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연예팀] 지난 2007년 타이틀곡 ‘소리쳐봐’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던 원조 힙합가수 현진영. 그가 최근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자기야> 등을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6년 만에 선보일 새 앨범을 위해 노숙을 하는 등 밑바닥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던 현진영.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철학과 앨범제작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1992년 2집 타이틀곡 ‘흐린 기억속의 그대’로 대중음악의 판도를 뒤집었던 원조 힙합가수 현진영. 현재 싸이의 말춤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현진영의 엉거주춤 댄스는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90년대 초 힙합이라는 장르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 현진영은 기존 대중가요의 틀을 깨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결정을 한다. 당시 힙합이 대중에게 마냥 생소하고,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장르였던 걸 감안하면 그는 위험한 도전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재즈의 스윙에서 파생된 비트 힙합. 재즈를 사랑한 청년은 스윙비트인 힙합을 국내에 뿌리내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면서 지금의 힙합이 되기까지 무던한 노력을 해왔다.
국내 힙합 선구자
“2007년 ‘소리쳐봐’ 이후 앨범제작과 프로듀싱, 대학 강의를 하며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5∼6년 만에 정규 타이틀곡을 들고 나왔죠. 10년 넘게 공부해왔던 재즈와 재즈힙합, 현재 클럽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성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힙합도 정규앨범에 포함시켰어요. 오랜만에 들고 나온 앨범이라 무적 기대되고 긴장되네요.”
현진영이 올해 선보일 ‘무념무상’이라는 곡은 하위계층의 실상을 거짓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곡의 콘셉트와 내용의 구도가 잡히면 무조건 행동으로 옮기고 피부로 느껴야하는 특유의 성격 때문에 그는 새 앨범을 위해 직접 하위계층의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역에 나가 노숙인들과 동고동락 했으며 광부의 삶을 느껴보고자 짧지만 2주간 광부로 생활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 콘셉트가 ‘소외된 계층의 삶’이었어요. 성격상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면 곡을 쓸 수가 없어서 몇 달간 노숙생활도 하고 광부도 돼보고 했죠. 그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한 마디로 무념무상이었어요.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하는 노숙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유를 정당화시키며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봤죠. 그러나 광부는 달랐어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일을 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소한 것에 행복을 찾으며 웃으며 살아가시더라고요. 같은 하위계층이지만 정반대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어요.”
노숙자들과 한달 생활하며 하위층 실상 느껴
‘소외층의 삶’콘셉트 재즈힙합 새 앨범 준비
힙합의 선구자 역할을 한 현진영은 지금도 끊임없이 음악공부를 하며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국내에 보급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1세대 재즈피아니스트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재즈와 함께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음악인생은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날 것이라고 넌지시 얘기한다. 반면 현재 붐을 일으킨 테크니컬 일렉트로닉 장르에 안주하려는 음반 제작자들에겐 따끔한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제가 처음으로 힙합을 알리는데 만 2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거에 비해 재즈힙합은 6년이 지남에도 대중이 받아들이기를 버거워해요. 그들은 재즈힙합 자체가 대중성이 낮다고 치부하고 현재 유행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만 추구하고 있죠. 음반제작사들도 마찬가지에요. 상품성과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죠. 더 자극적이고 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비트에만 혈안이 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워요.”
재즈힙합이 대중화 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대중이 재즈라는 장르를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모든 노력을 쏟아 붓겠다는 현진영. 그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륜에 맞는 경험과 체험이 묻어난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더욱 깊이 있는 곡을 쓰기 위함이었다.
“재즈힙합이 어느 정도 국내에 정착한 후 제 나이 50이 넘으면 그 땐 스탠다드 재즈가수로 전향하고 싶어요. 정통 재즈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스탠다드 재즈 또한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도 몸소 보여주고 싶고요.”
편파적 음악 지양
그는 국내 음악시장 발전을 진정으로 원하는 뮤지션이었고 대중가요 발전 나아가서는 K-POP시장 발전을 위해 대중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의 대중가요는 중독성과 따라 하기 쉬운 곡들이 대부분이에요. 그에 비하면 재즈는 접하기 어렵고 부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접하기 쉬운 곡들만 있다면 대중가요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죠. 대중이 편파적인 음악 감상을 지양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면서 깊이 있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50년 뒤 후세들이 제 음악을 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하하.”
항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현진영. 오랜 기간 공들인 만큼 이번 앨범역시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