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 서초구청에 무슨 일이…

툭 하면 쌈질…바람 잘 날 없는 ‘부자구청’

 [일요시사=사회팀] 서초구청이 시끄럽다. 최근 청원경찰 사인을 놓고 허준혁 전 서울시의원(서초구)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성중 전 구청장과 진익철 현 구청장 간 공천갈등도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서초구 사태. 청원경찰 사인 뒤에 숨겨진 이면을 들춰봤다.


2013년 1월10일 오전 10시. 서초구청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던 이모(47)씨가 주차장 내 번호판 교체장소에 쪼그려 앞에 앉아 있었다. 이를 발견한 구청 직원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이씨 쪽으로 다가갔다. 이씨는 호흡곤란 상태였고, 직원은 바로 구급차를 불러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호송했다. 이씨는 당시 급성심근경색 증상을 보여 즉시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후 3시경에 급성심근경색에 따른 심장 쇼크사 및 폐부종으로 생을 마감했다.

온라인서 공방 열전
구청 측 변명 급급

지난달 10일 발생한 서초구청 청경 사망사건이다. 청경 이씨는 22년째 근무해온 우수 근속자였다. 그는 1월2일 시무식이 시행된 날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탄 관용차를 지각 안내했다는 이유로 9일, 영하 11.7도,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날씨에 해당 구청으로부터 24시간 야외근무를 지시받았다. 이씨를 포함해 같이 근무를 하던 주차장 근무 직원 3명이 시무식을 마친 후 구청으로 돌아오던 진 구청장의 관용차가 들어옴에도 지각대응한 점, 혼잡했던 주차장 상황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초소에 들어가 잡담을 하며 민원차량 주차안내 등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한 비공식 징벌이었다.

당시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은 그들에게 근무상태 불량을 지적하며 옥외초소 문을 잠근 뒤 “주차장 혼잡 시 모두 초소에 들어가 있을 생각하지 말고 교대로 초소 앞에서 근무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야외근무는 단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9일 이씨는 주간근무에 이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당직근무를 섰다. 즉 영하의 날씨에 24시간 동안 야외에서 근무한 셈이다.

이씨는 오전 9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동료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9시30분경에 초소로 복귀했다. 이후 10시쯤 심장에 무리가 온 듯 청경 이씨는 초소 앞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고, 이를 지켜보던 동료 직원들이 동료 직원들이 병원으로 호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물론 이씨의 사인이 동사가 아닌 급성심근경색이었고, 야외근무를 지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사망한 사건이라 구청 측에 책임을 운운하긴 어렵지만 구청장 관용차량 지각안내에 따른 과도한 문책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문제임에 틀림없었다.


‘돌연사’청원경찰 사인 두고 구청장·의회 충돌
“혹한에 가혹근무로 죽었다”vs“평소 지병 때문”

이윽고 청경죽음이 구청에서 내린 징벌과 연관성이 짙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진 구청장에 대한 해임과 형사처벌(구속)하라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서초구청은 진 구청장을 감싸는 반박기사를 내는데 급급했다. 진 구청장과 동승했던 조 행정지원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 총무과에 열쇠를 맡기며 교대로 초소를 이용하게끔 근무교육을 시키라고만 했는데 실무팀에서는 3일 오후 1시를 훌쩍 넘어 초소문을 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영하의 날씨에 청경들은 초소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야외근무를 섰으며 28시간 만에 난방기가 설치된 초소문이 열린 셈이 된다.

반면 서초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경을 24시간 야외근무 시켰다는 주장은 물론 진 구청장 관용차량의 주차안내가 늦었다는 이유로 부당징벌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다. 최근 청경이 사망한 것은 맞지만 동사가 아닌 고지혈증과 당뇨를 오랜 기간 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원경찰은 바깥 근무를 할 때, 1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을 원칙으로 하루에 총 세 시간의 근무를 선다. 동절기에 야외에서 근무하는 청경들을 위해 오리털 파카, 방한용품 등을 지급, 휴식시간에는 환풍기와 온돌판넬이 설치된 구청사 10층 청경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 구청장
공천갈등 연장전?

서초구청 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청원경찰 사인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현재 3000여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서초구청장 구속 청원’에 동참했는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가 꽤 오랫동안 1∼2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곧바로 지워져 구청 측의 직접적인 개입의혹이 잇따랐다. 또 허준혁 전 시의원이 본인의 블로그에 “구청장님 관용차 주차가 늦었다고 사람을 얼려죽이다니…”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청원경찰 사인에 진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일갈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에 서초구의회도 청경 돌연사 의혹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김익태 진상 조사위원장을 포함한 구의원 8명으로 구성된 ‘서초구 청원경찰 조사특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열리기도 했다.

특위 주재자인 김 의원은 “구청의 해명대로 이씨가 1시간만 근무하고 2시간은 휴게실에서 쉬었다면 8층에 있는 휴게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맞다. 그러나 지난 28일 CCTV를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CCTV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초소 문을 잠근 당일인 2일 영상이 남아있지 않다. 의도적으로 이를 훼손한 게 아니냐”고 구청의 자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총무과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없앤 건 아니다. 관리회사에 문의하니 복구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구청장 차량 안내 늦어서 징벌?
영하 16도 외부서 24시간 근무?

항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단순 청원경찰 돌연사로 치부하기보다 ‘전-현 구청장 간 공천후유증’이라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진 구청장 측이 “최근 발생한 청원경찰 돌연사를 빌미로 차기 서초구청장을 노리는 몇몇 인사가 짜고 현 구청장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벌인 비겁한 언론 플레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세력을 비난하면서 공천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또한 서초구청 측이 개인 블로그에 현 구청장을 공개 디스한 허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두 사람의 공천갈등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추측된다. 

진 구청장 측은 “허 전 시의원은 진 구청장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초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공천 갈등이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진 구청장은 허 전 시의원을 고소하기에 앞서 최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박 전 구청장이 재직 당시인 지난 2009년 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당시 진 구청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관련 공무원 실명으로 투서가 수차례 들어와 박 전 구청장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서원에 돌아갈 돈을 박 전 구청장이 착복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구청장은 “터무니없는 혐의다. 만약 1만원이라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구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무고로 고소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마권발매소
교회 인허가

사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의 갈등은 진 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계속됐다. 그들의 악연은 공천이라는 굴레에서 먼저 시작됐다. 진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지만 행정고시 23회 동기다. 먼저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 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재선에 나서려 했다. 박 전 구청장은 열정적인 청장으로 평판이 자자했지만 주민들과의 잦은 마찰로 진 구청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구청 주변에서는 행시 23기동기인 고승덕(당시 한나라당·서초을) 전 의원이 진 구청장을 밀어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박 전 구청장은 2012년 총선에서 서초을 공천을 다시 한 번 노렸으나 고 전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터뜨리며 또 실패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분을 삼키지 못하고 “고 전 의원과 진 구청장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초구 의원들은 공천을 앞두고 서로를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전통관례처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0년 박 전 구청장이 재선을 노릴 당시 공천의혹이 있었다. 박 전 구청장은 사랑의 교회 측에 신축부지 옆 참나리길 공공도로 지하 땅 1077.98㎡(약 326평), 즉 불법특혜를 내주면서 공천과 관련한 사전결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사랑의 교회는 도로지하 점용허가에 대한 당위성 및 근거확보를 위해 서초구청과 기부채납 계약을 했고, 하루 만에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라’ 조건부 승인이 났다. 승인의 조건이 된 ‘도로지하에 대한 점용허가’가 15일 만에 났다는 점도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을만한 사안이었다. 한편 사랑의 교회 신축공사에 들어갈 비용은 총 22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구청장 해묵은 감정표출 지적
공천 의혹 등 진흙탕 싸움 수면 위로

다음해 2011년에는 진 구청장의 공천 의혹이었다.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마권장외발매소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마권장외발행소 설립은 지난 2009년 마사회의 설립 계획이 발표된 이후, 서초구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온 서초구 최대 지역현안 중 하나다. 결국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 진 구청장 측은 의혹을 제기한 발원지를 박 전 구청장으로 보고 있다. 박 전 구청장 측은 “박 전 구청장이 박근혜 당선자 대선캠프에서 일했는데 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 들어갈까봐 이를 막기 위해 진 구청장 측이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진 구청장의 지나친 MB사랑이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는데 한몫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시 문화관광국장과 환경국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MB맨이다. 그런 그가 내곡동 사저 인근에 테니스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이대통령을 의식한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진 구청장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특별교부금 15억원 중 4억6000만원을 내곡동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사용도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고, 이 땅은 서초구 소유로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곳과는 1.5㎞, 이상득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는 불과 1.7㎞ 가량 떨어져 있어 청와대와 사전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진 구청장은 내곡동 1-16번지 유휴지에 8370㎡ 규모의 테니스장 6면과 다목적구장(1000㎡), 주말농장 및 쉼터(1300㎡) 등을 갖춘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10월12일 착공식을 했다.

구청장 공천비리
썩은내 진동

청원경찰 돌연사가 서초구 의원들 간 공천비리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 됐다. 민심을 뒤로한 채 밥그릇 싸움에만 전전긍긍하는 서초구 의원들의 추악한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최호정 서초구 시의원은 “강남?서초 지역은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으로 여기니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마타도어가 판친다”며 “다른 자치구에서는 주민들 이목이 부끄러워서라도 이렇게까지 못한다”고 혀를 찼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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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