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범, 재계 '고민 삼매경'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15 10: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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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고리' 없는데 어디에 '줄' 걸까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 등 차기 정부 대기업 정책이 강경 기조로 흐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인수위에 '줄'을 대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공약 대상은 인수위에서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1, 2분과 인수위원. 하지만 출신학교·출생지가 제각각인 탓에 교감이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른바 '손톱 밑의 가시를 뽑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천명하고 경제국정 운영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선인 행보 보니…
중소기업 애정 보여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26일 첫 공식 행보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 단체 연합회 면담으로 잡고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제일 먼저 왔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찾아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대기업 회장단에게 "대기업이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공동체 전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며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본격 행보를 시작했을 때도 박 당선인은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중소기업청의 업무보고를 받고, 전경련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회장단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박 당선인은 규제 개혁, 기업환경 개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당부했다.

학연·지연 총동원…'줄대기' 쉽지 않아
인수위 경제통 중심 로비스트 접촉 경계령

박 당선인의 경제공약은 인수위 경제1, 2분과에서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1분과의 핵심 정책과제는 ▲성장·재정건전성 강조 ▲점진적 복지 확대 ▲가계부채 등 당면한 금융·부동산 문제 해결 ▲경기활성화 위한 추경편성 검토다. 경제2분과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 강구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 구조 확립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서민·중산층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수립이다.

그렇다면 경제1·2분과에 포진하고 있는 '경제통'들은 누굴까.

경제1분과 간사는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다. 류 의원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자동차 배터리 방전을 방지하는 특허를 받는 등 남다른 이력도 가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후 박 당선자의 정치기반인 대구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 당시 후보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에서 활약했고 경제 분야 공약 개발에도 기여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신세계·CJ·GS 긴장

경제1분과 위원을 맡은 박흥석 광주상공회의소 의장은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로 1985년부터 10년간 LG생활건강에서 칫솔과 섬유유연제 등을 납품하던 럭키산업의 사장을 맡았었고 1996년엔 친환경제품 생산기업 장백산업을 설립한 경력이 있다.


한국발명진흥회, 광주지회장, 광주방송 사장,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 공동대표 의장 등을 지내 광주·전남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제1분과 위원을 맡은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박 당선인과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서강 라인'으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금융지주사, 한국투자공사같은 금융사에서 사외이사,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거시·금융분야 발기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기획재정부에서 은성수 국제금융정책국장, 홍남기 정책조정국장, 이억원 종합정책과장이 파견됐고 공정위에서는 신영선 경쟁정책국장, 김성삼 기업집단과장이 파견됐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정은보 사무처장이 국세청에서는 임경구 중부청 조사4국장이 파견됐다.

경제2분과 간사는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정치인보다는 관료출신에 가깝다. 충북 보은 출신의 이 의원은 청주고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무총리실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지식경제부 전신인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의 주요 보직을 거쳐 제9대 중소기업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총수 재판 중인 기업들 본보기 될라 전전긍긍
중소기업 편에 선 박 당선인…대기업 노심초사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하남시에서 당선된 이 의원은 국회 입성 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해 왔다.

서승환 경제2분과 위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리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에서 교수로 봉직해 왔다. 경제학 전공 대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미시경제학 교과서 저자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냈던 서종철 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홍기택 위원과 마찬가지로 국가미래연구에 참여하며 박 당선인과 인연을 쌓아왔다.

경제2분과에 파견된 공무원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정황근 농업정책국장, 조일환 장관비서관과 지식경제부의 박원주 산업경제정책관, 이호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이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윤학배 종합교통정책관과 길병우 도시재생과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김준상 방송정책국장과 이태희 통신정책기획과장이 파견됐다.

박 당선인은 징벌적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도입,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부당 내부거래 이익환수, 재벌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각종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제1·2분과 인수위원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대기업들은 더 걱정이다. 특히 아직까지도 '빵장사'를 하고 있는 신세계, CJ, GS는 부담이 더욱 크다. 대표적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도 눈치를 보고 있다.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박 당선인의 기업인 범죄 처벌 강화 공약이 현실화할지도 관심이다. 1심 판결을 받은 후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서울대병원 등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본보기가 될까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

공약, 정책될까
대기업 '진땀'


경제정책이 강경기조로 흐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학연·지연을 총동원해 인수위 경제1·2분과 담당자들에게 '선'을 대기 위해 아우성이다. 실제로 인수위원은 물론 전문위원과 실무위원들에게까지 로비스트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하루에도 여러 통 전화가 온다”며 “전화번호를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여느 정권 교체기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인수위원 출생성분이 제각각이라 학연·지연을 총동원해도 '연결고리' 찾기가 쉽지 않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줄대기'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고 인수위는 로비 원천차단 조치의 일환으로 명함인쇄도 하지 않기로 했다. 로비스트 접촉 경계령도 내려졌다. 무리하게 '줄대기'를 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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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