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부산 폭력조직 동향

‘조폭 천국’ 부산은 지금 복수혈전 중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부산의 최대폭력조직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 201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된 이후 칠성파 조직원들까지 검·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산시내의 타 폭력조직들도 오금을 저리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산시내 폭력조직의 동향을 살펴봤다. 


부산 조폭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부산지검이 경쟁관계에 있던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군에 입대한 이까지 포함해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을 대거 구속·불구속했기 때문.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23년 만이다.

보복폭행에 살인
막가는 조폭들

칠성파 조직원들의 보복전은 2011년 6월8일 발생했다. 이날 밤 회식을 해 만취한 30대 중반의 칠성파 중간 간부 이모(37)씨 등 3명은 해운대구 우동의 한  모텔 앞에서 20대의 젊은 신20세기파 조직원들과 마주쳤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칠성파 조직원들은 경쟁 조직 신20세기파의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칠성파 간부급 조직원들은 상대 조직원의 주먹과 발로 얼굴과 가슴, 배 등을 가격 당했고, 이마가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칠성파 조직원들은 격분했고, ‘작업(상대를 집단 구타하는 것을 의미)’에 들어감으로써 보복폭행에 나섰다.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은 보복 폭행을 위해 보름간 합숙을 하면서 회칼·야구방망이 등을 실은 차량 10∼15대에 나눠 타고 부산 사하구와 서구, 중구, 해운대구 일대 유흥가를 돌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24일 부산 시내에서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을 발견했고, 곧바로 집단린치를 가했다. 부산 폭력조직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 간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다. 분이 채 풀리지 않은 칠성파 조직은 같은 해 8월15일 또 다른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려 했으나 이 조직원이 도망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6월8일 당시의 보복폭행과 더불어 이후 발생한 폭행 및 살인미수 등 모든 혐의를 이번 구속 기소에 포함시켰다.

칠성파vs반칠성파
반복되는 복수전


칠성파의 타 조직에 대한 보복전에는 긴 역사가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활동하다가 80년대 중반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군림하게 된 칠성파. 이들은 반칠성파 조직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자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신20세기파는 가장 큰 견제 대상이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세력 중 하나인 신20세기파가 철천지 원수가 된 시기는 1993년 7월, 부산 중구 보수동 길가에서다.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회칼로 무려 10여 차례 무자비하게 찌른 것. 이 사건 이후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며 두 조직 간 지독한 악연이 시작됐다.

2006년 1월 신20세기파를 비롯한 반칠성파(칠성파 반대세력) 60여명이 회칼·손도끼 등을 들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등의 반대세력 조직원들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2007년 12월15일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경쟁 조직인 서면파의 조직원에게 구타를 당하자, 칠성파의 타 조직원들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흉기로 찌르는 등 보복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조직원 30여 명 적발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본격 와해수순 밟나

2010년 12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 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조직원 보호’를 내세워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 다음해 2011년 6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40여 명이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을 위해 회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으며 신20세기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 폭행도 이즈음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서면 유흥가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한 부산의 양대 조폭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여 두 조직의 조직원 5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중 칠성파 두목 정모씨와 재건20세기파 두목 변모씨 등 8명을 구속하고 38명을 입건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2010년 12월17일 오전 5시30분쯤 칠성파가 관리하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모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업주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칠성파 조직원들과 패싸움을 했다. 이후 양 조직은 조직원들을 더 규합했고,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근 식당 노상에서 2차로 맞붙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오후 즈음에 난투극으로 부상한 조직원이 입원한 병원 2곳을 점거하고 보안직원을 폭행한 뒤 의료진을 협박하는 한편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병원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등 업무를 방해한 바 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조직들은 거의 연중행사 치르듯 이권다툼은 물론 집단 보복폭행을 벌여왔다. 또한 칠성파 행동대원들은 지난해인 2012년 4월 금주령을 어긴 후배 조직원 3명을 집단 폭행했고, 같은 해 5월에는 탈퇴하려는 후배 조직원에게 “손가락을 자르라”며 위협하는 등 같은 조직원에게도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범죄와의 전쟁
시동 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칠성파에 맞섰던 통합서면파와 부전동파, 신20세기파 등의 두목과 조직원들이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차례로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부산시내 조직세력은 칠성파가 독주를 해왔으나 이번에 칠성파 조직원 34명이 구속되거나 수배중이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본다. 도주 중인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내의 약 20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 중 협소한 조직들은 ‘눈 깜빡하면 다 죽는다’는 신념으로 와해만을 막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실 부산 최대 폭력조직들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현재는 세력이 비교적 약해져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부산 길거리를 장악하며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무서울 게 없었던 그들이지만 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들이 검찰의 먹잇감이 되자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렸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1년 동안 전국 253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에서 839명의 조직폭력배가 검거됐고, 이중 762명을 구속됐다. 여기엔 두목급 20명과 행동대장 83명 또한 포함돼 있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폭력조직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20세기파·유태파 등 다음 타깃
검경 ‘떼 범죄’강력 처벌 예고
신흥세력 중심 주먹계 재편 관측

그러나 지금의 폭력조직의 분위기는 노태우 시절과 사뭇 다르다. 최근 경찰 측이 “떼로 지어 몰려다니기만 해도 엄벌에 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전국의 폭력조직들은 혼란 속에 빠진 상태였다.
특히 범죄도시, 조폭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은 약 5년 전만해도 칠성파 등 101개파와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은 폭행 및 상해, 마약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일부 폭력조직들이 꾸준히 검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칠성파와의 납골공원 사건으로 두목이 구속되면서 잇따라 자수를 하며 조직와해 직전까지 만들기도 했고, 해상유 불법 거래업자들의 범행현장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선주들을 협박해 2년여 동안 1억여 원을 갈취해 온 유태파와 서면통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그나마 일본 야쿠자와의 오랜 유대관계로 전통과 건재함을 자랑하는 칠성파는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이 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해 13차례에 걸쳐 약 4억원을 빼앗고 두 차례 납치해 폭행한 혐의로 구속 됐으나 결국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며 조직의 건재함을 보여준 부산의 유일한 조직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칠성파의 중장년 간부급 주먹들이 사실상 한걸음 물러나 있고, 실제 유흥업소, 오락실 관리, 상대 조직원 협박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은 20∼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이번 구속기소가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조폭 줄줄이 검거
와해는 시기상조

검경이 대대적인 일침을 놓았음에도 조폭들의 기는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몰려다니다가 검거되겠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번 칠성파 대거 구속은 부산경찰이 조폭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2013년 새해가 밝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새 정권이 열렸다. 새 정권은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4대 사회악 중 조직폭력 근절은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부산검경은 ‘조폭 뿌리 뽑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큰 결심으로 '조폭과 범죄의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모두 씻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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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