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결사대' 베일 싸인 서초포럼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8 0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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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시대' 물 만난 보수들 "받들어총"

[일요시사=사회팀] 보수세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각 보수단체들은 물 만난 모양새. 그중에서도 서초포럼 위세가 단연 돋보인다. 굵직굵직한 우익 인사들이 모인 서초포럼의 새 정권 역할론까지 부상할 정도. 정·관계는 물론 재계·법조계 거미줄 인맥을 자랑하는 서초포럼 실체를 캐봤다.

지난해 6월22일 제68차 서초포럼에 참석한 김건우 서초구 해병대전우회 회장은 "대한민국을 혼란시키는 친북·종북 세력을 척결하자"며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날 서초포럼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는 400여 명의 포럼 회원이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한 목소리로 '6·25의 노래'를 불렀다. 포럼에 참석한 한 회원은 감정이 격양됐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태극기 흔들며
종북 척결하라

서초포럼은 지난 2004년 3월 창립된 안보포럼으로 설립 준비 당시 이상훈 전 국방장관, 박세직 전 대한체육회 고문 등이 창립에 관여했다. 권기덕 당시 서초구재향군인회장은 이들의 지원하에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같은 달 16일 첫 번째 포럼을 열었다.

지만원 전 경희대 교수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섰던 1차 포럼에 이어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인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소 원장이 2차 포럼의 연사로 초청됐다. 3차는 신지호 새누리당 전 의원이 나섰다. 이처럼 우익 중에서도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서초포럼의 면면을 채웠다.

서초포럼은 서초구재향군인회가 위탁 운영하는 형태였지만 설립 초기부터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박 전 고문은 권 회장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지난 2006년 재향군인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도록 재향군인회에 지시했다. 이때 만들어진 포럼이 율곡포럼이었다. 박 전 고문은 권 회장의 서초포럼을 율곡포럼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서초포럼에 애착을 보였던 권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서초포럼 일반회원의 공식 가입비는 1만원이지만 운영위원은 30만원, 상임위원은 50만원을 기탁한다. 거의 매달 열리는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운영비는 그때그때 포럼에 참석한 회원들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최근 서초포럼에 참석한 한 회원은 밥값으로만 400만원을 지출했다.


지금까지 모두 71번의 서초포럼이 열렸는데 모임이 커진 59차 포럼부터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센트럴시티 측은 "평일 5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시설 대관료는 약 3000만원 정도 소요되며, 음향시설이나 무대설치 비용은 별도"라고 전했다.

정·관·재·법조계 촘촘한 거미줄 인맥
극우 인사들 포진…새 정권서 역할 주목

그러나 서초포럼은 1인 기준 2만원 이내에 행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호 센트럴시티 이사는 서초포럼 회원들과의 친분으로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밀레니엄홀을 대여해 주고 있다.

서초포럼은 예비역 장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지만 지난 2006년부터는 차츰 세를 넓혀 정·재계, 법조계 등의 인사를 영입했다. 전·현직 정부 고위 관료를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 회장들도 회원 명단에 포진돼있다. 이달곤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입성 전 권 회장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으며 고승덕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서초포럼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서초를 지역구로 하는 강석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이 서초포럼에 의례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특히 강 위원은 바쁜 일정 중에도 서초포럼 송년회를 찾아 인사를 나누는 등 서초구재향군인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포럼 측에서도 "강 의원은 말이 통한다"며 내심 이번 인수위 발탁을 반기는 눈치다.

군장성 중심
정치권 줄대기

50대 이상의 고령 회원이 많기 때문에 서초포럼은 제약회사의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서초포럼으로부터 따로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지원금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동국제약에서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수건을 돌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최근에는 일양약품도 서초포럼을 통해 치매방지 신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서초포럼을 중계하는 한 지역 방송사는 지난해 연말 서초구재향군인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서초구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서초포럼은 내·외부의 스폰서를 통해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서초구재향군인회에는 매해 구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서초구 총무과의 홍왕표 팀장은 "재향군인회에 대한 지원금은 구예산 심의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매년 다르다"고 전제한 뒤 "지난해에는 3200만원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포럼에 대한 별도의 지원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포럼에 초청되는 연사의 강사료로 매번 30만원 수준에서 지급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지원이 없다"고 답했다.

서초포럼에 초청되는 연사들은 대부분 받은 강연료를 서초구 재향군인회에 돌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인지도에 비해 강연료 액수가 낮다보니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소설가 이문열, 보수논객 김동길·조갑제,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김대중, 뉴라이트전국연합 의장 김진홍 목사 등이 2004∼2006년까지 서초포럼을 거쳐 간 연사들이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06년 11월2일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친박계 의원 26명을 대동하고 '북핵 위기와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서초포럼에서 강연을 열었다.

이날 연단에 선 박 후보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대북기조를 유지했다. 박 후보 강연의 축사를 맡았던 이혜훈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후 2009년 6월(GOLDILOCKS를 꿈꾸며)과 2011년 11월(한국의 보수 어디로 가야하나) 모두 2차례에 걸쳐 서초포럼의 연사로 나섰다.

박 후보 연설을 기점으로 강연진은 더욱 화려해졌다. 영남대 이사진을 맡고 있는 박재갑 서울대 교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종훈 의원을 비롯해서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조순 전 경제부총리,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서규용 농림식품수산부장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탤런트 최불암 등이 서초포럼 연단에 섰다.

서초구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홍 지사가 한나라당 최고의원을 지낼 당시 서초포럼의 한 운영위원이 홍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준표야, 힘내야지"라고 하는 등 포럼 밖에서도 각별한 친분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박근혜 연설 뒤
보수 연설 득세

하지만 서초포럼은 지난 2010년 권 회장의 성추문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다. 같은 해 9월 서초구 재향군인회 산하 여성회 직원들은 권 회장을 포함한 서초포럼 소속 간부 1명이 자신들을 상대로 약 10여년간 상습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며 서울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9년 11월께 여직원 사업장에 찾아가 식사 후 할 얘기가 있다며 빈방에서 강제로 가슴을 만지고 기습키스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권 회장은 1년 전인 2008년에도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식당 외 다수 공간에서 수시로 여직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여성 회원들 앞에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 혐의, 허리를 감싸 안고 강제 추행을 시도한 혐의 등도 함께 받았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재임 중이던 서초구 재향군인회장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서초포럼에 대한 운영권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초구 소속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내가 만든 거니까 이건 내가 갖는 게 맞는 것'이라며 서초포럼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3대 세습을 반대하시는 분이 서초포럼 운영권을 영구적으로 행사하고자 하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포럼의 한 회원은 "회원들끼리 얘기하기로는 사단법인 설립이 어려운데 권 회장이 사단법인 서초포럼까지 따로 만든 걸 보면 당시 이달곤 행전안전부 장관이나 고승덕 의원이 법인 설립에 힘을 써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성추문 사건 이후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을 회장으로 추대해 사단법인 서초포럼을 따로 설립했다. 이로써 현재 서초구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초포럼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행사 거의 매달 열려 성황
50대 이상 고령 회원 많아
"과거 내부서 권력 다툼도"

권 회장의 사퇴 이후 서초포럼 회장으로 취임한 이원종 서초구재향군인회장은 최근 신년회에서 두 개로 나뉜 서초포럼을 올해 안에 반드시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과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만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며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과 함께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총·대선 기간 중 서초포럼에 파견된 선관위 직원은 2∼3명 정도로 알려졌다. 군장성 출신 회원이 많은 포럼의 특성상 특정 정치색을 띤 발언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위법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해 서초포럼 관계자는 "우리 때문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 미리 선관위와 어느 정도까지 얘기하면 법에 저촉이 되는지 상의했고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면서 "6·25가 잊혀져가고 있는데 종북 세력들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모임의 성격을 전했다.

서초포럼에 따르면 박세환 현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은 전임인 박 전 고문에 이어 서초포럼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고 있는 전국포럼 중 서초포럼만큼 지역유지 및 예비역 장성들과 공고한 세를 이루고 있는 포럼은 없기 때문이다.

성추문 서초포럼
박근혜 지지선언

더불어 박 회장과 재향군인회장 선거에서 맞붙었던 조남풍 전 육군대장은 서초포럼 회원으로 등재돼있다. 조 전 대장은 육사 '하나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조 전 대장 외에도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현 국회의원) 등 지난해 기준 파악된 서초포럼의 장성급 회원은 50여 명을 상회하며 서초구재향군인회 총 규모는 6만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강현석 기자 <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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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