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대한민국 일출 나들이 ④마라도

최남단 막내 섬서 새해의 기운 받다

수평선에 넓게 드리운 잿빛 구름 사이로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차분하게 두 손 모으고 새해 소원을 빌기 시작하자 잠시 후 하늘의 붉은 기운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드디어 해돋이를 맞이한 것이다. 마라도를 지키는 국토 최남단비가 며칠 동안 눈바람에 시달리더니 모처럼 아침 햇살을 받아 회색빛에서 금빛으로 빛난다. 장군바위도 붉은 해를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작은 섬을 포근히 뒤덮은 누런 풀밭 또한 황금빛 햇살에 부드럽게 몸을 일으킨다. 생전 처음 마라도에서 해돋이 잔치를 감상한 뒤 섬 일주에 나선다. 할망당, 등대공원, 선인장 자생지, 마라분교, 성당과 교회, 절집 등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그 유명한 짜장면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제 본섬으로 나갈 시간, 바다 건너로는 머리에 흰 눈을 인 한라산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국토최남단비 주변서 즐기는 ‘해돋이 일품 관광명소’
‘할망당 → 등대공원 → 마라분교 → 짜장면’ 오감만족 여행

모슬포항에서 방어회와 갈치조림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오후 배를 타고 마라도로 들어간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서 새해 해돋이의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드디어 도착한 마라도선착장에서 가파른 계단에 오르자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전신을 휘감는다.

끝섬서 보는
특별한 일출

북위 33° 06′ 30″, 동경 126° 16′ 30″.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위치를 알려주는 숫자다. 이 작은 섬에서 하룻밤 묵고 해돋이를 감상하려니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 태평양 건너 제주도로 불어대는 겨울바람 탓만은 아니다.

밤새 뒤척이다 이른 새벽 눈을 뜬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로 갈까, 아니면 마라도 등대공원으로 갈까. 기념비적인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한 장소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두 곳에서 모두 일출을 보기로 작심한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해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다.


숙소를 나서서 최남단비 방면으로 가는 동안 눈길은 줄곧 수평선으로 향한다. 구름층이 두텁지 않다. 이 계절에 천만다행이다. 마라도 주민들 말이 겨울철에는 일기가 불순해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데, 천운을 기대하며 최남단비로 가서 잠시 최남단 벤치에 앉아 해를 기다린다.

수평선 위에 걸쳐진 구름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예감이 좋다. 이제나저제나 시간을 흘려보낸다. 고깃배 몇 척이 장군바위 앞바다에 물살 꼬리를 남긴 채 본섬으로 달려간다. 그 꼬리가 없어지기도 전에, 마침내 한 해를 따스하게 비쳐줄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햇살은 장군바위에도, 최남단비에도, 삶의 무게에 지친 여행객들의 어깨 위에도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여행객들은 마라도의 일출을 눈으로 담으며 새삼스럽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하루하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잠시 후 등대공원으로 장소를 옮겨본다. 주요 해로에서 뱃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과 오대양 육대주를 조각한 지구 모형이 아침 해를 받아 잠에서 깨어난다.

최남단비 쪽에서 만나는 해돋이와 이곳에서 감상하는 해돋이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등대공원에서는 해양 대국으로 성장할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생전 처음 만나보는 마라도 해돋이. 개개인의 국내 여행 기록에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체험이다.

이제 오후 배를 이용해서 마라도를 떠나기 전에 마라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일만 남았다. 마라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4.2km,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3km, 면적이 0.3㎢(약 10만 평)에 불과하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섬 일주하면서
구석구석 절경 감상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항공모함을 닮은 듯하고, 맛있는 고구마도 닮았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11km 거리이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등대와 학교 등 마라도에서는 풀 한 포기,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마라도의 상징물 1호다. 내륙의 기념비들이 밝은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과 달리, 최남단비는 검은 제주도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해안가에 장군바위가 솟았고, 뒤로는 여행객을 위해 벤치가 여러 개 놓였다. 여행객들은 최남단비나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1915년 무인 등대로 불을 밝히기 시작한 마라도등대는 1955년 유인 등대로 거듭났고, 1987년 새로이 지어졌다. 등대 발치에는 세계 유수의 등대 모형이 설치되었다. 등대마다 자신들의 역사를 소곤소곤 들려주어 등대공원 산책은 마라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라도등대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확 트인 바다는 물론 바다 너머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마라도등대에서 자리덕선착장을 향해 걷다 보면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불리는 할망당이 나온다. 아득히 먼 옛날 모슬포에 살던 이씨 부인이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인은 그 아이를 수양딸로 삼았다.

세월이 흘러 부인에게서 아기가 태어났고, 그녀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그녀는 씨뿌리기 하려고 마라도에 들렀다가 거친 파도를 다스리는 제물이 되고 만다. 그 후로 마라도를 찾은 어부들은 그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이 할망당에서 극진히 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라도에는 전설이 하나 더 있다. 마라도에 나무 그늘이 없어진 사연이다. 옛날 이 섬에 살던 사람이 달밤에 퉁소를 부는데 어디선가 뱀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사람은 뱀이 두려워 불을 질렀다. 이렇게 불탄 마라도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그늘도 사라졌으며, 그 탓에 물도 부족해졌다고 한다. 마라도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용수로 사용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해돋이를 가슴에 담고 모슬포항으로 뱃길, 여객선이 출렁거리며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이곳은 해저 200m 이상인 심해라서 요동이 심하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의 절경이 조금씩 멀어지자 서서히 뱃멀미가 난다. 그때 선원이 한 마디 위로를 던진다.


“마라도에 들어올 때면 몰라도 나갈 때는 절대 멀미를 안 합니다. 마라도 애기업개할망이 보살펴주니까요.”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모슬포항→마라도→송악산→사계리 해안도로→화순금모래해변
모슬포항→마라도→알뜨르비행장→대정향교→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제주국제공항→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모슬포항→마라도 입도, 해넘이 촬영→마라도에서 숙박
둘째 날 : 해돋이 촬영, 마라도 일주 산책→모슬포항→송악산→중문단지→서귀포 시내

관련 웹사이트
서귀포시청 www.seogwipo.go.kr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www.jejutour.go.kr
삼영해운 (마라도 정기여객선) www.wonderfulis.co.kr, 064)794-5490, 3500
감귤박물관 www.citrusmuseum.com, 064)767-3010
다빈치뮤지엄 www.davincimuseum.co.kr, 064)794-5115
제주유리박물관 www.glassmuseum.co.kr, 064)792-6262

문의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3 
서귀포시 대정읍사무소 064)760-4081

대중교통
제주시∼하모리(모슬포항) : 제주종합터미널에서 평화로 버스 이용
서귀포시∼하모리(모슬포항) : 서귀포터미널에서 평화로 버스 이용
※문의 제주종합터미널 064-753-1153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 064-739-4645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1135번 지방도→동광오거리→추사관 입구→1132번 지방도→모슬포항
서귀포시 서귀동→서귀포월드컵경기장 입구→1132번 지방도→추사관 입구→모슬포항

숙박
호텔 펠리스텔콘 : 서귀포시 서문로41번길, 064)749-2008, www.jejufeliz.com
베니키아제주크리스탈호텔 : 서귀포시 중정로, 064)732-8311, www.jejucrystal.com
호텔 하나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064)738-7001, www.hotelhana.co.kr
라임오렌지빌 : 서귀포시 칠십리로, 064)767-3888, www.limevil.com
예이츠산장 : 서귀포시 남원읍 516로, 064)767-3746, www.limevil.com
마라도게스트하우스 : 대정읍 마라로, 064)792-7179, www.maradoguest.co.kr
마라도펜션 : 대정읍 마라로, 064)792-7272
별장민박 : 대정읍 마라로, 064)792-3322
최남단민박 : 대정읍 마라로, 064)794-5507

식당
부두식당 : 방어회·갈치조림, 대정읍 하모항구로, 064)794-1223
성원식당 : 해물탕, 대정읍 형제해안로, 064)794-0085
남경미락 : 활어회, 안덕면 사계남로, 064)794-0055, www.남경미락.kr
안거리밖거리 : 정식, 서귀포시 솔동산로, 064)763-2552
마라도원조짜장면 : 짜장면, 대정읍 마라로, 064)792-8506

축제와 행사 정보
성산일출축제 : 12월31일~1월1일, 성산일출봉, http://70ni.seogwipo.go.kr
서귀포겨울바다펭귄수영대회 : 1월 초, 중문 색달해변, http://70ni.seogwipo.go.kr

주변 볼거리
모슬포 토요시장, 송악산, 가파도,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대정향교, 사계리 해안도로, 알뜨르비행장, 섯알오름, 하멜기념비, 용머리해안, 감귤박물관, 다빈치뮤지엄, 제주유리박물관, 외돌개, 갯깍주상절리대, 서귀포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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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