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한사태'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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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오는 '양파비리' 갈데까지 간 '막장회장'

[일요시사=경제1팀] 깠다. 또 깠다. 전 사장과 전 은행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다 깐 줄 알았다. 그런데 깔게 더 남았다. 이번엔 전 회장이다. '신한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 길이 먼 '한동우-서진원' '투톱체제'가 발목을 잡혔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 일명 '신한사태'는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직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특히 이날은 신한금융 창립 9주년 기념식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 사장·전 행장
집행유예 선고

당시 신한은행 측은 "최근 은행에 신 전 사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신한은행은 또 신 전 사장이 신한금융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될 고문료 중 15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사태의 시작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부터로 보고 있다. 2009년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그 발원지로 신 전 사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1인자 라 전 회장이 3인자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손잡고 2인자 신 전 사장을 내치려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 고소 후 곧바로 해임을 위한 사외이사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전 행장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방문하며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만나 신 전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신 전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참석 등 협조를 당부했다.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신 전 사장은 사태 일주일 만에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사외이사,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친회를 열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 중 일부가 신 전 사장을 검찰조사 결과발표 이전에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모든 문제를 이사회 결정에 따르기로 협의했다.

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의혹 일파만파
발목 잡힌 '한동우-서진원' 투톱 체제

9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안이 10대1의 표결로 통과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라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꽤 빠르게 찾아왔다. 10월7일 금융감독원이 라 전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전격 통보한 것. 이에 앞서 한국정치평론가와 한국시민단체네크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무혐의 내사 종결됐던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실명제법위반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라 전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 도중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10월11일 다시 기업설명회 참석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라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유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라 전 회장은 결국 10월25일 해외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고 10월30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에 참석,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겉으로는 자진사퇴. 알고 보면 불명에 퇴진이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 발생 100여일이 지난 후 사장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 상대 횡령·배임 혐의 고소를 취하했다.

스리슬쩍 넘어간
라 전 회장 비리혐의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했다고 보고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문료 15억여원 가운데 이 명예회장에게 지급된 금액은 7억1100만원, 나머지 8억여원 가운데 2억6000여만원은 이 행장이 사용했고 3억7500만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이날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2년여 후인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됐으나 일부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의 혐의 중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의 은행자금 15억여원 중 2008년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부문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 등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다시 살아난 불씨
차명계좌 23개

이 전 행장의 경우 재판부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신 전 사장과 함께 2008년 은행자금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금융계를 들어다 놨다 했던 신한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한은행은 한동우 신한금융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안정화와 내부 결속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회장과 신 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사 중 최고인 약 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에서도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신한사태로 흔들렸던 일본 오사카 쪽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 빅3 중 유일하게 무혐의를 받아 멀찍이에서 재판과정을 구경하던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들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발목을 잡힌 모양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전 회장에게 라 전 회장이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히고 2008년 12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라 전 회장 측은 "50억원은 1991년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 이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주주 4명과 모아서 준 격려금 30억원을 4명의 주주에게 동의를 얻어 장기간 차명예금으로 관리해오다 이자가 계속 붙었고, 이 가운데 50억원을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던 박 전 회장의 권유에 따라 경남 김해의 골프장 가야컨트리클럽 운영업체인 가야개발 지분 투자 목적으로 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두 차례 수사 끝에 2009년 6월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당국 역시 라 전 회장이 실명제 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계좌 운용만 문제 삼아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게다가 라 전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다른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일부 언론이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 23개를 통해 은행 돈을 빌려 쓰는가 하면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금융당국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자료 재검토, 끊이지 않는 의혹
관계당국 비리 감싸기 의혹도 '재수사 촉구'

이 매체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인 김모씨와 그의 친인척 9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누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는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 당시 적발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2009년 5월 박모 당시 신한금융 업무지원팀장이 작성한 '총괄표'라는 문건에는 라 전 회장이 단지 실명제 위반뿐 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인 자금거래를 한 기록까지 들어있다.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이 수시로 이동했고 신한금융지주 주식 수만주씩을 사고판 흔적도 있다.

뿐만아니라 차명계좌로 받은 은행 대출금을 라 전 회장과 아들 계좌에 입금하고 나중에 다른 차명계좌에서 인출해 이를 갚은 기록도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전달된 돈은 46억원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각종 의혹에도 사정 당국의 라 전 회장 봐주기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에 대해 국세청이 이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 통보를 했지만 사정 당국이 소홀히 취급했다"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남은 부분을 추가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과거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징계했지만 발견된 추가 차명계좌의 법령 위반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차명계좌로 신한금융 주식을 보유한 것도 라 전 회장의 주식보유신고서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문건을 확인하고, 당시 검사자료와 검사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신한 사태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신한 사태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슬쩍 넘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산3억원' 미스터리다.

베일에 싸인
남산 3억 실체

이 돈은 2008년 초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서울 남산자유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자에게 전달한 3억원에 관련된 돈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신 전 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2억6000여만원이 남산3억원에 해당하는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 '남산3억원'이 핵심 안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신 전 사장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신 전 사장은 1심 선고 후 "자금조달을 지시한 라 전 회장은 빠져나갔는데 자금 관리에만 관여한 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혐의는 과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했던 사안이 다시 부각됐을 뿐이다"며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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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