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4주기 '수감자 외면' 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23 12:00:23
  • 댓글 0개

사면카드…MB맨 '만지작' 철거민 '나몰라'

[일요시사=사회팀] MB정부가 설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불거진 쟁점은 2가지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번 설 특사 명단에 포함될 것인가. 둘째, 용산참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철거민 6명이 사면될 것인가. 지난 20일은 용산참사가 있은 지 꼭 4년째 되는 날이었다. 4년 전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 7일 'MB의 오른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임 전 실장은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 준다고 하지 않냐"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설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 날 청와대는 설 특별사면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일부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개국공신 챙기기

현재 사면 대상자로 검토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실일 세중나모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재홍 전 KT&G 이사장 등이다.

최 전 위원장은 'MB의 멘토'로 불리는 자타공인 MB정부 핵심 실세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절친한 친구인 천 회장도 MB정부 '개국공신'으로 불린다. 신 전 차관은 MB정부 권력형 게이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며, 김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다. 이들은 현재 모두 형을 확정짓고 사면 받을 준비를 마쳤다.

이번 설 특별사면 최대어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이 전 의원은 오는 2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 선고공판 후 이 전 의원과 검찰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 그대로 형이 확정된다. 그리고 이 전 의원은 사면 대상에 포함된다.


검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 입장에서 선고형이 3년보다 적게 나왔을 경우 이 전 의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면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보통 1심에서 피의자에게 구형량보다 못한 양형이 내려졌을 때 검찰은 상고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오는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검찰의 섣부른 항소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검찰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친박계 주류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청와대의 임기 말 측근 사면을 반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제스처다.

하지만 인수위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주변에서는 "박근혜 당선자가 이번 특별사면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인 딜을 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의 촉각이 청와대로 집중된 사이 인수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회에는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철거민들의 석방을 외치는 목소리가 모여 들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인재근·이인영·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은 각각 20분 간격으로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요구인 구속자 석방과 책임자 처벌을 외면하지 마라"면서 한목소리로 인수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인 의원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앞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지난 7일부터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자가 사회통합을 말하려면 용산참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특사 명단에 대통령 측근들 오르내려
4년째 징역살이 6명 방치…석방요구 거세

추모위는 지난 14일 용산참사가 있었던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서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도중 고인들을 추모하는 새하얀 국화꽃이 철거구역을 둘러싼 철제 담벼락 사이에 놓여졌다. 철제 담벼락 안으로 보이는 남일당 터에는 잡초와 갈대만이 무성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일당 터를 포함한 '용산 4구역'에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추가 분담금을 문제로 계약을 해지했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일당 터는 현재까지 빈 공터로 남아있다.

기자회견에는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추모위와 함께 인도적 차원의 철거민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철거민 8명에게 징역 4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중 2명은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나머지 6명은 아직 차가운 감옥에 갇혀있다. 짧게는 올해 10월, 길게는 2015년 4월까지 수감 생활이 예정돼있다.

수감자 중에는 징역 5년4개월을 선고받고 4년째 수감 중인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도 있다. 이 위원장은 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올랐다가 아버지 이상림씨를 불길 속에 잃었다. 법원 판결에 의해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된 그는 최근 옥중편지를 통해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으로부터 3일이 지난 17일 같은 장소에서는 '용산참사 4주기 추모 촛불기도회'가 열렸다.

사면 요구안 거절

고 이상림씨의 아내이자 이 위원장의 어머니인 전재숙 용산참사 유가족 대표는 "이렇게 빈 땅으로 남겨 둘 거면 왜 서둘러 철거를 했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강제퇴거금지법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용산참사는 4년이 흘렀지만 아직 진행형"이라면서 "국민통합은 용산참사 해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정부는 당시 수감 중이었던 8명의 철거민에 대한 특별사면 요구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의 청원서도 묵살됐다.


그리고 지난 18일 정치권에서는 MB 측근 사면의 트레이드카드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용산참사 수감자 석방에 대한 청와대의 코멘트는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