=사회팀] 졸업·입학 시즌이 한창이다. 유통·의료계 등 다양한 업계들이 앞 다퉈 고객맞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최신 전자제품은 무려 10여 년째 새내기들이 선호 하는 졸업·입학선물에 올라와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성형수술 또한 많은 이들의 졸업선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기만점 졸업·입학 선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거 졸업·입학선물은 만년필과 가방, 필기구가 대부분이었다. 새내기 대학생의 경우, 수트나 원피스가 주를 이뤘지만, IT시대가 도래하면서 10∼20대가 선호하는 선물은 최신전자제품이나 스마트기기가 독점해오고 있다. 사실상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등 똑똑한 선물이 졸업·입학 시즌 중 유통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대별로 달라

초·중고생 10대 학생들은 졸업·입학 선물로 스마트폰,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등 스마트기기를  1위(47.9%)로 꼽았다. 이는 과거의 성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약 15년 전, 삐삐와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을 시기에 이를 소지한 또래 친구가 학급 친구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현재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최신전자기기를 소지한 학생이 주위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는 게 사실이다.

또래로부터 주목 혹은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사춘기의 10대 학생들은 최신기기 소지로 우월감을 드러낸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위축감을 나타냈다. 2위는 노스페이스를 포함한 고가의 브랜드 아웃도어 및 운동화(25.1%)가 차지했고, 전자사전 및 영어학습기(10.9%), 현금(6.1%)이 각각 3, 4위로 순위을 이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유모(16)군은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는 있는 애들도 있지만 없는 애들도 많다. 그래서 스마트제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친구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괜히 자신도 없어지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과 노페(노스페이스의 준말)는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한다. 이번에 부모님이 졸업선물로 새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사주신다고 해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새내기가 되는 신입생들의 경우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대부분 노트북을 포함한 IT기기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주로 선물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스마트기기뿐 아니라 그 외 옵션 장비까지 갖춘 ‘스마트풀세트(35.7%)’를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선택했다. 뒤이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반값등록금(27.5%)’이 2위를, ‘자가용(11.7%)’이 3위에 올랐다.

새내기 여학생들은 스마트기기보다는 ‘꾸밈비(?)’에 더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서 꾸밈비란 성형수술에 들어갈 비용, 몸매 및 피부 관리 등이다. 그중 졸업·입학선물로 성형을 원하는 여학생들의 비율이 53.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위별 순위는 ‘눈(25.4%)’ ‘코(21.9%)’ ‘지방흡입(18.0%)’ ‘치아교정 및 라미네이트(14.7%)’ ‘기타(10%)’ 등이었다. 이어 ‘고가의 명품 화장품(32%)’이 2위에 올랐고, ‘남자친구(14.9%)’가 3위를 이었다.

신입생 임모(19)양은 “요즘은 초등학생 친구들도 졸업 기념으로 성형을 한다고 하더라. 쌍커풀은 애교로 하는 수준이고, 코와 치아교정 등은 기본으로 많이들 한다”며 “나도 쌍커풀이 짝짝이라서 이번에 쌍커풀 수술과 코수술을 같이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폰·패드…최신 스마트기기 압도적 1위
남, 정장·시계…여, 화장품·성형 선호

강남의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성형수술이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졸업선물로 급부상했다. 새내기에 대한 부푼 기대감으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여학생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이에 국내 많은 성형외과들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할인 혹은 무료 재수술 등 각종 이벤트를 내세우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졸업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은 대다수가 ‘안정적인 취업’ 혹은 ‘취집’(취직과 시집 합성어)이라고 대답해 최근의 어려운 경기를 반영하며 그만큼 취업난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취업을 앞둔 남학생들은 면접이나 합격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양복과 구두, 넥타이, 와이셔츠 등 실속 있는 선물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왔다.

취업을 앞둔 강모(28)씨는 “여러 군데 면접을 다니다 보니 정장 한두 벌 가지곤 한참 부족하다. 수트, 구두, 벨트 등 한번 사면 졸업식 뿐 아니라 면접, 결혼식 등 행사참석 시에도 착용할 수 있으니 기왕이면 좋은 것으로 사고 싶다”며 “주위에서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졸업선물은 다름 아닌 안정적인 공기업으로의 취직이었으면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모 남성의류 관계자는 “대학 입학생이나 졸업을 앞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의 의미로 맞춤 양복상품권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자녀와 조카들에게 오래 쓸 수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여대생의 경우엔 조금 달랐다. 여대생들은 받고 싶은 졸업선물로 ‘취업’을 꼽은 이도 있었지만 일부는 ‘취집’을 꿈꾸기도 했다.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이들은 안정적인 취업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배우자를 만나 시집가기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대생 김모(23)씨는 “요즘에는 애들이 영악해서 신입생들도 결혼정보회사에 서류를 넣고 배우자를 기다린다고 한다. 자기계발해서 취업에 힘쓰는 것보다 돈 많은 남자 만나 시집 잘 가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가 안 좋으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 혹은 취집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분위기, 환경에 따라 선물도 각양각색으로 변화한다. 청소년들은 주목받기 위해 최신형 기기를 원하고, 새내기 대학생들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의미에서 외모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반면 취업을 앞둔 대학·대학원 졸업생들은 취업과 취집이라는 현실적인 선물을 원했다. 시대별, 나이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졸업·입학 선물. 올해는 정성이 담긴 선물보다 실속 있는 선물이 졸업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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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