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종교인 ‘흑기사’ 자청한 진짜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3: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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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더니…“국민은 안 무섭고?”

[일요시사=정치팀] 의욕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종교인 과세’가 또다시 차기 정부 과제로 남겨졌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에도 꺾인 탓이다. 결국 ‘공평과세’는 말 뿐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와 종교계의 반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종교계는 그렇다 치고, 청와대가 반대한 이유는 대체 뭘까? 가뜩이나 ‘세수 부족’으로 세금을 더 걷자는 판에 말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흑기사’를 자청하고 나선 청와대의 속사정을 은밀히 들여다봤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시행령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시행령에서 수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지난 9월에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종교인 과세였다. 이로써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종교인 과세 논쟁이 또다시 흐지부지될 처지에 놓였다.

7년째 제자리
과세도 복잡해

‘종교인 과세’는 대체 언제부터 논란이 된 것일까? 지난 2006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탈세를 지적하고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종교인들도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종교인 과세 문제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정부는 그저 ‘검토’만 하고 있다. 종교인을 건드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우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종목에 따라 세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세목의 정의와 분류·징수방법이 매우 복잡한 것도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과세의 대상은 종교인의 ‘소득’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소득으로 규정할 것인가가 문제다. 벌써부터 전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소득으로 보느냐 마느냐’에 따라 종교인의 지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득으로 본다면 종교인은 근로자가 된다. 그렇다면 종교인의 급여는 대가성의 성질을 가진다. 그렇다면 종교인은 누구를 위해 근로를 하는가? 그게 하‘나’님이든 하‘느’님이든, 부처든 무엇이든 신의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혼재하기 시작한다. 결국 세법이 ‘가치 판단’의 문제로 귀결되니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종교인 과세 첫 단추인 ‘소득이냐 아니냐’부터 정리가 안 된다.

소득으로 정리된다 하더라도 종교인이 받는 일종의 생활비 조의 돈이 어떤 성격을 갖느냐에 따라 과세규모가 달라져 이 또한 난관이다. 그것은 종교행위 자체를 특정의 범주로 규정해, 자칫하다 종교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종교인 과세’ 결국 차기정부로 ‘패스’
기획재정부 1월초 시행령에 명시하려다 결국 완전백지화

실제로 종교인들은 신성한 종교활동을 수행하고 받는 소득을 일반 직장인과 같이 근로로 치부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각종 소득공제까지 고려해야 하니, 그들의 소득내역이 공개될 경우 성직자의 ‘신비로움’이 무너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여기까지 잘 마무리 된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다음은 이중과세 문제다. 일례로 비영리법인인 ‘교회’와 ‘목회자’에게 각각 과세가 이루어지니, 교회를 소유한 성직자에게 세금을 걷는 경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인들의 헌금은 목회자가 아니라 교회에 귀속된다. 그리고 목회자가 수령하는 급여는 목회자에게 귀속된다. 실정법상 헌금과 급여에 대해 각각 세금이 부과된다.


종교인 과세 문제의 커다란 줄기는 이 정도다. 하지만 자세하게 들어가면 종교인 과세의 체계적인 조사, 소득과 교회운영비 분리, 다양한 종파로 흩어져 있는 종교단체의 성격에 따른 소득 분류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교회 자체적으로도 투명한 재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넘쳐나는 상황이니 정부 차원에서 종교에 따른 내부적인 재정체계를 통일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전제된다.

여기까지가 종교인 과세의 ‘표면적인’ 어려움이다. 얼핏 보면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종교인들의 의견이다.

소득종류, 과세방법 등
마무리해도 첩첩산중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목회자들은 대부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었다. 천주교는 지난 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으며, 성공회는 지난해부터 소득신고를 하고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가 <일요시사>에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적지 않은 교회가 소득세를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내 주지협의회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내부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과세에 반발하는 종교인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과세에 동참하거나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1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차선책으로 종교인이 종교시설 등에서 봉사하고 대가로 받는 금액을 ‘급여’가 아닌 ‘사례비’로 인정해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기독교협의회도 소득세 기타항목에 ‘종교인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충분히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고 나선 ‘종교인의 실체’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금 납부에 동참하겠다는 게 종교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인데도, 청와대는 실체가 불분명한 종교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가 됐으니 그 또한 석연치 않아 보인다.

종교인 과세문제는 정부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종교인들의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지난 1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걸린다. 박 장관은 종교인 과세방침을 정하는 데 있어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가 걸려 더욱 신경을 썼다고 매체를 통해 털어놨다. 실제로 MB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그동안 종교와 관련해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보수성향의 기독교 인사들이 MB정부의 요직을 맡으면서 파문이 인 것.

첫 번째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은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목사다. 추 목사는 ‘대운하의 전도사’로 불릴 만큼 4대강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인물이다. 그 다음으로 보수성향 단체인 뉴라이트 조직국장이었던 박영모 목사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박 목사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박재완의 한마디
"MB종교 부담돼"


이외에도 김진홍, 서경석, 조용기, 김홍도, 오정현 목사 등이 MB를 둘러싸고 있는 대표적인 기독계인사로 꼽힌다. 보수진영의 대부로 통하는 김진홍 목사는 ‘장로 대통령 만들기’의 산파역할을 하면서 지금의 MB를 만든 일등공신이자 가정교사와 같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경석 목사는 MB 취임 이후 ‘친환경 물길 잇기 전국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상임고문을 맡으며 대운하 띄우기에 앞장섰다고 한다. 서경석 목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과오에 비해 국민들의 매질이 너무 심하다. 정부가 억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협상은 큰 틀에서 잘된 협상”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현재 순복음교회를 이끌고 있는 조용기 목사는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해 “광우병 공포는 마음속에 공포와 좌절, 불안감을 일으키려는 마귀의 꼼수다”라며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많은 사람을 모두 “마귀에 홀린 사람들”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홍기 목사는 감리교회를 이끌고 있으며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해 ‘친북, 좌파들의 선동’으로 평가한 것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MB 주변에 이 같은 보수성향의 목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박 장관으로선 혹시 종교인 과세 유보가 MB와 관련이 있다고 예상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성직자 “우리도 세금 내자” 청와대 “세금 내든지 말든지” 
MB 주변에 포진한 보수성향 목회자들이 청와대에 압력?


이에 대해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의 김상구 사무처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종교인 과세문제는 법 제정의 문제가 아니다. 시행령만 조금 손보면 된다. 대부분의 종교계도 찬성하고 있다”라며 “종교인 과세는 저소득 종교인에게는 이로운 점도 많다. 의료보험, 국민연금, 복지 등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종교인 과세가 백지화된 것에 대해 “몇몇 소수 목회자가 종교인 과세를 못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소수의 대형교사 목회자들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맥도 탄탄하다. 이들이 아직도 청와대에 영향력을 휘둘러 압력을 넣지 않았겠느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그거 말고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유보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던 한국교회언론회는 이에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한국교회언론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는 반기독교 단체다. 그런 단체가 이상한 이야기를 흘리는 것”이라며 “MB의 목사들이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애초에 종교인 과세 공약조차 내걸지 않아 이 문제에 있어선 비교적 자유롭다. 이렇다 보니 지금으로선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겠다고 아우성친다 해도, 종교인 과세를 강제하는 시행령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웃지 못할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많은 나라가 예외 없이 종교인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촛불집회 보고
“마귀에 홀렸어”

현재 헌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는 종교인은 무속인을 포함해 무려 33만 명이나 된다. 과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불어나는 국민의 의혹도 그렇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성직자들이 종교인 납세의무에 대해 충분히 성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종교계의 반발’이라는 이유로 종교인 과세문제를 미루는 것은 더 이상 무리라는 평이다. 종교인 과세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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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