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기상천외 성인용품 대공개

살살 빨아먹는 ‘설탕속옷’ 슬슬 녹여주는 ‘황금딜도’

[일요시사=사회팀] 홍대, 명동 등 서울시내 번화가에서 눈에 띄는 상점을 볼 수 있다. 바로 성인용품점. 국내에서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음지에서만 성행하는 은밀한 장소라고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에서 음란상점으로 미화된 성인용품점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자 팬시 성인용품점이 들어서는 한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생 성인용품점이 하나둘씩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색 성인용품점을 집중 취재했다.

선진국가인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비교적 많은 성인용품점들이 건물 1층에 버젓이 들어서 있다. 반면 성문화에 개방돼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외진 골목이나 오래된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고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국내의 성의식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만족도나 위생 상태를 위해 콘돔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예전보다 많이 제작·판매 되고 있고 쇼핑몰도 배로 많아졌다.

성인용품도
이제 팬시화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성인용품점이 있었다. 홍대와 명동 등 번화가에 위치한 ‘콘도000’. 상점에 들어서기 전 콘돔을 연상케 하거나 남성의 성기모양을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로 미화해 입구유리를 대문짝만하게 가득 메웠다. 이곳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성인용품점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에 쉽게 현혹되는 여성고객을 노린 듯 팬시성인용품점으로 둔갑시켜 거부감을 덜게 했다. 이 때문인지 기자가 직접 방문했던 때가 꽤 이른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여대생들이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 다양한 종류로 구비돼있는 것은 단연 콘돔이었다. 작은 우유 곽 모형 속에 딸기, 포도, 레몬, 메론 등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미니 우유 곽 콘돔,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별·모양별 콘돔에 막대를 붙여 모르는 사람은 막대사탕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롤리팝(막대사탕) 콘돔이 전시돼 있었다. 아래 칸에는 성인용 머그컵과 야릇한 사진포장의 설탕속옷, 페로몬 향수 등이 나열돼 있었다.

롤리팝·우유곽 모양 각양각색 콘돔
24시간 몰…자위기구 심야배달 가능


성인용 머그컵은 물을 부으면 옷이 녹아 속살이 다 보이는 구조였다. 여성의 빨간 입술이 클로즈업된 상자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속옷’이라는 명목인 설탕으로 제작된 속옷이 담겨 있었고, 바로 옆 칸에도 알알이 묶인 사탕브라·팬티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이 외에도 립스틱 모양의 콘돔, 겉이 도금돼있는 황금 콘돔 등이 약 3000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었다.

맨 아래 칸에는 남성 성기모양을 쿠션화한 ‘페니스공’과 집 천장에 걸어둘 수 있는 커다란 페니스 풍선이 진열됐다. 종류별 콘돔을 포장해 놓은 콘돔포장세트도 1만원 대에 판매 중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벽에는 기능성이거나 브랜드가 있는 콘돔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는데, 그중 ‘사정지연콘돔’과 ‘원터치 콘돔’이 눈에 띄었다. 사정지연콘돔은 콘돔 끝에 국소마취제가 묻어있어 관계 시 사정시간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본 남성들은 “확실히 사정이 지연되는 효과는 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긴 했지만 성기를 마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성감이 떨어져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은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원터치 콘돔은 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으로, 한손으로 테이프만 당기면 바로 성기에 씌울 수 있어 편리함을 부각시켰고 사정 부분에 공기가 빠져 있어 일일이 공기를 빼야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더불어 재질이 질겨 손톱 등에도 잘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원터치 콘돔은 사용한 사례자는 “정말 편리하다. 품질도 나름 괜찮다.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야겠다. 특히 와이프가 만족스러워 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르가즘 볼펜
패니스 줄자

중간 진열단상에는 몸에 바르는 초콜릿 유리병과 여성 가슴모양의 저금통, 다양한 입욕제와 러브젤이 진열됐는데, 희귀했던 상품은 ‘버진 어게인’이었다. 버진 어게인은 여성용 크림으로, 질이 수축돼 질압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돼있었다. 남성과 여성 둘 다 첫경험의 짜릿한 경험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를 사용한 주부 이모씨는 “좀 부끄럽지만 남편이 엄청 좋아하더라. 요즘 고민이 많았는데 단 한 번에 해결됐다. 다만 가격대비 양이 좀 적은 것이 단점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버진 어게인은 6만원 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예찬덕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성관계를 혹은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위한 성인용품도 있었던 반면 단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도 있었다. 오르가슴 볼펜과 패니스 줄자, 체위카드가 그것이다. 오르가슴 볼펜은 펜을 꾹 눌러쓰면 펜 위쪽 부분에서 여성 신음소리가 들리는 팬시제품이고, 페니스 줄자는 남성 성기 길이를 재는 용도의 줄자였다.


체위카드는 남녀가 원카드 게임방법으로 카드게임을 하다가 마지막에 남는 카드의 그림대로 체위를 시도해보는 재미용도의 팬시카드다. 이 외에도 말랑말랑한 고무소재의 여성가슴 볼, 여성 엉덩이 모형의 안티 스트레스 볼 등이 아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클럽파티나 기념일에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용도의 큼지막한 콘돔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깨부터 발끝까지 망사로 된 야시시한 여성용 속옷과 간호사, 경찰 등 코스프레 속옷, 은수갑과 가죽수갑 등을 판매해 더욱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적나라한 홍보에 나섰다.

            

뒷골목 성인용품점 번화가에 떡하니 자리
팬시점·레스토랑형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친구와 같이 매장을 방문한 여대생 김모(22)씨는 “내부 인테리어나 상품들이 예뻐서 처음에는 팬시점인줄 착각했다. 알고 봤더니 성인용품점이었다. 친구랑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민망할 뻔 했다”며 “성인용품도 팬시용품처럼 디자인이나 색깔에 초점을 맞추니 접하기 쉽고 거부감이 덜해서 좋다. 콘돔 종류도 많고 기호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남자친구랑 한 번 더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팬시용품으로 착각이 들 만큼 앙증맞고 귀여웠던 성인용품점도 있었지만, 기존의 성인용품점처럼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 아래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강남의 모 성인용품점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성인용품점이라고 명시돼있지 않으면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무문, 아기자기한 문패까지 여성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바로 옆에는 성인PC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아저씨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성인용품점은 앞서 방문했던 팬시성인용품점과는 달리 온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진열된 여성·남성용 자위기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실제 신체구조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남성 페니스와 여설 질 입구, 엉덩이, 가슴 등이 나열됐다. 주로 40∼50대 남성은 고무로 제작된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을 구매한 후 실제로 자위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성인용품점 주인은 “페니스 크기가 작은 남성들은 고무로 만들어진 페니스를 끼우고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돌기가 나와 있는 콘돔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휴대폰 고리용
애널용품도

남성들을 위한 자위기구는 수없이 많았다. 대부분 가슴과 질, 엉덩이였지만 실제 사람의 살과 비슷한 촉감을 자랑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여성의 질 모형에 남성의 성기를 삽입하면 신음소리가 덤으로 나는 상품도 진열됐다. 아이스 컵으로 된 여성 질 상품도 있었는데, 뚜껑을 열면 남성의 성기를 컵 속에 넣어 자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구강섹스를 위한 상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남성용 자위기구는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실사화한 고무모형이었다. 고무 안에 구멍이 뚫려 언제든지 남성의 성기가 고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됨은 물론 신음소리나 오럴기능까지 추가됐다.

반면 여성의 자위기구는 달랐다. ‘바이브레이터’라고 해서 진동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모형과 길이가 남성의 성기와 같았다.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의 것보다 배는 많았다. 주인에 따르면 여성 고객들이 성인용품점을 더 많이,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고, 간혹 20대 여성들도 친구나 남자친구랑 같이 방문해 자위기구나 애널용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특히 단골손님은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새로 나온 것 없냐며 구경하다 하나씩 구매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여성용 자위기구의 사용법과 종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낮에도 여대생 북적
성의식 과거보다 개선

여성용 자위기구는 진동의 강도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졌는데, 진동의 강도가 셀수록 여성들이 만족감을 최고로 느낀다고 한다. 크기도 아주 얇고 작은 것부터 굵고 긴 것까지 다양했다. 일본에서 수입해왔다는 진동과 회전, 구슬기능을 합쳐놓은 자위기구는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인기상품인 진동세기 60에 달하는 자위기구는 20∼30대 주부나 싱글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약간 나이가 있는 여성은 일반적인 자위기구보단 금으로 도금된 황금자위기구를 선호한다고도 한다. 일반 바이브레이터 옆에 실제 남성의 성기와 똑같이 생긴 고무 페니스도 있었는데, 아래 부분에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갈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서 사용하는 용도인 듯 보였다.


여성의 항문을 자극하는 ‘애널용품’도 다양했다. 애널용품은 대부분 얇고 길었다. 진동이 가미된 제품도 있는 반면 긴 장난감 같은 단순한 모양도 있었다. 그중 휴대폰 고리와 라이터가 눈에 띄었는데, 성인용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성인용품인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은 제품이었다. 라이터 모형은 옆 부분에 버튼만 누르면 길고 얇은 진동기가 나오는 구조였고, 휴대폰 고리는 끝부분은 둥글지만 작은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 되는 작은 장난감 모형이었다. 물론 휴대폰 고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수십 가지 종류의 러브젤과 콘돔, 입욕제, 자위기구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전 매장처럼 여성용 섹시속옷과 가터벨트, 스타킹, 수갑, 바니(토끼) 코스프레 의상이 왼쪽 벽 구석에 걸려 있었다. 여성용 상품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남성보다는 여성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주인은 “과거에는 남성고객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 여성의 성의식이 개방되면서 기호에 맞는 자위기구를 사용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성인용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들이 성인용품을 통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성범죄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성인용품 중독은
성생활에 악영향

성인용품점은 온라인에서 더 인기다. 대부분의 온라인 성인용품몰은 24시간 대기상태로 심야시간 대에도 언제든지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오프라인 성인용품점 방문을 꺼려하는 남녀고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다. 실제로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남녀 중 80% 이상이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기구에 중독되면 실제 남녀 간 성관계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 섹스칼럼니스트는 “관계 상대가 있음에도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자위기구를 통해 더 짜릿함을 느낀다면 이 또한 존재가치에 대한 상실감에 빠뜨리게 한다”며 “한번 성인용품에 빠지게 되면 그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때에 가끔 이용하는 것이 성생활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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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