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돌아온 친박좌장' 김무성 중국 특사단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22 11: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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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한다더니… 한달 만에 '금의환향'

[일요시사=경제1팀] 대선 승리 후 '백의종군' 하겠다며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겨 놓고 홀연히 떠났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복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 전 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첫 해외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들이 수면위로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2일 김무성 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해외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앞으로 '대중 외교'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관례적으로 우방국인 미국에 첫 특사를 보내거나 당시 외교현안에 따라 파견 순서를 정해왔다.

첫 특사 중국파견
민주통합당 대환영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에 특사를 동시에 보냈다. 박 당선인이 당시 특사로 중국을 다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에 먼저 특사를 보냈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번 중국 특사의 접견에 맞춰 같이 파견하는 일종의 답방특사 형식이 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최대 경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 발전이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등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지난 10일 장즈쥔 외교부 수석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파견해 박 당선인에게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 당선인이 첫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는 것에 대해 "다른 4대 강국에 앞서 중국에 특사를 보내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국에 특사 파견을 가장 먼저 하는 것에 대해 야당과 국민은 미국 편향의 외교에서 벗어나려는 균형 잡힌 자세로 이해한다"며 "마침 중국의 새 지도부도 박 당선인에게 기대와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하는 만큼 균형 있는 외교 관계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사단에는 김 단장 외에 외교부 차관보 출신의 심윤조 의원, 세계무역한인협회(OKTA) 베이징 한인지회장을 지낸 조원진 의원, 평소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지중파 학계 인사인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포함됐다.

잠잠하던 '개국공신' 수면 위 떠오르나
박근혜 외교, 미국 보단 중국 '파격행보'

조 의원은 한중의회 정기 교류체제 문화·체육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당내 대표적인 중국통이고 4·11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심 의원은 주오스트리아대사를 지낸 외교통으로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로 거명되기도 했다.

이들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를 예방하는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최대 경제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발전과 안보문제 등을 논의하고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중국 특사 파견을 시작으로 상대국의 요청에 따라 순차적으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주변 4강에 대해서도 특사를 보낸다는 방침이다.

박 당선인이 이번 중국 특사단장을 김 전 본부장에게 맡긴 데는 지난 대선 과정에 '개국공신' 역할을 했지만 스스로 물러났던 것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붙는다. 또한 특사단원으로 포함된 조 의원이 친박계라는 점에서도 그간 뒤로 물러나 있던 '친박'의 전면화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외에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으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진영 정책위의장, 유정복·최경환·이학재·강석훈·안종범 의원과 권영세 전 캠프 종합상황실장, 이정현·이혜훈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


홍사덕·최경환 의원
미국 특사단 거론

이들 중 진영 정책위의장, 강석훈·안종범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거 후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김 단장의 경우 지난 대선 승리 후인 12월21일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은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다"는 자필편지를 여의도 당사 사무실에 붙여 놓고 홀연히 사라졌었다. 친박계라는 점이 차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주요 친박계 인사들의 내각 합류설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파견한 4강 특사들이 모두 당선인의 최측근 혹은 실세였던 점, 파견된 특사들이 정권 출범 후 내각의 요직을 맡거나 제안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얘기다.

실제로 박 당선인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 당시 중국 특사를 다녀온 후 '총리설'을 불러일으켰고 친이계 실세였던 정몽준 의원이 미국에,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일본에, 이재오 의원이 러시아에 각각 파견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이해찬 당시 민주당 의원을 중국 특사로 보냈고 이 의원은 이후 총리를 지낸 바 있다.

미국 특사단 파견도 임박함에 따라 미국 특사단 단장에 친박계 핵심 인사인 홍사덕 전 의원과 최경환 의원 등의 인물이 거론되는 것도 친박계가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 한다.

최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 등과 함께 차기정부의 경제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제부총리 후보군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최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박계 용퇴론이 불거지며 후보 비서실장직을 사퇴했다. 신설되는 해양수산부장관에는 친박계 중진인 서병수 총장이, 국정원장 후보군에는 권영세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 중국 "답방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재보궐로 원내 입성 후 차기 당권 노리나?

이런 상황에서 이번 김 단장이 특사로 발탁됐다는 것은 곧 그가 갖는 정치적 무게감을 예상케 한다. 박근혜 정권 개국공신으로서의 무게감을 더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김 단장은 올해 4월이나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포항 지역 출마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 단장은 1951년생으로 부산 화랑초·경남중·중동고·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입문 전에는 동해제강 상무와 전무, 삼동산업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실물경제를 익혔다. 전방 명예회장인 김창성씨가 친형이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누나다.

통일민주당 13대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재정국장과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기조실 차장을 지낸 김 단장은 김영삼 대통령 후보 보좌역과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낸 대표적인 상도동계다.

2006년 1월과 같은 해 7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당시 이재오, 김형오 의원에게 각각 패배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 경선 대책본부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천돼 친박계 낙천의원을 이끌고 부산 남구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 같은 해 7월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09년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수정안 필요성을 주장, 원안 고수론자인 박 당시 전 대표와 '정치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난해 4·11총선에서 낙천의 고배가 예상되자 전격 '백의종군'을 선언, 낙천자들의 탈당행렬을 막았고, 당의 총선승리에 적잖이 기여한 것을 기점으로 박 당선인과의 관계를 복원했다.

몸값 뛰는 김무성
'개국공신' 부활 신호탄

지난 2010년엔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돼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예산' 통과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해 10월11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에 임명돼 선대위 실무를 총괄했다. 김 단장은 당시 당의 대선 3개 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정치쇄신특위·100%대한민국 대통합위를 지원하는 중책도 맡았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김무성은?>


▲1951년 부산 출생
▲화랑초·경남중·중동고·한양대 경영학과 졸
▲고려대 정책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
▲부경대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 전무이사
▲삼동산업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총무국장·국회행정실장·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의원국장
▲김영삼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사무총장·원내대표
▲15∼18대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 후보 총괄선거대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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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