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러시’ 레이싱걸 빛과 그림자

새파란 걸그룹 가라…농익은 레걸테이너가 뜬다!

[일요시사=연예팀] 지난 2005년 레이싱걸계의 전설 오윤아가 KBS2TV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수년 동안 그는 드라마, 방송 등 종횡무진 활약하며 가장 성공한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오윤아처럼 연예계 진출에 성공한 레이싱걸이 있는 반면에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연예계를 떠나야만 했던 이들도 있었다. 레이싱걸의 연예계 진출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바야흐로 레이싱걸 전성시대가 왔다. 해마다 개최하는 모터쇼에서 섹시한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레이싱걸들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는 브라운관에서 화려한 입담과 아름다운 몸매를 한껏 뽐내는 아이돌보다 더 높은 수치다.

승승장구하는 인기 덕분에 수많은 레이싱걸들은 단지 노출의상을 입고 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직종에서 벗어나 연기자, 가수, MC 등 다방면으로의 연예계 진출을 꾀하고 있다. 레이싱걸은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거쳐야 할 일명 ‘스타 등용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노래, 연기, MC…
레걸 전성시대! 

첫 레이싱걸의 연예계 진출은 약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2년 서울모터쇼에서 레이싱걸 중에서도 특급 레이싱걸만 가능했던 미래형 자동차 메인 도우미를 맡아 세간의 화제가 된 오윤아가 2005년에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 1호’로 등극했다. 이후 오윤아는 영화 <연애술사> <올드미스 다이어리>, SBS드라마 <그 여자> <연애시대> <외과의사 봉달희>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력과 재능을 공식으로 인정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굵직굵직한 다수의 광고에 출연함은 물론, MBC <섹션TV연예통신> 리포터로도 활약해 가장 잘 나가는 스타 못지않게 맹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김수현 작가 집필의 JTBC <무자식 상팔자>와 SBS <돈의 화신> 등에서 극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주요한 역할을 맡으며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돈의 화신>에서 결혼과 득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빼어난 몸매를 과시해 건재함을 알렸다. 이처럼 오윤아를 기점으로 레이싱걸의 연예계 등용문은 활짝 열렸다. 사실상 오윤아가 연예계 진출로를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


1세대 레걸 오윤아, 드라마 조주연급 종횡무진 활약
김시향, 볼륨감 넘치는 몸매로 지상파 게스트 낙점

레이싱걸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는 오윤아지만 그 역시 연예계 진출에 따른 남모를 고충이 숨겨져 있었다. 2006년 각종 드라마 출연으로 종횡무진 연기활동 할 당시 그는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 제작발표회에서 “주위 사람들이 일컫는 레이싱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속상했다”고 발언했다. 이밖에도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노출의상 혹은 비키니를 입고 나오는 신이 매 작품에 포함돼 있었다”며 연기보다 몸매를 더 부각시키는 점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기 욕심의 끝을 모르는 오윤아는 자신을 “천상 배우 팔자”라고 지칭하면서도 “아직 만족할 만한 연기는 멀었다. 40대쯤 내 매력과 연기력을 모두 발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제2의 오윤아’를 꿈꿨던 레이싱걸 출신 방송인 김시향은 그토록 바랐던 연기자로 자리매김 할 찰나에 누드화보집이 유출돼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2004년 대구모터쇼를 통해 레이싱걸로 데뷔한 김시향은 같은 해 지누션의 ‘전화번호’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와 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케이블방송 <나는 펫> 공개 모집을 통해 총 1천여 명의 지원자 중에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나온 실력파로 인정받으며 <나는 펫 시즌3>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김시향은 KBS <스타골든벨>과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로 활약하는 등 공중파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김시향의 놈놈놈>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MC로의 자질도 맘껏 표출했다. 이윽고 지난 2009년 SBS드라마 <스타일>에서 황보갑주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지상파 드라마 조주연급 역할에도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시적인 인기
연예인 전향 한계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도 못 본다고 했던가. 별 탈 없이 승승장구 할 것만 같던 그의 연예계 삶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해야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1년 그의 누드사진이 온라인상에 무차별 유출되면서부터다. 앞서 김시향은 훤히 드러난 등라인과 가슴이 깊게 팬 의상을 기본으로 한 과감한 섹시화보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가슴이 전부 드러난 김시향의 누드사진을 전 소속사 관계자가 무단유출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진흙탕싸움으로 번졌다. 이에 김시향은 전 소속사 관계자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누드사진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업체 관계자는 물론 모바일 서비스 업체 대표 등도 함께 고소했다.



당시 그는 레이싱모델 오윤아 만큼의 인지도를 얻는 것이 다소 힘겨웠었고, 이에 파격적인 섹시 화보를 공개하며 인기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도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고 화보는 반짝 이슈로 떠올랐지만 결국 본인에게 상처만 새 아쉬움만 남겼다.

‘시구여신’이라 불리는 레이싱걸 출신 방송인 이수정은 8등신 콜라병 몸매와 명품 시구폼 하나로 단숨에 연예계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유명한 레이싱모델 이수진의 친동생으로, 175cm의 장신에 육감적 몸매를 소유한 당대 최고 인기의 레이싱걸이었다. 그러다 2011년 그에게 우연히 시구기회가 주어졌고, 단 1번의 시구를 위해 이수정은 무려 400회에 걸쳐 피칭연습에 몰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프로선수 못지 않은 그의 시구장면은 방송되자마자 모든 야구팬들을 홀렸고, 각종 언론은 ‘시구여신’ ‘화제의 시구녀’ 등 이수정의 시구폼을 연일 거론하며 ‘가장 개념있는 시구자’로 선정해 기사화했다. 


방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스포츠계에서는 이수정을 섭외하기 위해 입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시구여신으로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MBC <스포츠매거진>의 리포터로 발탁됐고, 스포츠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드라마, 시트콤, 쇼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빛 보지 못해
자살 시도도

반면 레이싱걸의 연예계 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가수 이혜린이다. 2005년~2008년까지 ‘얼짱 레이싱걸’로 불리며 잘나가던 레이싱 모델이었던 이혜린은 섹시 모바일 화보를 통해 다수의 남성팬도 확보했으며 같은 해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메인 모델로 활동하며 모터쇼 기간 내내 주인공인 자동차보다 더 주목받기도 했다.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진 그는 많은 소속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모델계를 은퇴하고 본격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가 선택한 직업은 바로 가수. 이혜린은 타 동료 2명과 함께 ‘쎈(SSEN)’이라는 이름으로 걸그룹을 결성한 뒤 예명 ‘유주’로 활동했으나 인기는커녕 그녀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갔다. 재작년 초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한다던 이혜린은 대중의 무관심과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우울증까지 동반돼왔다. 당시 이예린은 레이싱걸 시절보다 더 인지도 낮은 연예인 지망생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수정, 언니 수진과 방송인으로 활동
섹시화보·영상…우울증·자살 부작용도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인기를 한몸에 받지 못 하면 쉽게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이예린도 우울증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이겨내지 못 하고 2010년 10월,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얼짱 레이싱걸이 우울증 자살이라니…. 안타깝다” “역시 레이싱걸 출신의 한계인가” “레이싱걸 시절엔 누구보다 잘 나갔는데 연예계로 빠지자마자 이런 참담한 결과가…” 등 다양한 의견으로 조의를 표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이목을 끌어 씁쓸함만 남겼다.

선정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레이싱걸도 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정은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7년 서울 모터쇼에서 ‘지프(Jeep)’ 메인모델로 주목받은 정은주는 175cm의 휜칠한 키, 글래머러스한 몸매, 강렬한 눈빛, 도도한 섹시함으로 현재 각종 패션 화보와 모터쇼의 모델 캐스팅 1순위에 랭크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케이블방송 VJ로 왕성히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계로 발을 담갔고,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가수데뷔를 준비했다. 그는 걸그룹이 아닌 섹시 트로트가수를 선택하며 ‘누디티 가수’로 데뷔를 알렸다. 누디티란 노출 또는 벌거숭이, 나체라는 의미다. 이윽고 음원과 티저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지만, 이는 곧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은 그가 표방하는 누디티(Nudity)의 의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적극 활용해 여타 섹시 가수와는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과다노출은
독약 되기도

공개된 티저 홍보영상은 정은주가 데뷔곡 ‘짜릿짜릿’을 부르는 모습이 담긴 1분51초의 짧은 동영상이다. 영상에서 그는 재킷 안에 속옷만 입고 있거나 아예 반라의 상태로 등장한다. 또한 누운 상태로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듯한 야릇한 표정을 짓고 망사 스타킹을 찢는 등 자극적인 장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해당 영상은 각종 포털과 게시판에 옮겨져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정은주 관련 검색어도 인터넷 포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지만 세인의 비난도 뒤따랐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야하게 입고 옷만 벗으면 가수냐”, “10대들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느냐”, “노래 홍보 영상이라기 보다는 포르노에 가깝다”며 비난성 댓글이 폭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는 다른 앨범을 발표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이 또한 선정적 홍보가 주를 이루고 있어 재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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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