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업계 종사자 14만명, 연간 건수 4500만건, 시장규모 8조원. 학계에 보고된 국내 성매매 산업의 현주소다. 재판을 받던 한 성노동자는 "우리만 처벌을 받을 수 없다"며 법원에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의 처벌 여부를 놓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쟁점은 자발적 성매매를 국가가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로 인정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현행법상 자발적 성매매자는 국가의 처벌을 받지만 비자발적 성매매자에게는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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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21조1항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같은 법 6조에는 성매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처벌특례와 보호 조항이 따로 명시돼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제3자의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 성매매를 한 자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구별되고 있다.
자발적 성매매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A(41)씨는 법원에 위헌심판을 요청했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만을 처벌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A씨의 위헌심판 요청을 받아들였다. 오 판사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됨에도 이 법률 조항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로 법률 판단을 맡겼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각기 다른 해석들이 줄을 이었다.
대검찰청 공식 트위터 계정인 대검찰청 대변인(@spo_kr)은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웬만큼 공부한 사람들도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논쟁적인 사안이죠"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어 "성매매를 노동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 성매매 종사자의 자기결정권을 개인의 자유로 존중할 것인가의 여부, 처벌의 실효성 여부 등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쟁점"이라며 이번 사안의 첨예한 논쟁점을 시사했다.
법철학 연구가인 홍성수(@sungsooh) 교수도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일부 성매매 여성들이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합법 성매매 시장, 불법 성매매 시장 가릴 것 없이 커져서 결국 전체 성매매 시장 규모가 확장되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며 합법화 반대쪽 의견에 힘을 싣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교수(@unbeatenpath)는 "자유로운 성인들 간의 성행위를 돈을 주고받았다 해서 금지할 유일한 합법적 근거는 돈을 받는 쪽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까지 판다는 것, 즉 인권침해"라며 "그래서 복지국가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성매매금지법이 인권침해방지법의 성격이 있다면 돈을 받는 쪽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해석을 내렸다.
아이디 @sonso*********는 "포주들은 처벌하고 자발적으로 성매매 하시는 분들은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않냐"며 "인터넷 성매매 시대에 오피스텔 하나 빌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글을 달았다. 이어 "꼭 집창촌이 필요하다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거기서 콜센터 형식으로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재판 받던 성노동자 법원에 위헌심판 청구
불법? 합법?…넷서 각기 다른 의견 쏟아져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고개를 들었다. 아이디 @stn***은 "초단기 계약 성매매는 처벌하고 중기계약 동거와 장기계약 혼인은 처벌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닉네임 Jaso****는 "성매매 특별법은 우리사회에서 이해 못할 법"이라며 "양성화하고 관리해야 할 부분을 법의 테두리로 막아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음성 주택화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남성연대를 지지하는 트위터러 아이디 @sjdml*****도 "창녀만 무죄여선 안 된다. 성을 사는 사람도 무죄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아이디 @marr****는 "성매매가 뭔 노동이냐"면서 "매춘은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불법인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만약 사는 건 불법이고 파는 건 합법이면 법이 웃긴 거고 둘 모두 불법이 아니라면 자발적 장기매매도 합법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디 @leei****는 "성매매는 옛날부터 인륜, 천륜에 반하는 행위였다"며 "위헌제청은 사회 통념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아이디 @eyedoc*******는 "대부분의 남성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데 만약 20년 후 당신 딸이 성매매 업소에 합법적으로 면접 보러 간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꼬집었다.
반면 닉네임 뚝섬플***은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남자들이 다 성매매를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건 근거가 없는 일"이라며 "난 합법화하자고 한 게 아니라 국가에서 왜 처벌 하냐고 묻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Choi****씨도 "성매매는 사회 필요에 따라 발생한 직업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성매매 여성을 손가락질 하고 성매매 방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성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공공연한 비밀
이처럼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첨예한 가운데 아이디 @hi_****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랑과 묶인 현대의 성이 매매(산업) 차원에서 거래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