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선영은 예쁘고 야무지다. 무엇보다 연기를 똑 소리나게 잘한다. 연기자는 많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는 드문 현실에서 그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쉼 없이 넘나들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던 박선영이 전작 <겨울새>에서의 답답하리만치 착하고 순종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화려하게 도드라지진 않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속을 시나브로 파고들고 있는 박선영을 만나보았다.
냉정하고·싸늘하고·똑똑하고·잘나가는 로펌 변호사 이수진 역
실제 모습 보듯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나는 연기와 친화력이 강점
<솔약국집 아들들>은 혜화동 솔약국집을 배경으로 그 집안의 장가 못 간 형제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씨 집안인 솔약국에는 진풍, 대풍, 선풍, 미풍 등 네 아들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손현주, 이필모, 한상진, 지창욱이 연기한다. 백일섭과 윤미라가 이들의 부모로, 변희봉이 이들의 할아버지로 출연한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결혼 못한 아들들을 내세웠기 때문에 결혼과 남녀의 로맨스만을 그릴 것 같지만 한동네 세 가정이 해체됐다가 다시 모이는 과정을 통해 사회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리죠.”
다양한 모습 변신에 시청자 인기
박선영은 노총각 약사인 진풍의 마음을 사로잡는 천하에 냉정하고, 싸늘하고, 똑똑하고,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 로펌 변호사 이수진 역을 맡았다. 공부만 해서 명문대를 나왔고 로스쿨까지 졸업해서 미국 유수한 로펌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아무래도 동양인이라는 한계가 느껴질 무렵, 한국의 최고 로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다.
“수진은 냉정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라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적응을 못하지만,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인물이에요.”
이미 캐릭터 분석은 완벽하게 끝마쳤다.
“결손가정에서 자라 성격이 까칠하지만 혜화동 솔약국집 사람들과 부딪히고 사사건건 시비가 붙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요. 하나씩 헤쳐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연기하는 입장이나 시청자들에겐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올걸요.”
지난 1996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박선영은 이후 매년 한 작품씩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스레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성급한 마음을 덜어내서일까. 지난 12년을 돌아보면 현대극(<오! 필승 봉순영> <겨울새>)부터 시대극(<장희빈> <왕의 여자>)까지 두루 섭렵했다.
KBS 공채 출신이지만 방송 3사를 거치며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악역과 선역을 오가며 다양한 이미지를 한 몸에 담아냈다. 한 걸음을 걸어도 꾹꾹 눌러 밟고 걸은 결과일까.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정점을 향해 오르는 중이다.
“작품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타협보다는 정면돌파, 용서보다는 응징이 생활에 녹아있는 정의감 넘치는 <101번째 프러포즈>의 한수정, 자기 앞가림 제대로 할 줄 아는 똑똑하고 당찬 <슬픔이여 안녕>의 장서영, 귀엽고 엉뚱하면서도 씩씩한 <열여덟 스물아홉>의 유해찬 등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갔으니까요.”
그 모습들은 언제나 그녀의 실제모습을 투영하듯 익숙하고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나는 연기와 친화력은 그래서 그녀가 지금껏 보여준 모습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연기자로 남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정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시청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솔약국집 아들들>은 또 다른 전환점
박선영은 이제 친한 이웃처럼 느껴진다. 보이면 반갑고, 안 보이면 궁금할 정도다. 그녀가 출근 도장을 찍듯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로 브라운관을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솔약국집 아들들>은 박선영 연기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작품이다. 별다른 굴곡 없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뿜어냈던 터라 이번에도 그런 자신감과 당당함은 어김없이 표출됐다.
“전작인 <내 사랑 금지옥엽>이 시청률이 잘나와 부담은 되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니까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 있을 거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그녀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평소 이상형을 정한다고 해서 그렇게 만나는 건 아니잖아요. 언제나 내 편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