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결사대' 베일 싸인 서초포럼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8 0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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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시대' 물 만난 보수들 "받들어총"

[일요시사=사회팀] 보수세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각 보수단체들은 물 만난 모양새. 그중에서도 서초포럼 위세가 단연 돋보인다. 굵직굵직한 우익 인사들이 모인 서초포럼의 새 정권 역할론까지 부상할 정도. 정·관계는 물론 재계·법조계 거미줄 인맥을 자랑하는 서초포럼 실체를 캐봤다.

지난해 6월22일 제68차 서초포럼에 참석한 김건우 서초구 해병대전우회 회장은 "대한민국을 혼란시키는 친북·종북 세력을 척결하자"며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날 서초포럼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는 400여 명의 포럼 회원이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한 목소리로 '6·25의 노래'를 불렀다. 포럼에 참석한 한 회원은 감정이 격양됐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태극기 흔들며
종북 척결하라

서초포럼은 지난 2004년 3월 창립된 안보포럼으로 설립 준비 당시 이상훈 전 국방장관, 박세직 전 대한체육회 고문 등이 창립에 관여했다. 권기덕 당시 서초구재향군인회장은 이들의 지원하에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같은 달 16일 첫 번째 포럼을 열었다.

지만원 전 경희대 교수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섰던 1차 포럼에 이어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인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소 원장이 2차 포럼의 연사로 초청됐다. 3차는 신지호 새누리당 전 의원이 나섰다. 이처럼 우익 중에서도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서초포럼의 면면을 채웠다.

서초포럼은 서초구재향군인회가 위탁 운영하는 형태였지만 설립 초기부터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박 전 고문은 권 회장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지난 2006년 재향군인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도록 재향군인회에 지시했다. 이때 만들어진 포럼이 율곡포럼이었다. 박 전 고문은 권 회장의 서초포럼을 율곡포럼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서초포럼에 애착을 보였던 권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서초포럼 일반회원의 공식 가입비는 1만원이지만 운영위원은 30만원, 상임위원은 50만원을 기탁한다. 거의 매달 열리는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운영비는 그때그때 포럼에 참석한 회원들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최근 서초포럼에 참석한 한 회원은 밥값으로만 400만원을 지출했다.

지금까지 모두 71번의 서초포럼이 열렸는데 모임이 커진 59차 포럼부터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센트럴시티 측은 "평일 5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시설 대관료는 약 3000만원 정도 소요되며, 음향시설이나 무대설치 비용은 별도"라고 전했다.

정·관·재·법조계 촘촘한 거미줄 인맥
극우 인사들 포진…새 정권서 역할 주목

그러나 서초포럼은 1인 기준 2만원 이내에 행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호 센트럴시티 이사는 서초포럼 회원들과의 친분으로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밀레니엄홀을 대여해 주고 있다.

서초포럼은 예비역 장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지만 지난 2006년부터는 차츰 세를 넓혀 정·재계, 법조계 등의 인사를 영입했다. 전·현직 정부 고위 관료를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 회장들도 회원 명단에 포진돼있다. 이달곤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입성 전 권 회장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으며 고승덕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서초포럼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서초를 지역구로 하는 강석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이 서초포럼에 의례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특히 강 위원은 바쁜 일정 중에도 서초포럼 송년회를 찾아 인사를 나누는 등 서초구재향군인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포럼 측에서도 "강 의원은 말이 통한다"며 내심 이번 인수위 발탁을 반기는 눈치다.

군장성 중심
정치권 줄대기

50대 이상의 고령 회원이 많기 때문에 서초포럼은 제약회사의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서초포럼으로부터 따로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지원금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동국제약에서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수건을 돌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최근에는 일양약품도 서초포럼을 통해 치매방지 신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서초포럼을 중계하는 한 지역 방송사는 지난해 연말 서초구재향군인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서초구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서초포럼은 내·외부의 스폰서를 통해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서초구재향군인회에는 매해 구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서초구 총무과의 홍왕표 팀장은 "재향군인회에 대한 지원금은 구예산 심의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매년 다르다"고 전제한 뒤 "지난해에는 3200만원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포럼에 대한 별도의 지원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포럼에 초청되는 연사의 강사료로 매번 30만원 수준에서 지급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지원이 없다"고 답했다.

서초포럼에 초청되는 연사들은 대부분 받은 강연료를 서초구 재향군인회에 돌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인지도에 비해 강연료 액수가 낮다보니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소설가 이문열, 보수논객 김동길·조갑제,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김대중, 뉴라이트전국연합 의장 김진홍 목사 등이 2004∼2006년까지 서초포럼을 거쳐 간 연사들이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06년 11월2일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친박계 의원 26명을 대동하고 '북핵 위기와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서초포럼에서 강연을 열었다.

이날 연단에 선 박 후보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대북기조를 유지했다. 박 후보 강연의 축사를 맡았던 이혜훈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후 2009년 6월(GOLDILOCKS를 꿈꾸며)과 2011년 11월(한국의 보수 어디로 가야하나) 모두 2차례에 걸쳐 서초포럼의 연사로 나섰다.

박 후보 연설을 기점으로 강연진은 더욱 화려해졌다. 영남대 이사진을 맡고 있는 박재갑 서울대 교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종훈 의원을 비롯해서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조순 전 경제부총리,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서규용 농림식품수산부장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탤런트 최불암 등이 서초포럼 연단에 섰다.

서초구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홍 지사가 한나라당 최고의원을 지낼 당시 서초포럼의 한 운영위원이 홍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준표야, 힘내야지"라고 하는 등 포럼 밖에서도 각별한 친분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박근혜 연설 뒤
보수 연설 득세

하지만 서초포럼은 지난 2010년 권 회장의 성추문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다. 같은 해 9월 서초구 재향군인회 산하 여성회 직원들은 권 회장을 포함한 서초포럼 소속 간부 1명이 자신들을 상대로 약 10여년간 상습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며 서울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9년 11월께 여직원 사업장에 찾아가 식사 후 할 얘기가 있다며 빈방에서 강제로 가슴을 만지고 기습키스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권 회장은 1년 전인 2008년에도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식당 외 다수 공간에서 수시로 여직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여성 회원들 앞에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 혐의, 허리를 감싸 안고 강제 추행을 시도한 혐의 등도 함께 받았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재임 중이던 서초구 재향군인회장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서초포럼에 대한 운영권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초구 소속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내가 만든 거니까 이건 내가 갖는 게 맞는 것'이라며 서초포럼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3대 세습을 반대하시는 분이 서초포럼 운영권을 영구적으로 행사하고자 하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포럼의 한 회원은 "회원들끼리 얘기하기로는 사단법인 설립이 어려운데 권 회장이 사단법인 서초포럼까지 따로 만든 걸 보면 당시 이달곤 행전안전부 장관이나 고승덕 의원이 법인 설립에 힘을 써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성추문 사건 이후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을 회장으로 추대해 사단법인 서초포럼을 따로 설립했다. 이로써 현재 서초구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초포럼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행사 거의 매달 열려 성황
50대 이상 고령 회원 많아
"과거 내부서 권력 다툼도"

권 회장의 사퇴 이후 서초포럼 회장으로 취임한 이원종 서초구재향군인회장은 최근 신년회에서 두 개로 나뉜 서초포럼을 올해 안에 반드시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과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만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며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과 함께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총·대선 기간 중 서초포럼에 파견된 선관위 직원은 2∼3명 정도로 알려졌다. 군장성 출신 회원이 많은 포럼의 특성상 특정 정치색을 띤 발언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위법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해 서초포럼 관계자는 "우리 때문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 미리 선관위와 어느 정도까지 얘기하면 법에 저촉이 되는지 상의했고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면서 "6·25가 잊혀져가고 있는데 종북 세력들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모임의 성격을 전했다.

서초포럼에 따르면 박세환 현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은 전임인 박 전 고문에 이어 서초포럼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고 있는 전국포럼 중 서초포럼만큼 지역유지 및 예비역 장성들과 공고한 세를 이루고 있는 포럼은 없기 때문이다.

성추문 서초포럼
박근혜 지지선언

더불어 박 회장과 재향군인회장 선거에서 맞붙었던 조남풍 전 육군대장은 서초포럼 회원으로 등재돼있다. 조 전 대장은 육사 '하나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조 전 대장 외에도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현 국회의원) 등 지난해 기준 파악된 서초포럼의 장성급 회원은 50여 명을 상회하며 서초구재향군인회 총 규모는 6만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강현석 기자 <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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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