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한사태'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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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오는 '양파비리' 갈데까지 간 '막장회장'

[일요시사=경제1팀] 깠다. 또 깠다. 전 사장과 전 은행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다 깐 줄 알았다. 그런데 깔게 더 남았다. 이번엔 전 회장이다. '신한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 길이 먼 '한동우-서진원' '투톱체제'가 발목을 잡혔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 일명 '신한사태'는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직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특히 이날은 신한금융 창립 9주년 기념식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 사장·전 행장
집행유예 선고

당시 신한은행 측은 "최근 은행에 신 전 사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신한은행은 또 신 전 사장이 신한금융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될 고문료 중 15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사태의 시작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부터로 보고 있다. 2009년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그 발원지로 신 전 사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1인자 라 전 회장이 3인자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손잡고 2인자 신 전 사장을 내치려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 고소 후 곧바로 해임을 위한 사외이사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전 행장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방문하며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만나 신 전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신 전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참석 등 협조를 당부했다.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신 전 사장은 사태 일주일 만에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사외이사,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친회를 열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 중 일부가 신 전 사장을 검찰조사 결과발표 이전에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모든 문제를 이사회 결정에 따르기로 협의했다.

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의혹 일파만파
발목 잡힌 '한동우-서진원' 투톱 체제

9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안이 10대1의 표결로 통과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라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꽤 빠르게 찾아왔다. 10월7일 금융감독원이 라 전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전격 통보한 것. 이에 앞서 한국정치평론가와 한국시민단체네크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무혐의 내사 종결됐던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실명제법위반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라 전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 도중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10월11일 다시 기업설명회 참석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라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유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라 전 회장은 결국 10월25일 해외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고 10월30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에 참석,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겉으로는 자진사퇴. 알고 보면 불명에 퇴진이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 발생 100여일이 지난 후 사장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 상대 횡령·배임 혐의 고소를 취하했다.

스리슬쩍 넘어간
라 전 회장 비리혐의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했다고 보고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문료 15억여원 가운데 이 명예회장에게 지급된 금액은 7억1100만원, 나머지 8억여원 가운데 2억6000여만원은 이 행장이 사용했고 3억7500만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이날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2년여 후인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됐으나 일부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의 혐의 중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의 은행자금 15억여원 중 2008년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부문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 등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다시 살아난 불씨
차명계좌 23개

이 전 행장의 경우 재판부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신 전 사장과 함께 2008년 은행자금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금융계를 들어다 놨다 했던 신한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한은행은 한동우 신한금융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안정화와 내부 결속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회장과 신 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사 중 최고인 약 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에서도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신한사태로 흔들렸던 일본 오사카 쪽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 빅3 중 유일하게 무혐의를 받아 멀찍이에서 재판과정을 구경하던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들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발목을 잡힌 모양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전 회장에게 라 전 회장이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히고 2008년 12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라 전 회장 측은 "50억원은 1991년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 이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주주 4명과 모아서 준 격려금 30억원을 4명의 주주에게 동의를 얻어 장기간 차명예금으로 관리해오다 이자가 계속 붙었고, 이 가운데 50억원을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던 박 전 회장의 권유에 따라 경남 김해의 골프장 가야컨트리클럽 운영업체인 가야개발 지분 투자 목적으로 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두 차례 수사 끝에 2009년 6월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당국 역시 라 전 회장이 실명제 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계좌 운용만 문제 삼아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게다가 라 전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다른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일부 언론이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 23개를 통해 은행 돈을 빌려 쓰는가 하면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금융당국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자료 재검토, 끊이지 않는 의혹
관계당국 비리 감싸기 의혹도 '재수사 촉구'

이 매체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인 김모씨와 그의 친인척 9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누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는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 당시 적발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2009년 5월 박모 당시 신한금융 업무지원팀장이 작성한 '총괄표'라는 문건에는 라 전 회장이 단지 실명제 위반뿐 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인 자금거래를 한 기록까지 들어있다.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이 수시로 이동했고 신한금융지주 주식 수만주씩을 사고판 흔적도 있다.

뿐만아니라 차명계좌로 받은 은행 대출금을 라 전 회장과 아들 계좌에 입금하고 나중에 다른 차명계좌에서 인출해 이를 갚은 기록도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전달된 돈은 46억원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각종 의혹에도 사정 당국의 라 전 회장 봐주기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에 대해 국세청이 이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 통보를 했지만 사정 당국이 소홀히 취급했다"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남은 부분을 추가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과거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징계했지만 발견된 추가 차명계좌의 법령 위반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차명계좌로 신한금융 주식을 보유한 것도 라 전 회장의 주식보유신고서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문건을 확인하고, 당시 검사자료와 검사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신한 사태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신한 사태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슬쩍 넘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산3억원' 미스터리다.

베일에 싸인
남산 3억 실체

이 돈은 2008년 초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서울 남산자유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자에게 전달한 3억원에 관련된 돈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신 전 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2억6000여만원이 남산3억원에 해당하는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 '남산3억원'이 핵심 안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신 전 사장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신 전 사장은 1심 선고 후 "자금조달을 지시한 라 전 회장은 빠져나갔는데 자금 관리에만 관여한 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혐의는 과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했던 사안이 다시 부각됐을 뿐이다"며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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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