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무한도전 음원 공방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23 11: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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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수에 밀린 진짜가수들 '헐∼'

[일요시사=사회팀] MBC <무한도전>만큼 많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예능프로그램은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방송가의 메가트렌드로 자리한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음원 발매를 놓고, 음반 제작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제 맛이다.

MBC <무한도전>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일 '박명수의 어떤가요'가 방송된 후 공개된 6곡의 음원은 각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형돈이 부른 '강북 멋쟁이'는 모든 음원 사이트 정상에 올랐다.

지난 17일 가온차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북 멋쟁이'는 주간 다운로드 횟수에서 다른 곡들과 10만건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였고, 5위는 하하의 '섹시 보이', 7위는 길의 '엄마를 닮았네', 8위는 정준하의 '사랑해요', 9위는 노홍철의 '노가르시아'였다.

음원 싹쓸이

야심차게 컴백을 준비한 소녀시대의 신곡 'I Got a Boy'는 4위에 그쳤다. 스테디셀러 메이커 백지영의 신곡 '싫다' 역시 3위에 머물렀다. 음원차트 5위권 안에 <무한도전> 음원이 3곡이나 자리했다.

이처럼 전문 가수가 이른바 '개가수'에 밀리는 모양새다보니 음악계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레이블 제작자는 "장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음악이 급조한 개그맨들의 곡보다 안 팔린다"며 "이럴 거면 소속사 가수들에게 예능이나 준비시킬 걸 그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한도전>을 통해 소개된 음악이 유료 음원차트에 등장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앞서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등 <무한도전>을 통해 소개된 곡들은 방송 직후 유료 음원으로 출시됐다. 다만 해당 곡들은 모두 전문 가수와의 콜라보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곡의 완성도나 음악성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좀 달랐다. 박명수라는 아마추어 작곡가가 만든 (심지어 한 달 만에 만든) 6곡은 그 짜임새와 상관없이 전파를 탔고, 짧은 준비 시간으로 인해 무대 임팩트가 이전 가요제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제 이런 방식의 공연에 익숙해지면서 첫 가요제 때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러운 무대를 시청자에게 보여줬다는 것에 있었다.

방송 후 여론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박명수의 오랜 꿈이 이뤄진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시청자가 있었지만 "박명수 헌정방송"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강북 멋쟁이'의 인기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에 노출된 음악이 '음원시장의 블루칩'이라는 공식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그러나 그 스포트라이트가 전문 가수가 아닌 '개가수'에게 집중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지난 16일 총대를 메고 나섰다. 연제협은 "<무한도전>이 음원 시장에 진출한 건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한 것과 다름없다”며 <무한도전>을 정조준 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오히려 연제협을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이와 함께 온라인 뉴스 게시판을 중심으로 <무한도전>을 옹호하는 글들이 속속 게재됐다.

야심차게 컴백 준비한 소녀시대 제치자 논란
떴다하면 음원차트 올킬…“문화 권력” 비판

닉네임 페리*는 "우리가 돈 내고 우리가 듣겠다는데 왜 연제협의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느냐"면서 "자기 밥그릇 지키고 싶으면 일단 실력부터 키워라"고 일침을 놨다.


또 닉네임 kuklu*****는 "좋은 음원이 나오면 대중이 안 들을 이유가 없는데 예능에 나온 노래라 안 된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음원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닉네임 bo***는 kuklu*****의 글을 반박하면서 "무조건 소비자가 옳다는 식으로 말하면 SSM에 밀리는 중소상인도 자기들이 잘 팔면 되는 거지 왜 남의 탓을 하겠느냐"고 비유한 뒤 "그런 간편한 생각 때문에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작곡가 김형석(@kimhs0927)은 자신의 트위터에 "음원은 누구나 낼 수 있다. 하지만 공중파 황금시간대에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한 음원을 대놓고 홍보하는 콘셉트는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란 글을 적었다.

이어 "누굴 탓하는 것도 아니고 취향에 맞는 걸 선호하는 대중도 문제가 없다"며 "단지 공영방송인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무도팬'들의 눈치를 보던 숨은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아이디 @sall*****은 "김형석씨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오락은 오락으로 끝내야 한다"고 동조했다.

또 아이디 @lgh****는 "아무리 아이돌 음악이 비판받아도 박명수가 만든 곡들보다 못한 곡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없고 <무한도전> 멤버보다 노래 못하는 아이돌 가수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이디 @kong*****는 "작사 작곡이 무슨 벼슬도 아닌데 대중가요가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꼴이 더 웃기다"고 비꼬았다.

아이디 @desi***** 역시 "1위를 안 했으면 아무 말 없었을 텐데 배가 좀 아픈가 보다"라면서 "아이돌도 나와서 대놓고 신곡 홍보하던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아이디 @tiny****는 "<무한도전>이 인기에 탑승하여 음원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는데…. 아이돌들 더빙하고, 연기한다고 드라마 나오는 건 성우·연기자 시장 혼란스럽게 하는 거 아니냐"고 맞장구쳤다.

아이디 @sh***는 "강북 멋쟁이를 들으면 수년간 노력한 프로 가수들이 허탈할만하다"면서 "그런데 정형돈이 열심히 춤추는 것과 박명수가 재밌게 피처링하는 건 프로가수들도 흉내 내기 힘든 것 같다"고 양시론을 폈다.

박명수 힘내요


아이디 @adesm*****는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금 더 분석적인 멘션을 적었다. 그는 "연제협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초점을 잘못 잡은 것 같다"면서 "이를테면 영화의 스크린쿼터제도처럼 가수들은 곡을 알릴만한 장소가 필요한데…. 이미 고정팬층이 두터운 <무한도전>의 광고 같은 가요제는 자제해달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디 @moo***는 "'강북 멋쟁이'와 관련된 논란을 이야기하는 곳 어디에도 박명수씨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게 참 무섭다"며 "음원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일에 쓰이는 음원 수입인데 욕을 먹는 것도 그렇고 지금 가장 상처받고 있을 사람을 박명수씨 같은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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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