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부산 폭력조직 동향

‘조폭 천국’ 부산은 지금 복수혈전 중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부산의 최대폭력조직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 201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된 이후 칠성파 조직원들까지 검·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산시내의 타 폭력조직들도 오금을 저리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산시내 폭력조직의 동향을 살펴봤다. 


부산 조폭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부산지검이 경쟁관계에 있던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군에 입대한 이까지 포함해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을 대거 구속·불구속했기 때문.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23년 만이다.

보복폭행에 살인
막가는 조폭들

칠성파 조직원들의 보복전은 2011년 6월8일 발생했다. 이날 밤 회식을 해 만취한 30대 중반의 칠성파 중간 간부 이모(37)씨 등 3명은 해운대구 우동의 한  모텔 앞에서 20대의 젊은 신20세기파 조직원들과 마주쳤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칠성파 조직원들은 경쟁 조직 신20세기파의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칠성파 간부급 조직원들은 상대 조직원의 주먹과 발로 얼굴과 가슴, 배 등을 가격 당했고, 이마가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칠성파 조직원들은 격분했고, ‘작업(상대를 집단 구타하는 것을 의미)’에 들어감으로써 보복폭행에 나섰다.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은 보복 폭행을 위해 보름간 합숙을 하면서 회칼·야구방망이 등을 실은 차량 10∼15대에 나눠 타고 부산 사하구와 서구, 중구, 해운대구 일대 유흥가를 돌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24일 부산 시내에서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을 발견했고, 곧바로 집단린치를 가했다. 부산 폭력조직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 간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다. 분이 채 풀리지 않은 칠성파 조직은 같은 해 8월15일 또 다른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려 했으나 이 조직원이 도망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6월8일 당시의 보복폭행과 더불어 이후 발생한 폭행 및 살인미수 등 모든 혐의를 이번 구속 기소에 포함시켰다.

칠성파vs반칠성파
반복되는 복수전


칠성파의 타 조직에 대한 보복전에는 긴 역사가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활동하다가 80년대 중반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군림하게 된 칠성파. 이들은 반칠성파 조직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자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신20세기파는 가장 큰 견제 대상이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세력 중 하나인 신20세기파가 철천지 원수가 된 시기는 1993년 7월, 부산 중구 보수동 길가에서다.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회칼로 무려 10여 차례 무자비하게 찌른 것. 이 사건 이후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며 두 조직 간 지독한 악연이 시작됐다.

2006년 1월 신20세기파를 비롯한 반칠성파(칠성파 반대세력) 60여명이 회칼·손도끼 등을 들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등의 반대세력 조직원들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2007년 12월15일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경쟁 조직인 서면파의 조직원에게 구타를 당하자, 칠성파의 타 조직원들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흉기로 찌르는 등 보복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조직원 30여 명 적발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본격 와해수순 밟나

2010년 12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 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조직원 보호’를 내세워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 다음해 2011년 6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40여 명이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을 위해 회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으며 신20세기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 폭행도 이즈음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서면 유흥가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한 부산의 양대 조폭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여 두 조직의 조직원 5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중 칠성파 두목 정모씨와 재건20세기파 두목 변모씨 등 8명을 구속하고 38명을 입건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2010년 12월17일 오전 5시30분쯤 칠성파가 관리하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모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업주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칠성파 조직원들과 패싸움을 했다. 이후 양 조직은 조직원들을 더 규합했고,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근 식당 노상에서 2차로 맞붙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오후 즈음에 난투극으로 부상한 조직원이 입원한 병원 2곳을 점거하고 보안직원을 폭행한 뒤 의료진을 협박하는 한편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병원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등 업무를 방해한 바 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조직들은 거의 연중행사 치르듯 이권다툼은 물론 집단 보복폭행을 벌여왔다. 또한 칠성파 행동대원들은 지난해인 2012년 4월 금주령을 어긴 후배 조직원 3명을 집단 폭행했고, 같은 해 5월에는 탈퇴하려는 후배 조직원에게 “손가락을 자르라”며 위협하는 등 같은 조직원에게도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범죄와의 전쟁
시동 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칠성파에 맞섰던 통합서면파와 부전동파, 신20세기파 등의 두목과 조직원들이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차례로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부산시내 조직세력은 칠성파가 독주를 해왔으나 이번에 칠성파 조직원 34명이 구속되거나 수배중이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본다. 도주 중인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내의 약 20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 중 협소한 조직들은 ‘눈 깜빡하면 다 죽는다’는 신념으로 와해만을 막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실 부산 최대 폭력조직들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현재는 세력이 비교적 약해져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부산 길거리를 장악하며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무서울 게 없었던 그들이지만 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들이 검찰의 먹잇감이 되자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렸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1년 동안 전국 253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에서 839명의 조직폭력배가 검거됐고, 이중 762명을 구속됐다. 여기엔 두목급 20명과 행동대장 83명 또한 포함돼 있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폭력조직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20세기파·유태파 등 다음 타깃
검경 ‘떼 범죄’강력 처벌 예고
신흥세력 중심 주먹계 재편 관측

그러나 지금의 폭력조직의 분위기는 노태우 시절과 사뭇 다르다. 최근 경찰 측이 “떼로 지어 몰려다니기만 해도 엄벌에 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전국의 폭력조직들은 혼란 속에 빠진 상태였다.
특히 범죄도시, 조폭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은 약 5년 전만해도 칠성파 등 101개파와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은 폭행 및 상해, 마약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일부 폭력조직들이 꾸준히 검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칠성파와의 납골공원 사건으로 두목이 구속되면서 잇따라 자수를 하며 조직와해 직전까지 만들기도 했고, 해상유 불법 거래업자들의 범행현장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선주들을 협박해 2년여 동안 1억여 원을 갈취해 온 유태파와 서면통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그나마 일본 야쿠자와의 오랜 유대관계로 전통과 건재함을 자랑하는 칠성파는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이 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해 13차례에 걸쳐 약 4억원을 빼앗고 두 차례 납치해 폭행한 혐의로 구속 됐으나 결국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며 조직의 건재함을 보여준 부산의 유일한 조직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칠성파의 중장년 간부급 주먹들이 사실상 한걸음 물러나 있고, 실제 유흥업소, 오락실 관리, 상대 조직원 협박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은 20∼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이번 구속기소가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조폭 줄줄이 검거
와해는 시기상조

검경이 대대적인 일침을 놓았음에도 조폭들의 기는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몰려다니다가 검거되겠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번 칠성파 대거 구속은 부산경찰이 조폭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2013년 새해가 밝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새 정권이 열렸다. 새 정권은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4대 사회악 중 조직폭력 근절은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부산검경은 ‘조폭 뿌리 뽑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큰 결심으로 '조폭과 범죄의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모두 씻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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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