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본지 여기자의 ‘애프터클럽’ 잠입기

한창 일할 시간에…해가 중천에 뜨도록 ‘난잡 파티’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5일 오전 7시. 클럽 내부엔 아직도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야시시한 의상에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얼굴을 감춘 여성들과 상의를 탈의하고 부비부비(남녀가 몸을 밀착한 채 춤추는 것)를 시도하는 남성들까지 난잡한 댄스에 흠뻑 취한 사람들이 클럽을 장악한다. 이는 새벽부터 정오까지 클럽을 운영하는 강남의 모 애프터클럽의 모습이다. 성인들의 난잡한 놀이터로 등극한 애프터클럽의 실태를 알아봤다.

최근 매스컴에서 복고바람이 불며 클럽계에서도 복고클럽이 등장하게 됐다. 90년대 음악이 주를 이뤄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이 같은 복고클럽은 2030의 마음을 뒤흔들며 붐을 일으켰다. 이처럼 외국의 파티문화로부터 유행을 타고 온 국내 클럽의 종류는 셀 수없이 다양하다.

새벽 5시가 피크
젊은이로 북새통

나이트클럽부터 시작해 유로댄스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일렉트로닉 및 하우스클럽, 힙합클럽, 바와 스테이지가 결합된 펍클럽, 청소년만 입장 가능한 콜라텍 등 연령대와 기호에 맞게 운영되는 클럽들이 전국에 즐비해있다. 특히 서울의 강남과 홍대, 이태원은 클럽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클럽이 자리해 있고, 주말만 되면 클럽입구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중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술과 댄스에 취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애프터클럽’. 애프터클럽은 열광적인 클러버(클럽에 중독된 사람)들이 이른 심야에 운영하는 메인클럽에 들른 후, 그 다음 코스로 새벽에 가는 클럽이다.

보통 클럽들이 밤 11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5시에 문을 닫는 반면 애프터클럽은 오전 5시 혹은 6시가 절정이고 일주일에 이틀 혹은 3일만 운영하는 특유의 운영방침을 고집한다. 즉 애프터클럽은 밤 12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오전 10시 혹은 정오에 문을 닫는 이른바 반나절 운영을 꾀하는 것이다.


새벽에 일이 끝나는 이에게도 가드(안전요원)의 제지 대신 환영의 손길을 보내는 곳이 바로 애프터클럽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클러버들은 애프터클럽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1차에서 워밍업을 한 후 애프터클럽에서 진정한 파티를 본격적으로 즐긴다.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클러버들은 한층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놀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클럽은 정오까지 운영하는 방식으로 인해 새벽에 일을 마치는 동대문 20∼30대 상인 및 화류계 여성 손님까지도 섭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벽부터 정오까지 이어지는 야릇한 댄스 삼매경
일주일에 금·토 이틀만 운영…4∼5시 피크타임

해 뜰 때까지 놀 수 있는 클럽. 클러버들의 로망이자 해방구인 애프터클럽의 실태를 파헤치기 위해 본 기자가 직접 방문했다.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지 않은 애프터클럽은 강남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적 펍클럽이 활성화돼있는 이태원과 어린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바클럽 및 메인클럽(보통클럽을 뜻함)이 즐비한 홍대에는 애초에 애프터클럽이란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연령대에 의미를 두지 않고 클러버들이 자유롭게 놀 곳을 추구하는 강남의 경우 애프터클럽들이 거리를 두고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는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모 애프터클럽에 방문해 메인클럽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클러버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애프터클럽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지난 5일 새벽 4시 즈음에 도착한 애프터클럽 입구에는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겸비한 클러버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줄을 잇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메인 클럽에서 1차를 마치고 온 듯한 분위기였고,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탓인지 줄은 10분도 채 안 돼 입구 앞에 다다를 만큼 줄어들었고, 2만원 이상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오픈한 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료의 가격 변동은 없었다.

입장료가 예상보다 비싸다는 기자의 물음에 입구 앞에 서있던 한 가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게스트 무료입장권을 받지 않는 이상 무조건 2만원을 내셔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야릇한 폴댄스
성교 연상케 해

철문으로 된 입구를 들어서니 2명 남짓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통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계단 또한 좁았다. 이 같은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사람들이 몰릴 시간에는 외부에서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내부로 입성하니 일렉트로닉 장르 중 하나인 ‘싸이트랜스’ 음악과 화려한 레이저 조명들이 클럽 내 클러버들을 향해 쏘아 내리고 있었다. 지하계단 밑으로 겉옷과 가방 등 춤출 때 거슬리는 짐을 맡기는 물품보관소가 따로 마련돼있었다. 그곳 역시 줄서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보관료 3000원이 상단에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고가의 물품 및 귀중품은 분실 시 따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한 번 맡기신 물건은 다시 보관하실 경우 약 3000원이 추가로 지불됩니다.’

실제로 기자와 동행한 지인은 겉옷을 미처 맡기지 못해 추가로 3000원을 더 지불하기도 했다. 클럽 내 가운데 커다란 기둥 옆에는 칵테일 및 양주를 시킬 수 있는 타원형으로 된 주류 바가 있었고, 바텐더들도 분위기에 취한 듯 주문된 술을 제조하며 현란한 댄스를 추고 있었다. 재밌던 점은 바와 천장으로 연결된 봉이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일부 여성들은 바 위에 올라가 봉을 잡고 춤을 춘다고 했다. 사람들은 입장료와 함께 받아온 무료 시음권을 내고 기호에 맞는 술을 시킨 후 기다리면서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거렸다. 수많은 인파 때문에 자신의 술이 무엇인지, 뭘 시켰는지도 모르고 남이 마시던 잔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 5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도 여전히 클럽은 젊은 남녀들로 가득했다. 짙은 화장에 가터벨트, 란제리를 연상시키는 야시시한 의상을 입고 온 여성들과 화려한 색상의 헤어, 각기 개성을 살리는 의상을 입고 온 남성들이 둘 혹은 셋 이상 등 그룹을 만들어 부비부비를 즐기고 있었다.

역시나 스테이지 앞 DJ가 서 있는 부스 양 옆에도 단단한 스테인리스 소재의 봉 2개가 세워져 있었다. 이 같은 봉을 클러버들은 ‘폴’이라고 부르는데, 몇몇 남성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 란제리룩 여성과 폴을 잡고 끈적한 춤을 즐기고 있었다.

상의를 탈의한 두 남성은 한 손은 폴을 잡았고 다른 한손은 여성의 다리를 들어 올려 똑바로 보기에도 민망한 자세로 폴댄스 삼매경에 빠졌고 또 다른 폴에는 상의를 탈의한 남성과 흰 가슴을 반쯤 드러낸 여성이 성교를 연상시키는 듯한 수위 높은 야한 폴댄스를 즐겼다.

이 외에도 스테이지 내부에는 신체의 2/3를 노출하거나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의상을 착용한 여성들과 강렬한 인상·피어싱과 문신 등으로 몸을 감싼 남성들이 야릇한 댄스와 함께 입을 맞추고 서로 몸을 더듬는 등 여느 연인 못지않은 진한 스킨십을 나눴다.


애프터 알림 불쇼
룸서 성관계 일상

진한 스킨십과 시끄러운 노랫소리, 현란한 춤들이 클럽을 장악한 가운데 갑자기 스테이지 중앙 천장에서 불쇼가 진행됐다. DJ의 멘트에 뒤이어 몇 차례 이어진 불쇼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일종의 알람과도 같았는데 보통 5시가 되면 애프터를 알린다는 의미로 불쇼를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쇼가 끝나자마자 온갖 3D 영상과 어지러운 레이저 불빛, 정신없는 음악소리 등이 어우러지며 흥분이 달아오른 클러버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아침 6시를 넘어서자 하나둘씩 짝을 지어 나가는 사람들도 제법 늘어났다. 그럼에도 클럽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발걸음을 쉽게 옮길 정도는 가능했다. 머릿속을 정리하려 내부를 꼼꼼히 살펴봤다. 클럽 왼편에는 테이블 부스가, 오른쪽에도 부스와 벽 끝에 룸이 일렬로 이어져 있었다.

테이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던 기자는 옆쪽에서 술 취한 채 두 남성의 부축을 받아 룸으로 끌려가는 젊은 여성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여성을 끌고 간 두 남성은 애초 연고가 없던 사람들로 보였고, 자신들이 사전에 예약한 룸에 데리고 들어갔다.

룸 창문은 지그재그로 엇갈리며 반투명으로 처리돼있어 마음만 먹으면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여성은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 상태였고, 하의가 짧은 원피스 차림이었던 터라 남성들의 스킨십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됐다. 슬쩍 지나간 그 잠시 동안에도 남성은 여성의 가슴과 허벅지를 더듬으며 키스를 시도했다.

술에 취한 여성은 아무 제지도 못하고 힘없이 남성의 의사와 목적대로 몸을 맡긴 채 그대로 옆에 누워버렸다. 

상의탈의 남성·란제리룩 여성들 봉춤
여기저기서 성교 연상케 하는 부비부비
“만취녀 강제로 룸 끌고가 몹쓸짓”

성인남녀들의 난잡한 댄스와 스킨십은 스테이지보다 룸 내부에서 더 음흉하게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일례로 타 애프터클럽에서는 룸 테이블 위에서 남녀가 호루라기에 맞춰 부비부비를 하며 키스를 나누고 분위기에 달아오르면 성교행위까지 한다고 전해졌다.

또 외국인 친구나 불법루트를 통해 대마초와 엑스터시 등과 같은 마약 복용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던 클럽에서는 금·토 중 임의적으로 마약단속반이 들이닥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대마초나 엑스터시 등은 거의 인맥을 타고 손에 넣어졌고, 양과 개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마약을 투약하는 이유는 술 마시고 오랫동안 노는 게 힘들어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더욱 자극적이고 흥분된 상태로 놀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졌다.

친구들끼리 왔다는 한 남성은 “지난달에도 한 번 왔을 때 단속이 들이닥쳤다. 대마는 담배랑 다르게 냄새부터가 다르다. 대마 같은 게 너무 티가 나면 일부는 엑스터시를 구입해서 술에 타 마시거나 한다”고 전했다.

기자에게 말을 걸어온 대학생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은 애프터클럽의 실상에 대해 “지난주에 여기 와서 몸매 죽이고 예쁜 누나를 만났는데 알고 봤더니 트랜스젠더였다. 예뻐서 접근했는데 기겁하는 줄 알았다”면서 “술집에서 일하는 화류계 누나들, 레이싱 모델 같은 몸매 죽이는 여자들이 정말 많이 온다. 클럽 직원들이 그런 사람들은 미리 작업해서 무료로 입장시킨 후에 홍보용으로 게스트(손님)로 끌어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클러버들의 축제
혹은 퇴폐의 온상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난잡하게 노는 것을 즐기는 한국 남녀들. 한 외국인은 이런 한국인들을 두고 “낮에는 한없이 조용하고 생기 없어 보이는데, 밤만 되면 사람이 180도 바뀌는 열정적인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이 한국사람이다. 또 진정한 밤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클럽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호텔클럽까지 포함하면 강남에만 무려 20개가 넘는다. 특히 메인클럽과 달리 클러버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애프터클럽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해방구만큼이나 퇴폐의 온상이라 지탄받는 곳도 바로 이 애프터클럽이다. 클러버들에게 시간의 자유를 주고자 만들어진 애프터클럽은 젊은이들의 쾌락이라는 정도를 넘어서서 퇴폐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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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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